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민물] 열목어

영지니 2008. 7. 27. 14:05
열목어   
 

열목어


강원도 진동계곡에서 94년 6월 채집한 열목어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열목어
●학명 : Branchymystax lenok
●방언 : 열목이·열묵이·산티·졸티·고드라치
●영명 : manchurian trout
●일본명 : 極地 (kyokuuchi-masu)
●중국명 : 細鱗魚

물고기 중에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종이 있는 갓 하면 얼음이 얼 정도로 차가운 물에서도 잘 견디는 종들이 있는데, 후자는 수온이 20。C 이상의 수역에선 대개 살 수 없으며 '냉수성 어류'라고 불리운다. 우리 나라의 동해안으로 회귀하는 연어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며 무지개 송어·산천어(참송어)등 몇몇 종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개 바다와 하천을 오르내리면서 살거나 차가운 계곡에서만 살아가는 열목어 역시 이들과 비슷한 연어와 어류중 하나이며, 일부 지역은 열목어 서식지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 고 있다.

●이름
'동국여지승람'과 '전어지'에는 열목어를 '여항어(餘項魚)' 또는 '이항어( 項魚)'라고 기재하고 있으며, 한국어도보(정문기, 1977)에는 '열목어'로 기재되어 있다. 열목어는 '눈에 열이 있는 물고기'란 뜻으로 함경도에선 열목어의 눈에 열이 많아서 붉게 보이며 그 열을 식히려고 차가운 계곡으로 올라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진다(어류 박물지에서). 그 외 '연목어(蓮目魚)', '산치', '졸티', '고드라치' 등의 방언(대개 북한지방)이 있다. 영어권에서는 'manchurian trout', 일본에선 'kyokuchi-masu', 중국에서는 비늘이 작은 고기 라 하여 '(細鱗魚)'라 부르고 있다.

열목어의 학명은 피터대제의 극동자원 조사 탐험대가 시베리아에서 그 껍질 표본을 얻어 가 지고 간 후, 소련 학자들에 의하여 신종으로 소개되면서 붙여진 것으로, 러시아에서 불리우 는 이름 lenok을 써서 Branchy-mystax lenok 으로 통용되고 있다.

●특징
열목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눈이 붉은 색을 띤다 (실제 실물을 보면 빨간 색이 아니고 주홍색 또는 주황색으로 보인다. 이는 눈에 열이 있어서가 아니고, 열목어 눈의 홍채의 색이다). 전체적인 형태는 날씬한 편이고 산란기에는 체색이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해져 매우 아름 다운 물고기라 할 수 있으며, 보통 때에는 황갈색 바탕에 작은 검은 점이 산재해 있다. 물 속에서 보면 아래턱이 하얗게 보이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열목어가 계곡의 큰 바위 밑에 숨어 있을 때에도 어두운 물 속에서 희미한 흰색 턱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열목어의 날씬 한 체형·체색은 다른 연어·송어류와는 또 다른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조선시대 에는 우리 나라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상징하는 물고기로 귀하게 취급되었었다.

대부분의 연어·송어류의 새끼들에서 볼 수 있는 체측의 막대모양무늬(PARR무늬)가 어린 열목어에서도 나타나며 성장함에 따라 없어진다. 등지느러미에는 13∼14개, 뒷지느러미에는 12개의 줄기가 있으며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 미 사이에는 육질 돌기인 '기름 지느러미'가 있다. 크기는 20∼30cm급이 흔하지만 큰놈은 60∼70cm급도 있다. 어미로 알을 갖는 크기는 정확 히 조사되지 않았지만 대개 30cm정도이면 성숙한 알을 받을 수 있으며, 크기가 작은 개체 의 경우 인공채란을 하면 수백 개의 알을 받을 수 있다. 크기가 큰 개체일수록 알 수는 많 으며 한 마리가 약 2∼3천개의 알을 갖는다.

열목어의 알은 노랑색(또는 옅은 노랑, 옅은 주황색)을 띠며, 크기는 어미에 따라 조금씩 다 르지만 지름이 4∼5mm로 물고기의 알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다(대부분의 연어·송어류는 비교적 큰 알을 낳는다). 수정후 발생속도는 대개 수온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온 5∼8˚C에서 약 한달 만에 부화하였 다. 갓 부화한 열목어 새끼는 배에 커다란 난황을 달고 바닥에 누워지내는 데 길이는 1.4∼ 1.5mm이다. 태어난 후 난황을 흡수함에 따라 점차 운동력이 활발해지고 부화 후 7일이 지 나면 난황을 거의 흡수하고 바닥에서 수면이나 증층으로 떠오르며 이때부터는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부화했을 때는 몸이 거의 투명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흑갈색, 흑색점이 발달하여 부상할 때쯤이면 등쪽이 흑회색을 띤다.

