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팔다리 감각 이상하면 즉시 병원으로
'허혈성 뇌졸중'.
노폐물이나 혈액 덩어리(혈전)가 뇌 혈관을 막아 뇌 조직을 파괴하는 응급질환이다.
전체 산소 소모량의 20%를 사용하는 뇌에 혈액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곧 사망을 뜻한다.
20초만 혈액을 차단하면 의식을 잃고, 4~8분 지속될 경우 뇌세포는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를 기록하는 것은 이렇게 뇌졸중이 손쓸 새 없이 생명을 벼랑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체가 이같은 위험을 미리 감지, 경고성 사인을 보내준다는 것.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뇌졸중의 전조(前兆)증상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최근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김용범 교수가 고혈압.당뇨.비만 환자, 흡연자 등 뇌졸중에 걸리기 쉬운 60세 이상 남녀 1백26명을 대상으로 뇌졸중의 전조 증상에 대한 이해 수준을 설문조사한 결과 1백점 만점에 평균 47점에 불과했다.
특히 뇌졸중은 10~11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도 41%가 1~2월이라고 답했다.
대표적인 증상인 한쪽 팔다리의 감각이 없어지는 전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병원을 방문하겠다는 사람도 65%에 그쳤다.
보통 뇌졸중 전조 증상은 짧으면 4~5분, 길면 1시간 정도 왔다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따라서 뇌졸중 경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선 혈전의 위치를 확인한 후 뇌 혈관을 막았던 혈전을 풀어주는 항응고제를 투여해 위기를 넘긴다.
다음은 최근 미국 의사협회가 발표한 뇌졸중 전조 증상.
1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빠진다
2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진다
3 중심 잡기가 어렵고 비틀거린다
4 물체가 두 개로 보인다
5 한쪽 얼굴이 갑자기 저리거나 먹먹하다
6 갑자기 표현능력이 떨어지거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7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8 한쪽 팔 다리가 다른 사람 살처럼 느껴진다.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에 올라 있다.
생명을 건져도 반신불수 등 신체적 후유증을 남겨 개인은 물론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끼친다.
하지만 뇌졸중만큼 예방이 쉬운 질환도 드물다.
지속적인 계몽을 통해 뇌졸중을 사망원인 1위에서 3위로 끌어내린 미국이 좋은 예다.
1998년 창립한 대한뇌졸중학회가 환절기를 맞아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뇌졸중 줄이기 계몽에 나섰다.
학회의 노재규.한태륜(서울대 의대) 교수가 권장하는 ´뇌졸중 예방, 이것만은 꼭 지키자´ 의 10가지 수칙을 싣는다.
1. 규칙적인 운동과 비만 예방
적당한 운동과 식생활 개선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빠른 심장의 박동수를 유지시키는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1주일에 3일 이상 해야 한다.
빠르게 걷기.등산.수영.자전거 타기 등은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음식은 짜게 먹지 않으며, 기름기가 적은 채소.곡류.저지방 유제품 등을 선택한다.
튀긴 것보다 삶거나 구운 요리가 좋다.
2. 과로와 추위를 피한다
육체적으로 무리하는 것은 위험인자가 있건 없건 심장 박동의 이상을 초래하고, 피를 굳게 만들어 뇌졸중으로 발전시킨다. 특히 누적되는 피로는 고혈압.부정맥 등 위험인자의 ´방아쇠´ 를 당기는 역할을 한다.
수면과 휴식이 최선의 보약. 수면을 취할 때는 이불은 가볍게, 베개는 낮게 한다.
따뜻한 데서 추운 데로 나갈 때는 반드시 보온에 신경 쓴다.
3.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찾는다
갑작스런 긴장상태를 피하고, 격하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혈압이 올라가고 피가 빨리 굳어 뇌졸중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끊임없이 긴장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은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진다.
이 호르몬은 혈관을 좁게 만들어 고혈압이 되게 한다.
인생 급행열차에서 완행열차로 바꿔타길 권한다.
