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민물] 은어

영지니 2008. 7. 27. 14:04
은어   
 

은어


혼인색을 띤 산란기의 은어(위)와 강에서 세력권을 형성한 은어(아래).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은어
●학명 : Plecoglossus altivelis
●방언 : 은광어, 은구어, 치리, 열광어
●英名 : Sweet fish
●일본명 : 아유(アユ)
우리나라의 하천이나 저수지에 살고 있는 물고기 중에는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물고기들이 있다. 쏘가리·얼음치·산천어·쉬리·은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중에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고 있는 종이 있는가하면 극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종도 있다. 은어는 몸집이 작은 물고기지만 맛이 좋고 맑은 물에만 사는 예쁜 종으로 ‘동양의 특산어’라 할 수 있다.

●이름
은어는 방언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은 종 중의 하나로 전국적으로 ‘은어(銀魚)’로 통하고 있다. 그외 은광어(銀光魚), 은구어(銀口魚)(동국여지승람, 경상도지리지), 치리, 열광어 등의 이름을 갖고 있다. 중국에선 살에 향기가 있다하여 ‘향어(香魚)’ 또는 ‘유향어(油香魚)’로 부르며 일본에서는 ‘아유(アユ)’(點, 香魚, 年魚, 細鱗魚)로 불리고 있다. ‘아유’란 다른 학설도 있으나 ‘ア(=小)와 ユ(=白)’ 즉 희고 작은 물고기란 의미를 갖고 있다.

영명으로는 ‘향기를 갖고 있는 고기’란 뜻으로 ‘스윗피쉬(sweet fish)’ 또는 ‘스윗스멜트(sweet smelt)’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미국의 졸단박사가 일본에서 물고기 연구에 몰두했을 때 일본인이 가장 맛있다고 주장하는 은어에게 붙인 이름이라 한다(정문기, 1974). 그외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지나 영국에서는 일본명인 ‘아유(ayu)’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학명은 Plecoglossus altivelis인데 속명인 Plecoglossus는 그리이스어로 ‘주름이 있는(plekos)’+‘혀(glossa)’란 뜻이다. 이는 돌, 자갈에 붙은 부착조류(付着藻類)를 먹기에 알맞은 은어의 형의 형태를 묘사한 이름이다.

●특징
은어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독특한 입의 생김새와 수박향이 나는 살맛이라 할 수 있다. 은어의 입술은 마치 두 개의 막대기를 붙여놓은 모양인데 이 입술의 생김새로 다른 담수어와 쉬게 구별할 수 있다. 어릴때의 이빨은 성장함에 따라 식성의 변화와 함께 그 형태가 크게 변하게 되는데 바다에서 생활하는 6cm정도 크기까지는 원뿔니(conical teeth)를 갖고 있다가 성장하면서 점차 소실되고 은어 특유의 빗 모양 이빨(comblike teeth)를 갖게 된다<그림 1 참조>. 은어는 연어형 어류로서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기름지느러미를 갖고 있다.

체형은 가늘고 긴 편이며, 등이 어두운 청록색을 띤 회색이고 배쪽은 흰빛에 가까울 정도로 옅은 색을 띤다. 몸에는 매우 작은 비늘이 덮혀있어 매끄럽게 느껴진다. 체측의 비늘수는 149∼165개 범위이다. 등지느러미에는 10∼11개의 줄기가 있고, 뒷지느러미에는 14∼15개의 줄기가 있다. 꼬리지느러미는 상하로 갈라져 있는 형이다. 크기는 서식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대개 20cm전후이고 때로는 30cm가 넘는 놈도 있다.

●분포·분류
우리나라 수계에 서식하는 연어형 어류는 대부분 강, 하천과 바다를 오가는 종이 많다. 연어형 어류는 모두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 위치한 육질돌기 같은 기름지느러미를 갖고 있어 다른 그룹의 어류와 구별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종으로는 매년 가을이면 동해안을 찾아오는 연어외에 시마연어, 산천어가 있고 양식대상종인 무지개송어(연어과),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극지송어과) 등이 있다. 그외 최근 겨울철 낚시대상어로 인기가 있는 빙어(바다빙어과)와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뱅어류(뱅어과)들도 기름지느러미를 갖고 있다. 이 종들은 분류학상으로는 거리가 있다할지라도 기름지느러미를 갖고 있는 점이나 많은 종이 바다와 하천을 오가며 일생을 보내는 점은 공통된 특징이다.

