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삼(고려 홍삼), 북한 홍삼, 중국 홍삼, 일본 홍삼
진짜 홍삼, 가짜 홍삼 구별법
표피 색깔, 냄새만으로도 한눈에 드러나
양재원 KT&G 중앙연구원 인삼연구소장
"중국산 홍삼 6t을 밀수입해 국내산으로 속여 판 조직이 붙잡혔다.” 지난 4월 중순경 국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뉴스의 한 대목이다.
주범인 이모 씨가 2002년부터 한·중간 국제여객선을 통해 들여온 중국 홍삼은 무려 6t에 달했다.
그 범인들이 더욱 얄미운 이유는 국내 최대 인삼 집산지인 충남 금산에 밀수 창고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는 데 있다.
그 창고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중국산 홍삼에는 정교하게 위조된 ‘고려 인삼’이라는 상품명까지 버젓이 붙어 있어 소비자들은 쉽게 속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최근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인삼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산 3∼4년생 인삼 묘목을 들여와 국내에 옮겨 심어 2∼3년을 더 재배한 뒤 국산 인삼으로 속여 파는 행위까지 등장했다.
이는 단순히 밀수라는 경제적 해악일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을 심각히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식 통관된 외국산 수입 인삼의 경우는 샘플링 형태의 잔류농약검사 등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밀수입한 인삼의 경우 맹독성 농약이 잔류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독약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인삼 밀수입이 급증하는 것은 고려 인삼이 중국 인삼이나 미국 인삼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 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고려 인삼에 비해 중국 인삼은 가격이 5분의 1 수준이다. 앞서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밀수범들은 범행이 들통났을 때 이미 원래 가격보다 3배 가량의 폭리를 취하면서 시중 한약상이나 건강원에 5t 가량을 팔아치운 뒤였다.
이런 가격 차이는 인삼의 효능과 성분 차이에 따른 것이다.
외국산 인삼의 밀수입이 횡행할 경우 고려 인삼의 명성을 갉아먹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통칭 인삼이라고 불리는 외국삼의 정체를 정확히 밝히고 중국산을 비롯한 외국 인삼과 고려 인삼의 식별법을 소비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가 중국산을 비롯해 외국산 인삼을 ‘가짜’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삼은 가공 방법에 따라 수삼(水蔘)·백삼(白蔘)·홍삼(紅蔘)으로 분류한다.
수삼은 수확한 뒤 말리기 전의 삼을 말하며, 백삼은 수삼을 자연 상태로 말린 것이다.
수삼을 쪄 말린 것이 바로 홍삼이다.
수삼을 95~100℃ 내외에서 쪄 건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수삼 자체에 있던 사포닌(Ginsenosides)이 열에 의해 새로운 약리 활성을 갖는 사포닌으로 변환한다.
수삼에는 사포닌이 22종이 함유되어 있으나 고려홍삼에는 35종의 유효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인삼에는 사포닌이 14종밖에 없다.
우리의 수삼보다 사포닌 성분이 적은 것이다.
미국 인삼은 흔히 서양삼·화기삼으로 불린다.
미국 인삼은 식물 분류학상 고려 인삼과 속은 같으나 종이 다른 식물이다.
미국 인삼은 고려 인삼과 비교해 모양은 비슷하나 한마디로 종자가 다른 유사 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국 인삼은 항암작용, 알코올성 뇌기능 장애에 대한 방어 작용 등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유효 사포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인삼의 약용 역사는 18세기 초부터 시작됐으나 국제사회에서는 효능 면에서 인삼으로 쳐주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중국시장에서 저가의 물량공세 등 판매 전략의 성공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 인삼은 왜 또 가짜라고 부르는가. 중국 인삼은 토양·온도·일조량 등 재배 조건이 우리 땅과 달리 인삼의 생육에 적합하지 않아 함유 성분 등이 충실하지 못하다. 그래서 고려 인삼에 비해 품질이 매우 불량한 편이다.
중국 의학계에서조차 고려 홍삼은 중국 홍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많고 임상 응용 면에서 약성(藥性)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고려 홍삼은 또 중국 홍삼보다 항암, 면역 활성이 강하고 간기능 강화 기능, 혈전증과 동맥경화 예방 효능이 탁월하다.
고려 홍삼이 역사적으로 우리가 중국에 수출했던 대표적 상품이 된 것은 이처럼 품질 차이가 커 중국측의 수요가 많았던 탓이다.
고려 홍삼은 예부터 전승되어 오고 있는 전형적 홍삼으로, 해외 시장에서 다른 인삼보다 10~20배의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고려 홍삼의 우수성을 말하는 것은 괜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임상 약리 효능 측면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고려 홍삼은 고혈압은 혈압을 낮추고 저혈압은 상승시키는 양면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본의 임상 시험에서도 증명되었다.
또 혈행을 개선해 난소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갱년기 장애 개선 효과를 발휘한다.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인 암 예방 효과는 물론 암 치료의 부작용을 완화해 주는 효능이 실험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밀수입된 중국 홍삼이 우리 시장에서 넘쳐나는 형편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중국 홍삼을 고려 홍삼으로 속아 사기 십상이다.
그러면 소비자가 시장에서 고려 홍삼과 중국 홍삼을 구별하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 고려 홍삼에 관심을 갖고 이를 구별해내는 눈썰미만 조금 키운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중국 홍삼은 인삼 자체의 품질도 떨어지지만 가공 기법이 미숙해 조직이 충실하지 못한 것이 전체적인 특징이다.
양쪽 다리(枝根)가 없고, 뇌두가 없거나 빈약하며 동체가 긴 형태를 하고 있다.
표피 색상 또한 어둡고 윤기가 없으며, 마른 풀 냄새와 흙 냄새가 강한 편이다.
고려 홍삼은 최적의 재배 조건과 현대과학적 가공법으로 생산돼 겉모양이 우리 인간의 체형과 비슷하다.
중국 홍삼과 반대로 표피에 윤기가 있고 뇌두가 충실하고 견고하게 붙어 있다.
냄새 또한 중국 홍삼과 달리 고려 홍삼 고유의 고소한 향을 풍긴다.
무엇보다 중국 홍삼에서는 제품에 따라 많은 유독성 잔류 농약과 중금속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이는 재배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은 데다 가공·유통 단계에서도 적지 않은 첨가물을 더하고, 저장 시설 또한 열악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이런 중국 홍삼이 고려 홍삼으로 둔갑하여 인삼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