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걷고 달리기를 하는 뒷산 등성이 길섶에서는 철따라 바뀌는 여러 동식물을 만나서 좋다.
산행을 처음 시작한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 우측 통행을 하는 것도 재미난 현상이다.
숲에는 푸나무가 단연 주인이고 거기에 청설모, 어치(산까치), 휘파람새들이 나를 반긴다.
그리고 한여름을 지낸 요새, 길가에는 여태 보이지 않았던 버섯들이 밭을 이뤄 옹기종기 모여 나 있다.
“숲은 큰 나무 하나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숲의 생태계(生態系)도 역시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세 요소가 더불어 아우러져 있는 것이다.
그 중의 어느 하나가 없으면 생태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생산자는 녹색식물을, 소비자는 그것을 먹고 사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을 말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 분해자란 무엇인가.
여느 생산자나 소비자는 생자필멸(生者必滅),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고 만다.
세균(박테리아)과 곰팡이가 똥오줌이나 핏덩이, 주검들을 분해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아찔하다!
분해자들,
즉 하등하다고 부르는 세균과 곰팡이가 그 일을 담당한다.
예사로 볼 존재가 아니다. 아무튼 썩은 물질들은 모두 거름이 되어 식물의 광합성에 쓰이고, 그들이 만든 양분을 동물이 먹고, 동식물의 노폐물이나 사체를 분해자들이 발효나 부패로 분해를 한다.
그리하여 돌고 도는 물질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풀과 나무를 분해하는 것은 주로 곰팡이(균류, 菌類, fungus)가 도맡아 한다.
균류 중에는 커다랗고 모양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버섯이다.
버섯은 고목이나 죽은 나무에 꽃처럼 피어나니, 목질부의 섬유소를 분해하여 먹고 산다.
버섯은 가는 팡이실(균사·菌絲)이 엉켜, 떼지어 모양을 갖춘 것이다.
다른 말로 버섯은 균사덩어리로 그것을 자실체(字實體)라 부른다.
식용하는 석이버섯, 느타리버섯, 송이버섯 등 어느 하나 곰팡이가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곰팡이를 먹는다?
버섯은 일반적으로 물이 90%, 탄수화물이 5%, 단백질이 3%, 지방 1%이고 나머지 1%는 무기물질과 비타민이다.
여기 무기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독버섯이 되고, 약버섯인 영지, 상황이 된다.
버섯은 홀씨(포자·胞子)로 번식한다.
금년에 떨어진 포자가 내년이면 그 자리에서 균사를 내어서 새 버섯이 태어낸다.
그래서 그 비싼 송이도 나는 곳에만 난다.
송이가 나는 자리는 자식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런데 그 포자를 땅바닥이나 나뭇가지가 아닌 곤충(벌레)에 뿌려버리는 것이 있으니 동충하초(冬蟲夏草)라는 버섯이다. 가을이 되면 일생을 마감한 벌이나 노린재, 거품벌레 등의 곤충이 풀 속에 널브러져 있다.
물론 살아있는 나방이의 유충인 송충이나 번데기에도 포자를 뿌린다.
우리나라에서 채집되는 동충하초는 약 20여종이 된다고 한다.
벌레의 겉껍질(외골격)은 주성분이 키틴(chitin)질로 아주 딱딱한 편이다.
여기에다 포자를 흩뿌리면, 포자는 효소(酵素)를 분비하여 껍질을 녹이고 몸 안으로 파고든다.
그런 다음 몸 구석구석에 균사를 뻗어 살을 속속들이 먹어치운다.
가을, 겨울에는 겉으로 보아 이들 곤충은 아직 멀쩡해 보인다.
동충(冬蟲)인 셈이다.
그러나 다음 해 여름에는 껍질을 뚫고 풀줄기 닮은 버섯대가 올라오니 하초(夏草)가 된다.
그래도 아직 껍질은 그대로 남아있으니 밑은 벌레요,
위는 버섯이 피어 있다.
예로 벌동충하초와 노린재동충하초의 줄기나 곤봉 모양의 머리꼴이 다르니 둘은 다른 종(種)이다.
요새는 누에 등의 곤충에 일부러 동충하초 포자를 심어서 단백질 먹은 버섯을 키우기에 이르렀다.
동충하초가 어디에 어떻게 좋은가는 논하지 않겠다.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약은 세상에 없더라.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은가.
가끔 세계 곳곳에 메뚜기(실은 풀무치 무리임) 떼가 기승을 부려서 곡식을 다 먹어치운다는 기사를 읽는다.
이때 동충하초 포자를 모아뒀다가 확 흩어버린다.
풀무치도 때려잡고 약도 얻는 일거양득이다.
버섯 하나도 예사로운 생물이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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