은어는 은어과(科, plecoglossidae), 은어속(屬, plecoglossus)에 속하는 어종으로 1종만이 알려져 있다. 은어가 강에서 자기 세력권을 형성할 때에는 입의 생김새나 독특한 매끄러운 모습 등의 특징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시기, 특히 강으로 소상하기 전까지 바다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형태적으로 어미와 매우 차이가 나고 얼핏보면 멸치류의 새끼들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먹이를 잡아먹거나 적으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하여 영안 표층생활하기에 적당한 형태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은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대만, 일본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다만 은어는 맑은 물을 좋아 하기 때문에 오염된 하천에선 살지 않는다. 한강에서도 가끔 발견되고 있어 하천이나 강의 수질이 좋아지면 서식처도 넓어지고 양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1977)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압록강이 은어 분포의 북쪽 한계이다. 일본에선 혹카이도 天檩川·遊岵部 이남에 분포한다(魚類學, 1986). 이런 분포로 볼 때 은어는 동양의 특산어라 할 수 있겠다.

●생태
은어는 아시아 극동지방의 하천이나 댐에서 살고 있는 일년생 어종이다. 특히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질이 나쁜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으며 최근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환경지표종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되고 있다. 은어의 수명은 1년이지만 개체에 따라서는 2년까지 사는 놈도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선 월동하는 무리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은어는 대부분을 하천에서 생활하지만 아주 어릴적에는 바다로 내려가서 생활하며 연안에서 겨울을 지내면 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와 일생을 보낸다. 은어는 30cm전후로 자라 성어가 되면 바닥에 자갈이 깔린 산란장에 모여 산란을 하게 된다. 산란기가 가까워진 성어는 추성(追星)과 혼인색을 모두 나타나며 거의 몸 전체에 돌기가 생겨 꺼칠꺼칠해진다. 한편 혼인색은 등이 검어져 전체적으로 체색이 검어지고 옆구리는 적갈색을 띠게 된다.

하천에선 수온이 14∼19℃범위일 때가 산란기이며 수온이 갑자기 3∼5℃정도 낮아지면 이에 자극을 받아 산란이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선 7∼8월이면 추성이나 혼인색을 나타내는 개체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9∼10월이 산란기이다. 이 산란기는 하천이나 댐 등 서식처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지방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산란은 보통 오후 4시부터 8시경까지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한낮이나 한밤중에도 이루어진다. 산란기에는 암, 수컷이 떼를 지어 모여들고 수컷의 구애행동은 산란중인 암컷의 생식공(生殖孔)에서 나오는 물질에 의해 자극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란, 방정이 끝난 은어는 대부분 죽고 만다. 산란기 중에도 먹이는 먹지만 완숙된 암, 수컷의 몸은 알과 정자를 만들기 위해 90%의 지방과 40%이상의 단백질이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한번의 산란으로 생을 마치는 것이다.

은어의 알은 독특한 부착막을 갖고 있어 산란 후 자갈, 모래 등 부착 기지에 강하게 붙는 성질을 갖고 있다. (양식을 위해 알을 받을 때에는 모기망 등으로 만든 부착판을 사용하여 적당한 밀도로 붙어야 부화율이 높아진다) 암컷 한 마리는 2∼12만개의 알을 갖고 있으며 수정란의 지름은 1mm전후이다. 은어의 수정란은 12∼20℃범위에서의 수온에서 부화가 가능하며 15℃에서 17∼18일 만에, 20℃에서 약 10일만에 부화한다. 부화 직후 은어 새끼는 4∼7mm이며 몸은 가늘고 긴 형으로 배에 조그만 난황을 한 개 갖고 있다. 부화후 3∼4일만에 난황를 거의 흡수하여 전장 15mm정도에서 지느러미의 윤곽이 나타난다. 전장 25mm부터는 몸의 형태가 바다의 멸치류의 어린 새끼와 닮은 형을 띠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지느러미의 줄기가 발달한다.

은어는 부화한 후 바다로 내려가서 겨울을 난 후 다시 강으로 소상하는데 어린 은어의 형태는 이처럼 바다에서 사는 시기에 적응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멸치류의 새끼를 닮은 이 시기의 은어는 성장함에 따라 항문이나 지느러미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 특징를 갖고 있으나(멸치형 어류의 새끼는 성장하면서 항문, 지느러미 위치가 이동한다.) 몸이 가늘고 길며 흑색소포가 거의 없고 입이 뾰족한 점등은 바다의 표층을 떼지어 다니는 멸치형 어류의 새끼와 매우 흡사하다.

