산야초이야기

꽈리

영지니 2008. 2. 6. 17:53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 분류

가지과분포지역 : 한국·일본·중국
서식장소 : 마을 부근의 길가나 빈터

크기 : 높이 40∼90cm

꽃말 : 약함, 수줍음, 조용한 미(美)

 

옛날 어느 마을에 <꽈리>라는 이름을 가진 가난하지만 착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음씨 고운 꽈리는 영롱한 목소리로 언제나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솜씨가 어찌나 뛰어났던지 사람들은 마치 은쟁반을 구르는 옥구슬 같다며 칭찬이 대단했답니다.

이 마을에서 세도가 제일 가는 양반집에는 꽈리와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못 생기고 마음씨 나쁜 양반집 딸과 심술궂은 어미는 사람들이 꽈리를 칭찬하면 할수록 착한 꽈리를 몹시 미워했습니다.


그래서 꽈리는 되도록 그 집에 가까이 가지 않았고, 노래를 부르더라도 양반집 딸이 듣지 못하는 곳에서 불렀습니다.

어느 날 나물을 캐던 꽈리는 흥에 겨워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꽈리의 노랫소리는 바람을 타고 골짜기에 아름답게 울려 퍼졌습니다.

때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고을 원님이 꽈리의 노랫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허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필시 선녀가 내려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 게야."

원님은 그자리에서 당장 노래를 부른 사람을 찾았고, 이윽고 꽈리가 원님 앞에 당도했습니다.

꽈리는 너무 수줍어 고개를 들 수도 없었고,

집이 어디냐는 원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원님은 꽈리의 노래를 다시 한 번 크게 칭찬하고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이러한 소문은 곧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양반집 딸와 그 어미는 이 소식을 듣고 질투심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어느 날 세도가 양반집에서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원님도 초대를 받아 그 잔치에 참석했습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북적거렸지만 착한 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꽈리도 그 큰 잔치에 가고 싶었지만 양반집 딸의 심술이 두려워 멀리 있었던 것이지요.

잔치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원님이 집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듣자하니 이 고을에 노래를 썩 잘 부르는 소녀가 있다던데 어디 그 노랫소리 좀 들려주시오."

원님의 말에 양반은 즉시 꽈리를 불러오도록 시켰습니다.

양반집 딸과 그 어미는 이 소식을 듣고 꽈리를 골려 줄 음모를 꾸몄습니다.

꽈리가 수줍음을 잘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소녀의 어미는 하인을 불러 모았습니다.

"명심해서 들어라.

만약 꽈리가 원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면 내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 알겠느냐?"

"네!" 하인들은 나쁜 꾀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곧 꽈리가 도착하여 원님 앞으로 나왔습니다.

꽈리는 부끄러웠지만 숙였던 고개를 들고 목청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때 꽈리 앞에 서 있던 한 청년이 불쑥 소리쳤습니다.

"노래도 못하는 것이 감히 원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고 해?"

그러자 옆에서 또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노래는 그렇다치고, 저렇게 못생겨서야 어디 원........"

순간 꽈리의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수줍음을 잘 타는 꽈리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잘 됐다, 고년. 아주 고소하구나."

양반집 딸과 어미는 속으로 즐거워하며 꽈리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꽈리는 너무나 부끄러워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자기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소녀는 마침내 몸져눕게 되었는데,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봄,

불쌍한 꽈리의 무덤가에 한 포기의 풀이 자라더니 가을에는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수줍음을 잘 타던 꽈리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방울처럼 생긴 그 빨갛고 예쁜 꽃을 꽈리라고 불렀습니다.

꽈리 열매는 특히 소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꽈리를 입에 물고 다니면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하여 소녀들이 다투어 꽈리를 물고 다녔다고 합니다.

 

꽈리는 주로 장돗대나 담장 밑에 많이 심었습니다.

7, 8월 여름에 피어나는 흰색 꽈리꽃에서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가 열립니다.

주홍빛 동그란 꽈리열매를 주물럭거리면 말랑말랑하게 됩니다.

충분히 부드러워진 꽈리 주머니의 꼭지를  잘 떼 낸 뒤, 바늘이나 탱자나무 가시를 이용하거나, 열매를 입안에 넣고 굴리면서 씨를 조심스럽게 빼냅니다.

이것을 입에 넣고 입속에서 혀로 눌러 불면 참 재미 난 소리가나는 것이랍니다.

꽈드득~ 꽈르륵~" 꽈리불기는 그 소리가 크면서도 길게 소리가 늘어지는 것을 으뜸으로 치는데, 이렇게 하려면 꽈리 안에 최대한 공기를 많이 채우고 이를 입천장과 혀로 무겁게 그리고 천천히 눌러주면 되지요.