열목어 새끼는 대부분의 다른 연어류와 마찬가지로 체측에 막대모양의 무의 즉, PARR무늬 가 나타나며 이 무늬는 무지개송어나 산천어에 비하면 가늘고 긴 막대모양으로 5cm급이면 8∼12개가 보인다. 7∼8cm급의 새끼는 PARR무늬를 제외하면 체형, 체색, 지느러미(주황, 주홍색)등 대부분 특징이 어미와 비슷하게 갖추어진다.

어린 열목어는 계곡 약간 후미진 여울이나 흐름이 늦은 나무그늘아래 여울에 흩어져 살아가 며 수서 곤충의 어린 애벌레 등을 먹고산다. 열목어는 자기 새끼도 잡아먹기 때문에, 어린 새끼들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다른 생물(어류뿐만 아니라 조류 등도 포함)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할 뿐 아니라 같은 종인 열목어 큰놈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어린 시기를 지낸다.

차가운 수온환경 하에 비교적 풍부하지 못한 먹이(어류종류)사이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화해 온 결과, 열목어는 자신이 낳은 새끼들 일부를 먹이로 사용하면서 차갑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 남는 습성을 획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식성·성장
열목어는 강한 육식성을 나타내는 종으로, 수서 곤충, 작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육상곤충, 작은 동물 등을 잡아먹는다. 비교적 적은 수량, 낮은 수온, 풍부하지 못한 먹이 생물 환경 속에서 일생을 자라는 열목어지만 큰놈은 60∼70cm로 성장하는 육식성 어종이므로 큰 몸집으로 자라고 또 그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강한 포식성을 갖고 있다. 특히, 자신의 새끼를 위 속에서 자주 볼 수 있음은 이들이 부족한 먹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동족을 잡아먹는 습성을 오래 전부터 획득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동족포식식성은 먹이대상 생물상이 단순하고, 만날 확률이 적은 외양에서 살아가는 가다랑어, 참치 류에서도 볼 수 있다. 열목어는 성장이 비교적 늦은 편으로 1년만에 15∼18cm, 2년만에 25∼30cm로 자란다. 인공 적인 환경에서는 좀더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분포·분류
열목어는 연오목(目, Salmoniformes), 연어과(科, Salmonidae)에 속하며 ('한국어도보'에는 극지송어科, Coregonidae에 포함시키고 있어 최근 분류학적 재 검토가 되고 있음.), 우리 나라 연어형 어류에는 총 12∼13종이 기재되어 있으나 많은 종들이 북한에만 서식하고 있다.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종은 열목어를 비롯하여, 연어·곱사연어·산천어(시마연어)·무지개송 어·은연어(양식/도입종)정도이며 우레기·자치·홍송어·사루기·곤들매기 등은 북한지역 에 서식하고 있다. 최근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는 무지개송어와는 날씬한 체형, 황갈색 몸, 점 없는 꼬리지느러 미 등으로 구별된다(<그림1> 및 <표> 참조).

열목어는 우레기(B.coregonoides)와 함께 Brachymystax속(열목이속)에 속하며, 유럽이나 북 미대륙에선 볼 수 없고, 시베리아·북만주 등 아시아에서도 북부의 추운 지방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남부지방에선 볼 수 없으며 압록강·청천강·대동강·한강·장진강·두만 강·성천강·함남강·낙동강 등의 상류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열목어 의 남쪽 한계 분포수역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낙동강 상류지역인 경북 봉화군 석포리·대 천리·고선리 부근수역은 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수역중 가장 남쪽 수역이라 할 수 있다('한 국어도보'(1977)에는 섬진강 상류지역인 전북 지안군 백운면 임하리, 팔공산 서쪽 계곡에도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다고 기재되고 있으나 필자가 직접 확인해 보지 못했다.)

열목어의 서식분포를 보면 우리 나라가 고대에 북만주와 함께 냉수대(冷水帶)에 포함되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 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다(어류박 물지). 지금은 강이나 하천의 상류에서만 볼 수 있지만 아마 그 당시 큰 강의 넓은 수역을 지배하고 있었던 포식자중의 하나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생태
열목어는 다른 연어류와는 달리 바다로 회유하지 않고 일생을 담수에 지낸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이기 때문에 항상 찬물이 풍부히 흐르는 계곡의 소(沼)·여울에 서식한다.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에는 수목이 우거져 그늘이 지고 차가운 계곡수가 흐르는 계곡, 상류수역에 서식하다가 겨울철이 되어 수온이 하강하고 얼음이 얼면 상당히 하류쪽으로 멀리 이동하여 내려온다.