4. 금연.절주
담배를 끊고, 과음을 안하면 1.5~3배 정도 뇌졸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흡연이 부르는 병은 많지만 뇌졸중도 예외는 아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간접흡연도 혈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울 경우 뇌졸중 발생률은 최고 17배까지 높아진다.
또 매일 과음하면 뇌출혈과 뇌경색의 위험이 따른다.
5. 정기 건강검진
뇌졸중의 최대 위험인자는 혈관 노화에 따른 동맥경화다.
따라서 뇌졸중이 많이 발생하는 나이인 40대부터 검진을 받아야 한다.
55세가 넘으면 10년마다 뇌졸중 발생위험이 두배씩 높아진다.
치명적인 뇌막 아랫 부분 출혈은 40~50대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혈관의 노화는 보이지도 않고, 증상도 없기 때문에 40세부터 정기적으로 혈압.혈액.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6. 고혈압 조절
고혈압을 방치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잠재 고혈압 환자를 포함, 전인구의 25%가 고혈압이라는 통계도 있다.
고혈압을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 4~6배나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
적정혈압으로 수축기 1백40 이하, 이완기는 90 미만을 유지한다.
고혈압만 잘 잡아도 뇌졸중 위험률을 30~50% 줄일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화장실에서의 발작에 주의하고 변비 예방에 각별히 신경쓴다.
7. 당뇨.고지혈증 조절
당뇨는 뇌졸중 발생률을 2~3배, 고지혈증은 1.5~2배 높인다.
두가지 증세를 다 가지고 있을 때는 발병 위험률이 크게 높아진다.
당뇨는 동맥경화를 10년이나 빨리 진행시킨다.
당뇨환자의 혈액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혈액의 끈적거림이 강해 쉽게 굳기 때문이다.
건강한 혈관을 유지시키는 것이야말로 불로장수의 지름길. 심장 판막질환이나 류마티스 심장질환은 뇌졸중 발생을 2~4배 높인다.
노인에게 많은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뜀) 의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률은 5~18배나 된다.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항응고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8. 심장병있으면 항응고제로 미리 조절
심장판막질환이나 류마티스 심장질환은 뇌졸중 발생을 2-4배 높인다.
노인에게 많은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뜀)의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률은 5-18배나 된다.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항응고제치료를 받아야한다.
9. 뇌졸중 재발 예방에 최선
한번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은 재발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치료약을 먹지 않았을 때 1년 이내 재발은 10명 중 1명, 5년 이내 재발은 10명 중 4명 꼴이다.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나 혈액 응고를 막는 항응고제를 처방에 따라 복용한다.
잠깐이라도 <그림> 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수분내지 수시간 동안 나타났다 없어지는 일과성 허혈발작은 앞으로 뇌경색이 일어날 것을 경고하는 우리 몸의 신호다.
이런 신호를 가볍게 여기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만드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위에 열거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뇌졸중 극복의 첫걸음이라면 조기발견은 두번째 필요한 조치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뇌졸중 발작에 무슨 조기발견이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뇌졸중 역시 사전에 뇌졸중 발작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사전경고 증상들을 보이는 수가 많다.
대표적 증상이 바로 일과성(一過性) 뇌허혈증(腦虛血症)이다.
일과성 뇌허혈증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아스피린같은 항(抗)혈소판제나 쿠마딘같은 항(抗)응고제를 복용할 경우 장차 찾아올 뇌졸중 발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위험요인의 제거와 일과성 뇌허혈증 등 조기발견에 이어 뇌졸중 극복을 위한 마지막 단계는 적절한 응급조치다.
응급조치라고 하지만 복잡하고 전문적인 것은 전혀 필요없다.
가능하면 빨리 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해야 한다는 원칙만 알면 된다.
