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만새기

영지니 2008. 7. 27. 11:18
만새기   
 

만새기


루어낚시로 낚아낸 만새기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만새기
●학명 : Coryphaena hippurus
●방언 : 만베기
●英名 : dolphin
●일본명 : 시이라(しいら, 死平)

따뜻한 바다의 수면 가까이 사는 습성을 지닌 만새기는 원래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물고기로 알려져 왔는데 통설로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이나 동해남부 일부 해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남해동부권인 욕지도 인근에서 만새기 파시가 설 만치 많은 자원이 몰려들었다는 소식이 낚시춘추(96년 10월호)에 실렸는가 하면, 심지어 동해안을 따라 멀리 강릉 앞바다까지 출몰하여 난데없는 만새기낚시 붐이 일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튼 최근 들어 만새기는 우리나라 해역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물고기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만새기는 해면을 빠르게 헤엄치며 먹이를 공격하는 습성을 지녀 어느 어종에도 뒤지지 않는 강렬한 손맛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낚시대상어로 급격히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
만새기는 흔한 물고기가 아닌 때문인지 사투리가 드문 편으로 남해동부 지방에서 ‘만새기’ 또는 ‘만베기’로 부르고 있다. 학명은 Coryphaena hippurus이며 속명인 Coryphaena는 그리이스어로 ‘투구(corys)’와 ‘두드러지다(phaino)’로서 앞쪽으로 넙적하게 돌출한 만새기의 앞이마를 상징하고 있다.

영명인 dolphin은 본래 돌고래를 일컫는 말이지만 영어사용권 문학 작품에서는 흔히 새치류나 만새기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여졌고, 일부 지방에서는 돌고래와 만새기를 돌핀으로 혼용하여 쓰고 있다. 또다른 영명으로 ‘dorado’가 있는데 이는 ‘황금색 물고기’란 뜻으로 살아 있는 만새기의 황금빛 몸색을 표현하고 있는 이름이다. 한편 태평양 주변 해역에서는 ‘마히마히(mahimahi)’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매우 강하다’는 의미(strong-strong)라고 한다. 그 밖에 독일·네덜란드에서는 ‘황금색 고등어’란 뜻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에서는 ‘바다의 말’이란 뜻의 ‘세퍼드(seapaard)’란 이름을 쓰고 있다. 일본에선 ‘시이라(しいら, 死平)’리 부르는데 그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특징
몸은 상당히 긴 타원형이며 옆으로 납작한 체형을 가진다. 이 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달리 ‘짱구’처럼 생긴 머리를 들 수 있다. 커가란 눈 위로 부풀어 오른 듯한 이마는 얼핏 귀엽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이마의 형태는 성어가 되면 암·수컷이 약간 차이가 있는데 수컷이 암컷보다 휘어진 각도가 크고, 암컷은 약간 부드러운 활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늙은 수컷은 이마가 많이 돌출한다.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몸색도 특징이다. 등쪽은 푸른 기운이 있는 녹색을 띠며, 배 부위는 광택있는 황금색을 가진다. 또한 몸에는 약 15∼20개의 남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몸색은 죽는 즉시 은회색으로 빠르게 바뀌며 광택도 사라지게 된다. 등지느러미는 머리 뒤에서 시작하여 꼬리까지 이어지는데 날카롭거나 단단한 가시는 없고 55∼67개 정도의 부드러운 줄기(연조)를 갖고 있다. 뒷지느러미 줄기는 25∼30개다. 체측의 비늘수는 200∼300개다. 몸 크기는 약 180cm다.

●분포·분류
만새기는 농어목(目), 만새기과(科, Coryphaenidae)에 속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두 종밖에 없다. 다른 한 종은 줄만새기(Coryphaena equisetis)로 만새기보다는 작은 종이며 몸길이가 90cm 정도다. 만새기와 줄만새기는 몸크기로 구분할 수 있으나 그밖의 다른 형태로 구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몸 높니, 등지느러미의 윤곽형태나 줄기수, 그리고 옆줄 비늘수 같은 일부 계수 형질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만새기는 등쪽 윤곽과 등지느러미 윤곽이 거의 직선인데 비하여 줄만새기는 그 윤곽이 약간 둥근 편이며, 몸 높이는 줄만새기가 만새기보다 조금 높다. 또 줄만새기는 몸길이가 체고의 3.4∼3.8배이다(만새기는 4.4∼5.0배). 한편 만새기는 배지느러미 바닥 부위에서 몸 높이가 가장 높은데 비해 줄만새기는 배지느러미를 약간 지난 뒷 부분에서 몸 높이가 가장 높다.

계수 형질로도 구분할 수 있다. 만새기는 등지느러미 줄기수가 55∼67, 옆줄 비늘수가 200∼300개인데 비하여 줄만새기는 등지느러미가 48∼59, 옆줄 비늘수 160∼200개다. 두 종 모두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편으로 우리나라 남해(동해)·일본 중남부 해역·중국·대만·남태평양·하와이 연안·지중해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다.

●생태
수면 가까이에서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를 쫓는 어종으로는 가다랑어·줄다랑어·청새치 따위의 참치 무리를 들 수 있으나 멋진 점프 실력과 화려할 정도로 아름다운 몸매까지 겸비한 만새기가 오히려 돋보인다 하겠다. 만새기는 몸형태나 몸색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큰바다의 표층을 누비며 떼지어 살아간다. 가끔은 바다 표층에 떠다니는 나무나 해초 아래에 모여 휴식을 하거나 이동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돌돔이나 방어·잿방어의 어린 새끼들이 떠다니는 해초 아래에 붙어 살아가는 습성은 잘 알려져 있는데 만새기도 어릴 때면 수면에 떠있는 해초 아래 모이며, 성장한 뒤도 떠다니는 나무등걸 같은 장애물 밑에 모이는 습성을 보이는 것이다.

