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경기도 당굿

영지니 2008. 3. 2. 06:17

 

 

태평무, 도살풀이, 판소리의 원류


도당굿이란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대동굿을 말한다. 경기도 도당굿은 경기도 일대의 한강 이남지역에 전해져 오는 마을굿으로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도당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신 당가리가 대략 300년 전의 것으로 알려져 조선시대를 통해 대대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시흥 군자봉 서낭굿의 경우 고려조부터 전해졌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도당굿의 역사는 이미 1천년이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전해지는 경기도 내의 도당굿은 300여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어 그 나름대로 유구한 민속문화의 정체성을 지닌 마을 축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경기도 도당굿은 다른 지방의 굿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남자무당인 화랭이들이 굿을 하며, 음악과 장단도 판소리기법을 따르고 있어 예술성이 뛰어나고 전통문화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집안의 대를 이어 기능을 연마하고 음악과 무용에 뛰어난 세습무당이 진행하며, 세습무당인 화랭이들은 남자무당으로 줄을 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재주놀이를 하면서 굿을 축제분위기로 이끈다. 이중 제석청배와 바라춤을 추는 '제석굿', 화랭이들이 한 사람씩 나와 춤과 묘기를 보이는 '터벌림', 굿꾼과 무녀의 쌍군웅춤인 '군웅굿', 굿에 따라든 잡귀들을 풀어 먹여 보내는 '뒷전'은 특히 예술성이 뛰어나다. 

 

중요무형문화재인 <태평무>,  <도살풀이>, 또한 전통 춤꾼들이 자주 추는 <신칼대신무>, <진쇠춤>, <바라춤> 등이 경기도 도당굿에서 파생되었고, 판소리도 경기도 도당굿에서 파생된 중고제가 남부로 내려가 오늘날의 형태를 이룬 것이라는 학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경기도당굿에서는 춤과 장단, 소리와 음악 등이 다양하게 발달이 되어 우리 전통예술의 맥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조선조에 120여 년 동안 존속이 되었던 재인청(才人廳)이 있어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산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과, 그 재인청이 도당굿을 하는 무부(巫夫)들이 주축을 이루어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시작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재인청이 수많은 전국의 예인들이 운집하다 보니 자연 전국의 모든 전통예술의 산실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경기도당굿은 그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춘 예인집단들이 굿에 참여함으로써 전국의 굿거리 중에서 예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굿거리 제차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경기도 당굿 보유자 오수복선생


1)군웅굿 중에서 활놀이

군웅굿은 경기도당굿에서 가장 중요한 굿거리 제차다. 일반적으로 경기도에서는 가정에서 행해지는 안택굿 증에서는 조상굿을 하고 도당굿에서는 조상굿 대산에 군웅굿을 하게 된다. 군웅굿은 원해 화랭이들이 군웅노정기라고 하여서 판소리로 군웅님이 대국으로 해동 조선으로 나오는 거리 노정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다. 뛰어난 재담과 소리. 그리고 춤이 한데 어우러지는 군웅굿은 도당굿의 백미로 꼽힌다. 군웅굿 중에서 활놀이는 활을 쏘아 모든 방액을 하는 장면으로 활춤과 함께 재담이 재미있게 어우러진다.

 

경기도당굿보존회 김경진의 제석춤 중 장삼놀이 


2)제석굿 중에서 장삼놀이

제석굿은 인간의 수명재복을 관장한다는 제석을 위하는 굿거리 제차다. 제석굿은 일반적으로 중부권 이북의 경우 간단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으나 경기도당굿에서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제석굿은 군웅굿과 함께 도당굿의 쌍벽을 이루는 굿거리 제차로 장단이 11번이나 바뀌는 다양한 표현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뛰어난 기능을 요구하는 제석굿의 장삼놀이는 활달한 춤사위를 갖고 있으며 장삼놀이만 갖고도 춤을 만들 수 있다고 무용가즐은 평을 할 정도다. 더욱 뒤이어 거리노래라고 부르는 서로 소리를 주고 받는 대목은 일반적으로 한 소리를 주고 받는 형태가 아니고 연음절(連音節)로 구성되어 굿꾼과 잽이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 도당굿의 특징이다.