증상 나타나면 지체없이 119로
반신불수와 의식혼탁 등 대표적 뇌졸중 증상 외에 ‘입이 돌아갔다’거나 ‘한쪽으로 침이 흐른다’ ‘한쪽으로 밥알이 자주 낀다’는 등의 증상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이들 모두 뇌졸중으로 안면근육이 마비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일단 뇌졸중을 의심케 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119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뇌경색의 경우 6시간 이내에만 도착하면 유로키나제나 tPA같은 혈전용해치료를 통해 막힌 혈관을 다시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환자의 치료결과를 분석한 결과 치료결과의 차이를 낳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바로 환자와 병원간의 거리였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환자일수록 아무래도 늦게 도착하므로 좋지 않은 치료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하면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나 자기공명영상촬영검사(MRI)를 통해 뇌를 촬영하며, 뇌졸중이 확실하면 막힌 혈관 부위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 가느다란 도관을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삽입해 염색약을 주입하는 뇌동맥조영술을 받게 된다.
만일 뇌출혈이 아닌 뇌경색이라면 혈전용해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막힌 지 6시간이 지난 뇌경색은 혈전용해치료로도 뚫을 수 없다.
병원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다.
물론 혈전용해치료가 만능은 아니다.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면 자칫 이로 인해 혈관이 지나치게 묽어져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전용해치료를 받는 뇌경색 환자 10명 중 1명에서 뇌출혈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머지 9명에게서는 막힌 혈관이 개통되면서 바로 마비가 풀리는 등 극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뇌출혈이라면 어느 정도 높은 혈압을 유지시켜 줘야 하는 뇌경색과 달리 출혈을 줄이기 위해 혈압을 떨어뜨려 줘야 한다.
출혈량이 많은 경우 두개강 내에 고인 혈액을 제거하기 위해 뇌수술을 받기도 한다.
치료결과는 출혈이나 경색의 양과 부위에 따라 결정된다. 큰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예후가 좋지 않다.
출혈이나 경색이 적은 범위에서 일어나도 뇌간처럼 생명현상에 필수적인 중추에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오부치 총리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에 시달린 직후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으며 의료진이 미처 손쓸 틈도 주지않고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아 혈관이 막힌 뇌경색보다 뇌간 부위 혈관이 터진 뇌출혈이 의심되고 있다.
발작후 첫 1주일이 가장 중요
재발의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1년내 재발할 확률이 10%이며 5년내 재발할 확률은 20∼30%에 이른다.
약물요법이나 수술 등 응급치료가 끝나면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뇌졸중의 예후는 대개 발작후 첫 1주일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의 최종결과를 100이라 했을 때 50은 1주일 이내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1주일 이후부터는 6개월까지 장기적으로 서서히 조금씩 좋아진다.
뇌졸중으로 생명을 잃는 것도 대개 1주일 이내에 발생한다.
일단 1주일을 넘기면 생명에 관한 한 안심해도 좋다.
1주일이 지나 생명을 잃는 경우는 뇌졸중 자체보다 폐렴이나 심장질환 등 다른 질환의 악화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뇌세포가 일단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으로 신경이 파괴되면 기능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아남은 다른 신경이 파괴된 신경의 원래 기능까지 떠맡는 신경세포의 재배치 현상이 일어나므로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언어치료와 같은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식물인간 등 심한 뇌졸중이 아닐 경우 상당부분 정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뇌졸중 환자 70%는 6개월 이내에 보행이 가능하고 80%가 혼자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옷을 입는 등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25%는 궁극적으로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뇌졸중의 예후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 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20% 안팎에 불과하다.
홍혜걸 중앙일보 정보과학부 기자·
[뇌졸중의 위험요인]
뇌졸중의 4가지 위험요인
고혈압 - 침묵의 살인자
뇌졸중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혈압 관리다.
고혈압이야말로 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고혈압이 뇌졸중을 일으키는 기전은 매우 간단하다.
뇌출혈은 수압이 센 수도관이 잘 터지는 것으로 설명한다.
뇌경색도 마찬가지다.
수압이 셀수록 수도관에 낀 녹이 잘 떨어져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침묵의 살인자란 악명 그대로 고혈압은 아무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을 치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매일 한알씩 평생 알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는다.
의학적으로 고혈압이란 높은 쪽 수치인 수축기 혈압이 140 이상, 낮은 쪽 수치인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물론 혈압이 높다고 지금 당장 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계학적 확률은 냉정하게 고혈압 환자의 미래를 예측해 낸다.