만새기하면 빠른 스피드와 점프를 떠올릴 정도로 만새기의 헤엄속도는 빨라서 시속으로 치면 약 60km 이상으로 이동가능하다. 점프실력도 남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약 6m까지 뛰어오른다. 이처럼 빠른 헤엄속도나 점프 실력은 외양성이 강한 다른 대형 육식성 어종인 참치류·새치류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뿐만 아니라 먹이가 되는 작고 빠른 물고기를 잡아먹기에 유리하다. 가끔은 어선을 뒤쫓아오는 모습도 발견되는데 이는 어선에서 버려지는 먹이감을 쫓는 작은 고기들을 좇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새기는 몸이 60cm(가랑이 체장) 정도로 자라면 성숙하여 산란하게 된다. 산란시기는 해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개는 봄·여름(또는 연중)동안 이루어지며 산란기가 되면 연안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만새기의 산란습성은 뚜렷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한꺼번에 170∼600만개 가량의 엄청난 알을 낳는다. 어린 새끼 때는 표층에 떠다니는 해조 아래에 몸을 의지하여 이동하면서 성장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늦은 봄철 쿠로시오의 지류인 대마난류를 따라 북상하는 유조 아래에 있는 방어·잿방어·말쥐치 등의 치어와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성장·식성
만새기의 식성은 육식성으로 볼 수 있다. 먹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싶으면 닥치는대로 덤벼들어 상어의 탐식성과 비교되기도 한다. 주로 정어리·멸치·말쥐치 등 소형 어류와 오징어·게 등의 갑각류를 좋아하며 특히 날치를 즐겨 먹는다. 먹이 사냥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하여 단독으로 하기도 하지만 무리를 지어 있을 경우 서로 체측의 광택이 있는 점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집단으로 사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새기가 날치를 사냥하는 장면은 유명한데 날치가 날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공중으로 점프하여 낚아채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아니면 날치의 낙하 지점으로 미리 빨리 이동하여 있다가 수면으로 내려앉는 날치를 마치 야구경기에서 외야수가 공을 받듯이 입으로 삼키기도 한다. 성장은 서식하는 해역이 가지는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대체로 성장이 빠른 편이다. 태평양에 서식하는 만새기의 경우 만 1년에 체장은 48cm, 2년에 68cm, 4년에 108cm, 5년에 122cm로 조사된 바 있다.

●낚시
최근 우리나라 해역에서 만새기 자원이 광범위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만새기는 참치와 방어를 능가하는 새로운 트롤링 대상어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만새기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상당한 실정이며, 짙푸른 바다 위로 화려한 몸을 비틀며 튀어오르는 역동적 모습이 낚시광고에 자주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탐식성이 강한만큼 눈앞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에 저돌적으로 덤비는 속성이 있어 트롤링낚시 뿐 아니라 미끼를 이용한 일반 배낚시(민낚싯대, 릴낚싯대 이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배를 갈라보니 쇠못까지 튀어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개의 표층 육식성 어종이 그러하듯 물고기를 이용한 생미끼 뿐 아니라 반짝이는 비닐조각이나 작은 물고기 모양의 가짜 미끼(루어)에도 쉽게 달려들며, 심지어 갯바위낚시에 주로 쓰이는 크릴도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맛은 여름철에 좋은 편이며 살아 있는 놈은 생선회로 먹어도 맛이 있으나 살에 수분이 많은 편으로 쉬 물러지기 때문에 죽은 지 오래되면 좋지 않다. 미국에선 ‘가장 뛰어난 맛을 지닌 물고기(best-eating)’로 취급될 정도로 인기가 있어 굽거나 삶는 등의 여러 가지 요리법이 발달해 있다.

호주에서는 갈수록 만새기의 인기와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하에 양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서는 약 17kg정도의 대물급이 잡힌 적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만새기낚시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때문인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맛으로 가장 섹시(sexy)한 물고기라는 칭호를 가지는 만새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낚시의 주대상어로 자리잡을 날이 머잖지 않을까?

<표1, 만새기와 줄만새기의 비교>
구분 만새기 줄만새기
학명 Coryphaena hippurus Co equistetis
영명 dolphin, dorado pompano dolphin
일본명 しいら(시이라) エビスシイラ(에비스시이라)
크기 180cm 90cm
형태 · 몸이 얇고 가늘며 긴 타원형으로 측편되어 있다.
· 줄만새기보다 체고가 낮다(몸길이는 체고의 4.4∼5.0배).
· 몸의 등쪽면이나 등지느러미는 거의 직선형이다.
· 등쪽은 청록색, 복부는 광택을 띤 황금색이고 체측에 남색반점이 있다.
· 만새기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으나 체고가 높다(몸길이는 체고의 3.4∼3.8배).
· 몸의 등쪽면이나 등지느러미의 윤곽이 약간 둥근 편이다.
· 등쪽이 청록색, 배쪽은 은빛이 강하다.
등지느러미 줄기수 D.55∼67 D.48∼59
뒷지느러미 줄기수 A.25∼30 A.23∼29
옆줄 비늘수 200∼300 160∼200
분포 우리나라 남해, 동해남부 해역, 대만, 일본 중남부, 하와이, 지중해 등 온난한 해역. 만새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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