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참한 며느리가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참고 모른 척하고 살아왔지만 결국은 남은 것은 가슴속에 묵직한 화(火)병뿐이다. 화병은 말 그대로 화가 치밀다 못해 가슴에 쌓여 병이 된 것을 말한다. 이제 참는 것만이 미덕이 아닌 세상이 왔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의 수도 많이 늘어났다. 만병의 원인이 되는 무서운 화병의 원인과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치료법을 알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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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트레스를 풀어줄 통로가 많지 않은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그러나 요즘은 여성뿐 아니라 직장 남성, 학업에 치이는 학생들도 앓는 병으로 일반 인구의 4% 이상 보이는 비교적 흔한 만성 질환이다. 그러나 화병의 가장 큰 문제는 누구나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해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 분노가 계속 환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되면 혈압이 상승해 고혈압이나 중풍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화병으로 죽었다’는 옛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호일침 한의원’의 김광호 원장에 따르면 화병은 증상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심장에 열이 차는 경우, 두 번째는 간에 열이 차는 경우, 마지막으로 몸 전체에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즉 기가 막혀서 오는 경우가 있다. 각각의 원인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 치료도 세 가지로 나눠서 해야 경과나 회복이 빠르다. 실제 화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세 가지 다른 경우를 보면서 주증상과 치료법, 호일침 자극요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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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나친 근심 걱정으로 인해 심장에 병이 와서 화병이 된 경우였다. 「동의보감」에 보면 “憂愁思慮則 傷心 ” “悲傷心” 즉 ‘근심걱정을 많이 하면 심장을 상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사람들의 증상은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머리가 아프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 기분은 왠지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해진다.
음식은 맵고 짠맛,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도 피해야 한다. 식사는 담백하게 하고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열에 효과가 있으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구기자차가 좋다. 구기자는 화를 가라앉히고 불필요한 열을 식혀줘서 해열 작용이 뛰어나다.
구기자 8g에 물 두 사발을 붓고 반으로 줄 때까지 달인다. 아침저녁으로 나눠 물처럼 마시면 된다. 이 밖에도 열을 내려주는 성분이 있는 치자를 달여 마시는 것도 좋다. 치자는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팔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우울증이 있을 경우 완화시켜준다. 만드는 방법은 구기자차와 동일하다. 식사 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창포나 연뿌리 같은 것은 심장의 열을 끄는 성질이 있다.
▶ 식이요법 가슴 부근 열증이 생길 때는 목욕이 좋은 치료법이다. 아로마 오일 가운데 호호바 오일과 라벤더, 로즈메리 등을 적당히 배합한 것을 따뜻한 온탕에 5~8방울 정도 떨어뜨린 뒤 10분 정도 따뜻하게 몸을 담근다.
CASE 2 “명예퇴직… 정수리에서 열이 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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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술로 여러 해를 보내다 갑자기 뒷골이 뻣뻣해지면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머리 꼭대기에서 열이 나는 증상을 호소해 본 한의원을 내원했다. 이런 경우 종합적인 진단을 해본 결과 ‘怒傷肝’이라 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간이 상해 화병이 온 경우로 진단된다. 화병 하면 여성에게 많은 병으로 알려져왔는데 특히 환란 이후에는 감원,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이 흔들리면서 40~50대 남성들도 예외 없이 화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성취욕이 좌절되면서 빚어지는 욕구불만도 이 병의 원인이 된다.
간이 상한 경우에 동반되는 증상은 자주 앞이 깜깜해지면서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고 쉽게 충혈되고, 만성적인 허리 요통을 호소한다. 여자의 경우에는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자궁에 이상이 생긴다. 이때는 간의 열을 내리면서 피를 맑게 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최중만씨는 3개월 정도 침 시술과 약을 병행한 결과, 주위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짜증이 많던 성격이 많이 순해졌으며 피로감도 덜하고 안색도 밝아지는 좋은 효과를 얻었다. 또 그는 작지만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면서 소원해졌던 가족관계도 원만해졌다며 여간 좋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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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차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산이나 들에 핀 국화(감국:甘菊, 山菊)를 채취한다. 깨끗하게 씻어 말린 다음 꿀에 잰다. 꿀과 국화는 1:1이나 2:1이 좋다. 3,~4주 숙성시킨 뒤에 따뜻한 물에 타 마신다. 또 간 기능을 높이고, 간열을 내리는 데 결명자차와 당귀차를 추천한다. 부족한 간혈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CASE 3 “취업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니 살만 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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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애씨는 쌓이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기 시작했고 체중이 점차 늘면서 몸이 예전과 같지 않게 숨이 차면서 가슴이 답답해오고 속이 더부룩함을 느껴서 한의원에 내원했다. 이 경우는 스트레스 때문에 기운이 막혀서 삼초로 병이 들어와서 화병이 된 경우다. 이때는 자주 숨이 차고 배가 더부룩해지면서 소화가 잘 안 되며 전신이 잘 붓고 대변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또 통증 부위가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얼굴은 뜨겁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손발은 싸늘해진다.