씨를 뺀 꽈리 구멍이 너무 커도 당연히 소리가 시원찮았답니다.

특별한 놀이 기구나 오락거리가 있을리 없었던 옛날 우리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주변에서 놀잇감을 찾았겠지요.

제가 어릴 적만해도 여러가지 전통 놀이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예전 아이들은 요즘 아이들처럼 영어, 태권도, 피아노, 미술학원을 정신없이 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니 저같은 사내 아이들은 자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는 물론신나는소타기, 말타기, 이병놀이로 해 지는 줄 모르고 뛰어 놀았었지요. 여자 아이들은 소꿉놀이, 고무줄 놀이, 공기 놀이, 술래잡기, 꽈리불기 등이 대표적인 놀이들이었는데, 꽈드득~꽈르륵~"꽈리를 입에 넣고 눌러서 불어대던 꽈리불기는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녀들에게는 특별한 놀이요 즐거움이었습니다. 꽈리불기가 당시 소녀들에게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였던지 나중에는 하얀 색 고무로 만들어져 잘 망가지지 않는 조그만 인조꽈리까지 나와서 소녀들은 공기놀이를 하면서도 모두들 꽈드득~ 꽈르륵~"  신나게 불어 댔을 정도였지요. 

그렇지만 옛날 어른들은 꽈리 소리가 마치 뱀에게 삼켜지는 개구리 소리 같다고 생각해서 꽈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며 꾸지람 했기 때문에, 소녀들은 어른들 몰래 동네를 돌아 다니면서 꽈리를 불곤 했지요.

부는 기술에 따라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꽈리불기는 이젠 너무도 아련한 추억의 소리가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해도 지극히 자연스러웠던 우리들의 놀이인데도 요즘 신세대 소녀들에게는 설명해도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을 전설같은 이야기지요.


꽈리는 마을 부근의 길가나 빈터같이 아무데서나 잘 자라며 심기도 합니다.

흰색의 꽃이 피었다가 지면서 생긴 꽈리주머니는 녹색에서 주홍색으로 익어갑니다.

그런데 그 예쁜 꽈리 주머니는 열매껍질이 아니고 열매를 둘러 싼 꽃받침이 자란 것이라고 합니다.

잎줄기의 겨드랑이에 꽃이 매달리고, 그 꽃이 진 자리에 꽃받침과 열매가 달리는 것이지요.



꽈리는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북한의 산악지방을 제외한 전국에서 자랍니다.

습기가 약간 많은 땅에 키우는 것이 좋으며,

열매가  잘 달리게 하려면 햇빛을 잘 받게 해야 하지요.

땅속줄기가 길게 벋어 번식하는데,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지며

털이 없고 높

이가 40∼90cm 정도입니다.

잎은 어긋나지만 한 마디에서 2개씩 나고

잎자루가 있으며,

길이는 5∼12cm,

폭은 3.5∼9cm 정도이고

잎몸은 넓은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밑 쪽은 둥글거나 넓은 쐐기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깊게 패인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7∼8월에 지름 1.5cm 정도의 흰색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 끝에 1송이씩 달립니다.

꽃자루는 3∼4cm이고,

꽃받침은 짧은 통처럼 생겼으며 끝이 얕게 5개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털이 있습니다.

꽃이 핀 후에 꽃받침이 자라서 주머니 모양으로 열매를 둘러쌉니다.

화관은 연한 노란색으로 지름이 1.5∼2cm이고 가장자리가 5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수평으로 퍼집니다.

수술은 5개이고 암술은 1개가 있습니다.

열매인 "꽈리"는 장과로 둥글고 지름이 1.5cm 정도로 빨갛게 익으며 먹을 수 있습니다.

전체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산장(酸漿)이라 하며 해열약으로 쓴다고 합니다.

꽈리는 여러 가지 유용한 점이 많은데, 우선 장식용으로  좋습니다.

꽈리의 주홍색 주머니는 말려도 색상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요즘은 가을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에 장식용으로 꽈리가 등장하곤 합니다.


꽃꽂이에도 많이 쓰이므로 어쩌면 신세대 도시 주부들도 꽈리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장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꽈리를 말릴 때  줄기 끝을 물에 담그어 두면 꽈리 주머니가 섬유질만 남아 망사처럼 되어 안의 열매가 들여다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옛부터 꽈리 꽃으로는 차를 끓이기도 했다는데 식욕을 촉진시키고 더위를 없애 주며, 위를 건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하고 또 민간요법에서는 줄기와 잎을 말리고 졸여서 기침과 염증을 치료하는데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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