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에 관한 한 한국인은 슬픈 자화상을 갖고 있다. 국민병이라 일컫는 간염 보균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간염 보균자는 비보균자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최대 200배나 높다.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경우 10년이 지나면 11%, 20년이 지나면 35%에서 간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경변은 더욱 위험하다. 간경변 환자는 해마다 2~5%가 간암으로 악화하며 궁극에는 30~50%가 간암에 걸린다. 해마다 6000여명이 간암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남성 암 사망원인으론 2위, 여성 암 사망원인으론 3위를 차지한다. 술과 담배도 간암과 관련이 깊다. 술은 최대 6배, 담배는 최대 4배까지 간암 발생률을 높인다. 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암이지만 최근 간이식 수술과 고주파 열치료 등이 보급되면서 치료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간암을 극복하는 첨단 의료를 소개한다.
◇고주파 열치료 기존 간암의 비수술적 치료에는 동맥색전술과 알코올 주입술이 있다. 이들 치료는 시술시 환자가 통증을 느끼며 3주에 걸쳐 여섯차례 정도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고주파 열치료는 한번 치료를 하며,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초음파를 보며 간암 덩어리에 바늘을 삽입한 뒤 고주파 열을 발생시켜 파괴시킨다. 시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술이 아니므로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 다른 암에서 간으로 전이된 경우에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동맥색전술 등과 달리 지름 5㎝를 넘길 경우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단일 종양인 경우 최대 지름이 5cm 이내며, 3cm 미만 종양인 경우 4개까지 치료할 수 있다. 괴사된 간암 조직은 치료 후 수년에 걸쳐 서서히 흡수되면서 작아지는데 치료 직후에 비해 4개월째에는 약 50%로 줄어들며, 19개월 후에는 90% 이상 부피가 줄어든다.
치료 결과는 외과 수술과 비슷하다. 삼성서울병원 조사 결과 종양의 크기가 2.5cm 이하이며 간 기능이 좋았던 환자의 경우 3년 생존율이 81%로 나타났다. 그러나 2.5㎝가 넘고 간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의 3년 생존율은 26%로 낮았다. 합병증 발생률은 1.6%로 매우 낮았다.
◇간 이식 수술 간 밖으로 간암이 퍼져 있지 않고 크기가 작으며 종양의 개수가 3개 이하인 경우 간 이식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뇌사자나 생체부분 간 이식 등 기증자가 있어야 한다.
진행된 간암은 간 이식수술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12시간 이상 수술시간이 소요된다. 중환자실에서 2주 정도, 병실에서 최소한 3주 정도의 입원 기간이 필요하며, 수술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는 2~3개월 입원하기도 한다. 간 이식 수술은 대개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간암의 경우도 초기라면 간 일부를 떼어내는 기존 수술보다 완치를 목표로 도전해봄직하다.
전 문공부 장관 K씨나 서울대병원 K교수 등 유명인사 가운데서도 간암 진단 후 간 이식 수술로 완치된 바 있다.
현재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1992년 이래 지금까지 908명에게 간 이식 수술을 했으며 치료 성적은 해외 유수병원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