 

한얼무용단 김진옥단장의 한영숙류 태평무 


3)태평무

나라의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는 춤으로 100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을 1938년 한성준(韓成俊)이 재구성한 창작무용 가운데 하나이다. 춤동작은 섬세하고, 특히 발디딤이 독특하며 다양하다. 반주음악은 경기도 도당(都堂)굿에 나오는 진쇠가락을 비롯하여 낙궁·부정풀이·올림채·터벌림 등 무악(巫樂)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복의 형태는 궁중무의 것과 비슷하나, 춤사위는 궁중무에서 벗어나 활달하고 민속춤에서 볼 수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흥과 멋을 보여 준다. 현재 태평무는 한성준에게서 강선영, 한영숙 등으로 이어졌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었다. 예능보유자는 강춘자(姜春子, 예명:善泳)이다.

 

김숙자류 도살풀이춤 보존회 이정희단장의 도살풀이 춤 


4)도살풀이

도살풀이 춤은 경기도당굿에서 사용하는 도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을 말한다. 경기도 남부 무가(巫歌)에 쓰이는 장단의 하나인 도살풀이는 살풀이, 동살풀이, 불림장단과 같이 노랫말이 2분박으로 붙으면 징·장구·피리·대금·해금으로 반주하는데, 박마다 징이 1번씩 들어가고 선율악기는 시나위를 연주한다. 근래에는 입춤의 반주장단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살풀이 장단과 속도는 같으나 장단의 구성은 전혀 다르다. 살풀이가 4박 계통인데 비해 도살풀이는 6박으로 박자를 넘나드는 것이 백미다. 도살풀이춤은 안성 출신인 김숙자에 의해서 정리가 되었으며 경기도당굿을 하는 도중 화랭이들이 도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했다. 도살풀이춤은 도살풀이, 잦은모리, 도살풀이로 이어지는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경기도당굿보존회 김철기의 터벌림춤 


5)터벌림

흔히 반설음장단이라고 표현하는 경기도 남부 무속무용의 반주에 쓰이는 장단의 하나로 반설음이라는 말뜻은 분명하지 않으나, 터벌림장단이란 도당굿의 굿거리 제차 중간에 화랭이들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춤을 추게 되는데 터벌림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터벌림이란 ‘터를 벌린다’ 혹은 ‘터를 불린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굿판에서 좁아진 굿 장을 넓히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을 했다. 터벌림은 흔히 제석굿의 다음에 여간을 이용해 화랭이들이 춤을 추기도 한다. 장단의 구성을 보면 3분박 5박자, 즉 서양음악의 박자로 표기하면 15/8박자이며 2장단이 한 짝을 이룬다. 경기도 남부도당굿에서 터벌림춤과 손굿에서 춤의 반주로 쓰이기도 하며 꽹과리·징·장구로 반주한다.

 

경기전통굿연구원 고성주원장의 신칼대신무  


6)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엇중모리신칼대신무는 춤꾼 이동안에 의해서 전승이 되었다. 이동안은 어려서부터 재인청에서 춤을 익혔으며 각종 기예에 출중한 인물이다. 중요무형문화재 발탈의 보유자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많은 춤을 전승시킨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엇중모리는 4분의 20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단이 빠르고 활달한 것이 특징이다. 신칼대신무는 부모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식이 천도를 위해 춤을 추는 것으로 빠른 장단과는 달리 느린 동작으로 신칼을 어루듯 추는 춤이 일색이다.

 

이동안류 재인청춤보존회 박경현회장의 진쇠춤 


7)진쇠춤

진쇠춤은 도당굿에서 사용하는 무속장단인 진쇠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을 말한다. 진쇠춤은 이용우류 진쇠춤과 이동안류 진쇠춤으로 구분이 되며 이동안류 진쇠춤은 무용수가 꽹가리를 치면서 전복을 입고 춤을 추지만 이용우(화랭이)류 진쇠춤은 도당굿에서 사용하는 무복인 홍천익을 입고 한삼을 이용해 춤을 춘다. 이용우는 조선조 마지막 도대방이었던 부친의 재능을 이어받아 1980년대 말까지 도당굿의 화랭이로 전승에 공을 세웠으며 경기도당굿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기 전해인 1989년에 아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번에 보인 진쇠춤은 이용우류 진쇠춤으로 홍천익을 입고 장삼을 이용한 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