고혈압 유무만 놓고도 10년 후 뇌졸중으로 드러누워 비참한 노후를 맞이할지 아닐지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연구자마다 조금씩 결과는 다르지만 고혈압 환자는 정상혈압을 가진 사람보다 뇌경색의 경우 10배, 뇌출혈의 경우 20배나 높은 확률을 감수해야 한다.
보통 의학 연구에서 10%만 발생률을 높여도 위험인자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10%가 아닌 10배의 발생률 증가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하다.
흡연 - 혈관 건강 갉아먹는 독소
뇌졸중의 두번째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흡연하면 흔히 폐암을 연상하지만, 담배연기 속의 니코틴은 혈관의 건강을 갉아먹는 대표적 독소이기도 하다.
니코틴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혈액을 걸쭉하게 만들어 쉽게 응고시키고 심장을 자극해 부정맥을 일으키거나 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올린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 발생률이 3배 가량 높다.
그러나 술은 비교적 안전하다. 과음하지 않는한 뇌졸중의 발생률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술은 심장병 등 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어 뇌졸중 예방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적정량이란 하루 30g 안팎의 알콜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하루 3잔까지는 좋다는 의미다.
알콜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잔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한잔에 담겨 있는 알콜량은 대략 10g 정도이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 콜레스테롤 수치 240 이상이면 환자
뇌졸중의 세번째 위험요인이 바로 고지혈증(高指血症)이다.
고지혈증이란 말 그대로 혈액 속에 기름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기름성분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을수록 혈액은 점도가 높아져 걸쭉해지고, 혈관 벽에 쌓여 혈관의 구경을 좁히고 혈전이 떨어져나갈 장소를 제공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이상인 사람은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한 고지혈증 환자다.
이 경우 채식 위주의 식단과 적절한 운동으로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심한 경우 강제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 - 대부분 돌연사의 뿌리
네번째 위험요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다. 과로나 스트레스는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수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만큼 과로나 스트레스가 얼마나 뇌졸중 발생률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
그러나 의학적 개연성에 입각해 볼 때 심증만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부치 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위기상황에 닥치면 인체는 콩팥 위에 위치한 부신(副腎)이란 내분비기관이 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을 분비한다.
아드레날린은 혈압을 올리고 심장의 박동수와 폐의 호흡수를 증가시키며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을 늘려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조물주가 고안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문제는 매일 알람벨이 켜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인체는 만성적인 아드레날린의 과잉분비 상태에 놓이게 되고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해 체력이 떨어짐은 물론 고혈압을 조장해 뇌와 심장의 혈관에 큰 부담을 준다.
돌연사의 대부분이 바로 과로나 스트레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성질환 - 심장병과 당뇨가 대표적
마지막으로 강조되는 위험요인은 뇌졸중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이다.
대표적 질환이 바로 심장병과 당뇨다.
심장병과 당뇨는 그 자체로 각각 한국인의 사망 원인 3위와 5위를 차지하는 질환이지만,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위험한 질환이다.
심장병 가운데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과 류머티스성 심장판막질환이다.
심방이 파르르 떠는 심방세동(心房細動)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5배, 류머티스성 심장판막질환을 가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려 18배나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한다.
부정맥이나 류머티스성 심장질환을 앓게 되면 심장에서 혈전이 잘 떨어져나와 뇌혈관을 틀어막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 역시 정상인보다 6∼13배 가량 뇌졸중이 잘 발생한다.
이유는 당뇨란 질환 자체가 전신의 혈관을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요인과 관련해 알아 두어야 할 의학상식은 동시에 여러 개의 위험요인을 갖고 있을 경우 질병 발생률은 곱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경우 뇌출혈을 20배 높이고 류머티스성 심장판막질환이 18배 높인다면 류머티스성 심장판막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고혈압까지 있다면 20+18=38배가 아니라 20×18=360배가 된다는 의미다.
물론 실제 임상에서는 이처럼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비례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곱의 법칙을 따르는 경향이 관찰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홍혜걸 중앙일보 정보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