이처럼 어린 시기에 바다생활을 하는 은어이기 때문에 은어는 부화직후부터 해수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개 10∼12월 사이에 바다로 내려가며 하구를 벗어난 은어 새끼는 멀리는 수십km까지 이동한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하천 수온이 10℃이상으로 되는 3∼6월 사이인데 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시기쯤이면 은어 고유의 형태를 거의 갖추게 된다. 이때의 크기는 대개 4∼9cm정도이며 큰 개체부터 소상하기 시작하여 5cm이하크기는 맨 나중에 소상한다. 일단 강으로 돌아온 은어들은 돌에 붙은 부착 조류를 핥아먹으며 성장하는 이 시기에 은어 특유의 ‘텃세’를 부리는 놈들이 나타난다. 세력권을 형성하고 텃세를 부리는 은어는 형태적으로 3가지 특징을 갖게 된다.

첫째, 가슴지느러미 기부 뒤쪽에 긴 타원형의 노란색 무늬가 나타나고 둘째, 등지느러미가 길어지며 검은색을 띠고 셋째, 기름지느러미 끝부분이 맑은 오렌지색으로 바뀐다. 강바닥의 조류를 먹으며 성장한 은어는 7∼8월이면 30cm정도의 대형급도 출현하며 산란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추성이나 혼인색을 나타나게 된다.

●낚시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에서 즐길 수 있는 은어낚시는 조용한 호숫가나 만성이 흐르는 갯바위에서 즐기는 낚시와는 다른 묘미가 있다. 그야말로 청천옥수에서 즐길 수 있는 낚시가 바로 은어 낚시이다. 은어낚시는 은어가 바다로 내려갔다가 하천이나 강으로 소상하면서 시작되어 산란기전까지 계속되는데 낚시방법은 다양한 편이다.

은어낚시중 가장 특이한 것은 ‘씨은어 놀림낚시’이다. 하천으로 올라온 은어가 자기 영역권을 지키려는 텃세 행동을 이용한 방법으로, 은어 한 마리를 미리 낚시에 꿰어서 낚고자하는 은어의 세력권에 넣고 놀림으로써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시켜서 낚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상당한 기술을 요하는 낚시 방법이지만 시원한 여울에 발을 담근 채 즐길 수 있는 여름 피서 낚시로 인기가 있다.

일단 씨은어를 확보하여 콧구멍과 뒷지느러미를 고리와 낚시로 꿰어 고정시키는데 이때 가능한 씨은어가 오랫동안 살아있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텃세를 부리고 있는 은어는 하천 바닥 자갈 표면에 나있는 은어의 이빨 자국을 보면서 찾아다닐 수 있다.

또 다른 낚시 방법은 생미끼나 가짜미끼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개 어린 은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생미끼로 고기살, 지렁이, 구더기 등이 쓰이고 가짜 미끼로는 ‘파리낚시’ 또는 ‘바늘낚시’가 주로 사용된다. 이 외에는 은어 훌치기 낚시가 있으나 주로 전문 은어채포업자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아무튼 한여름 수박향이 은은히 나는 은어는 낚는 맛 못지 않게 먹는 맛도 좋은 고급 어종이다. 최근 은어낚시는 우리나라에서도 육봉형 은어가 서식한다는 사실(안동댐)이 알려지면서 (일본에는 비파호(琵琶湖)은어가 육봉형으로 유명하다.) 낚시터가 한결 넓어진 느낌이지만 워낙 맑은 물을 좋아하는 어종이므로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는 일부 하천에선 점차 종의 존재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약 15년 전부터 은어양식 기술이 발달하여 많은 양의 양식산 은어가 유통되고 있어 미식가들에겐 기쁜 소식이 되고 있다.

<표1> 은어 자·치어와 성어의 형태 및 식성비교
성장단계 자·치어 미성어-성어
서식장소 하천→바다→하천 하천
서식계절 가을→겨울→봄 봄-가을
크기 4mm∼90mm 90mm∼300mm
형태 -가늘고 길며 투명하고 흑세포는 창자를 따라 발달
-멸치류의 새끼와 매우 유사하다. 전장 20mm크기부터 기름지느러미의 윤곽이 뚜렷해져서 멸치형 어류와 구분된다.
-성장에 따른 지느러미의 위치 변동은 없다.
-60mm가 넘어서면서 체폭이 조금 넓어지고 은어의 체형을 갖추기 시작
-85mm정도 되면 톱니모양의 이빨을 가지고 은어턱의 특징이 발달.
-세력권을 형성하면 가슴지느러미 뒤에 노란색 반달형무늬가 나타난다.
-산란기가 되면 혼인색를 띤다.
식성 -난황흡수 후에는 소형 플랑크톤을 주로 먹는다.
-바다에선 소형 플랑크톤, 오징어류, 패류 등
-부착조류를 주식으로 한다.(남조류, 규조류)
이 시기엔 텃세가 심하다.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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