이때는 삼초의 막힌 기운을 뚫어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그녀는 삼초의 기운을 소통시키면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한 결과 2개월째부터 눈에 띄게 부종이 사라지고 체중이 감소했다. 속병이었던 가슴의 답답함도 많이 해소됐다. 아울러 머리도 맑아져서 공부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제 그녀는 임용고시 합격을 향한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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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법은 말린 귤껍질은 가루를 내어 뜨거운 물에 타 마시거나 귤껍질을 곱게 채썰어 꿀에 재어두었다가 타 마시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껍질은 아무래도 농약 때문에 꺼림칙하다. 소금을 3% 녹인 물에 식초를 약간 넣고 귤껍질을 부드러운 수세미나 솔로 살짝 문질러 씻으면 농약 걱정은 없다고 한다. 올해 말린 것을 잘 보관해 1년 뒤에 사용하면 효과가 더 높다. 비위가 약해 구토와 메스꺼움이 잦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 차다.
화병 자가진단 테스트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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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두근거린다.
□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 깜짝깜짝 잘 놀란다.
□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 머리가 아프고 무겁다.
□ 잠이 잘 안 온다.
□ 눈이 침침하고 항상 피로하다.
□ 만사가 다 귀찮고 괜히 우울하다.
□ 불안하고 초조하다.
□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다.
□ 입안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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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도 많다. 예전에는 중년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도 온다. 그만큼 요즘 청소년들이 학업과 경쟁 심리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 화병이 생긴다. 화병 환자 수가 점점 많아지고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2. 서양에서도 화병을 인정한 것으로 안다.
불과 10년 전에도 양의사들이 화병이란 말에 거부감을 일으켰다. 화병이란 병 자체를 부정했다. 요즘은 병원에도 ‘화병 클리닉’이란 치료센터도 많이 생겼다. 동양의학의 이론이던 신경정신적 원인으로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3. 화병은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것 같은데?
증상은 같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르다. 갱년기는 간에 피가 마르면 오는 것이다. 피를 내보내지 않게 되는 폐경 이후에 바로 갱년기가 오는 것도 이런 이치다. 화병과 가장 큰 차이점은 화병은 걱정이나 근심 등이 제거되면 낫는 정신의 병이고 갱년기는 몸에 피를 보충하면 낫는 육체의 병이란 점이다.
4. 화병으로 생기는 병은 어떤 것이 있나?
무궁무진하다. 협심증, 심근경색, 빈혈, 안구 건조증, 생리불순 등을 들 수 있다. 화병이 심한 경우 정신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신병자 중에 한없이 중얼거리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도 화병으로 인해 생긴 열을 스스로 식히는 과정일 수 있다.
5. 중얼중얼 말하는 것으로 화를 내릴 수 있다?
화병을 예방하는 나만의 비법을 알려주겠다. 화가 치밀 때는 TV 볼륨을 켜놓고 ‘이 죽일 놈아~~!’ 하고 욕하는 것이다. 가슴의 열이 말을 통해 나가는 과정이다. 일이 안 풀릴 때 절로 한숨이 나는 것도 심장의 열을 식히기 위한 인체 방어력이다. 입으로 직접 욕을 하면 한숨을 쉬는 것보다 몇 배 이상 열을 식힐 수 있다(웃음).
6. 화병을 완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인체가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근본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병이 심할 경우 침을 30회 정도 맞아야 한다. 계절도 3개월에 걸쳐 서서히 바뀌는 것처럼 인체 체질의 변화도 최소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출처 : |
향기로운 세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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