오대산 수계의 열목어는 겨울이면 금강연 하류의 수계까지 내려오며 이른봄이면 상류로 이 동하기 시작하여 여름에는 깊은 소(沼) 바위 밑이나 그늘진 곳에서 지낸다고 한다. 강원도 인제군 현리의 진동계곡에 서식하는 열목어도 여름에는 최상류 수역으로 이동하여 지내다가 겨울에 계곡이 얼고 수온이 하강하면 내린천 부근까지 이동해 내려온다고 한다. 열목어는 얼음 밑에서 지내면서 배속의 알을 키워서, 봄이 되어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상류 의 산란 장으로 이동한다. 열목어의 산란장은 수심이 30∼70cm정도이고 바닥에 모래자갈이 섞인 곳으로 물살이 너무 세차지 않는 곳이다.

산란기는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필자가 지난 몇 년간 다녔던 강원도 인제 진동계곡이나 경북 봉화 수역은 대개 3∼4월이 산란 성기에 해당되었다(올해 경북 봉화에선 4월중에 건강하게 성숙된 알을 모두 채란할 수 있었다).

●낚시
열목어는 황쏘가리·무태장어·어름치어와 함께 우리 나라 특산어종 또는 보호어종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낚시 대상어종으로 연구된 바는 없다. 그러나 몇 안되는 계류낚시 대상 수역에서 무지개 송어·산천어를 루어· 플라이 낚시로 낚다보면 가끔 만날 수 있는 종이다(낚였을 때 가능한 한 상처내지 않도록 조심하여, 다시 방류하여야 겠다).

열목어는 잠시 따뜻해지는 지구 환경 속에서 자신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찾아 점점 더 상류쪽 수역에 고립되어 살아가야 하는 어종 중의 하나이고,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몇 안되는 원시림 속의 계곡에서 그 종족을 유지하고 있는 종이다.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는 가뭄과 개발에 의한 서식처 파괴 등은 이들 종이 살고 있는 마지 막 얼마 안 남은 계곡 환경마저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1930년 일본인 기자에 의하 여 조사된 얼마 안 남는 생태적 자료와 십 수년전 호림수산의 백윤걸 소장의 양식실험결과 일부를 제외하면 기초든 응용이든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고, 일부 수역에서의 종 보호는 시급한 실정에 있다.

최근 학계나 민간 단체에 의하여 자연보호 및 민물고기 보호운동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고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는 지역의 마을 청년단체나 주민단체에 의하여 보호활동이 활발히 이 루어지고 있다. 또, 관심 있는 몇몇 어류 학자들이 생태조사에 착수하였다는 소식이 있고, 필자 역시 몇년전부터 이들 종에 대한 연구를 추진해 왔었다. 작년에는 경북 봉화지역에서 관심이 있는 몇 분 덕분에 재작년 채집한 어미를 포함한 성숙개체로부터 알을 받아 부화 성장시키면서 연구를 진행 할 수 있었고, 수천 마리는 강원도, 경북 일부 계곡에 방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면을 빌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열목어에 사랑을 쏟고 계시는 경북 봉화 의 정오스님과 홍주선님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자연보호는 어떤 세미나나 선전 홍보물과 같은 것만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대상에 대 한 진실한 사랑과 관심에서부터 우러나온 사랑의 실천'만으로 되어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열목어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신 이분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아울러, 앞으로 열목어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운동 및 연구의 진행결과로 더 이상 보호하지 않아도 된 정도의 자연자원이 증식되길 빌며, 그 시점이 오면 이들의 낚시대상어종과 양식 대상어종으로서 개발, 이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고픈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표> 열목어와 무지개송어의 형태 비교
열목어 국명 무지개송어
Branchy mystax lenok 학명 Oncorhynchus mykiss
gluttonous goby 영명 longchin goby
極止 (kyokuchi-masu) 일본명 니지마스(ニジマス)
細鱗魚 중국명 -
열목이*, 열묵이, 산티, 졸티, 蓮目魚, 餘項魚, 댓잎, 산티, 총각이, 고드라치, 고또라치 방언 송어, 석조송어**, 강송어
70cm 크기 80cm
치어기:
-몸이 가늘고 긴 편이며 전체적으로 황토색을 띠고 각 지느러미는 아름다운 주황 또는 주홍색을 띤다.
-체측에 긴 막대모양의 parr무늬가 나타나며, 성장함에 따라 소실된다.
성어:
-황갈색 바탕에 조그만 검은 점이 산재한다. 송어에 비하여 가늘고 긴 형이다.
형태 치어기:
-몸이 열목어에 비하며 통통한 편이며 전체적으로 초록색이 강한 황록색을 띤다.
-체측에 타원형의 parr무늬가 8∼12개 있으며, 성장함에 따라 점차 소실된다. 1살이 되면 없어짐.
성어:
-청록색을 띠며 체측 중앙에 붉은 색 띠가 나타난다.
등지느러미(D). 13∼14
뒷지느러미(A). 13
지느러미줄기수 D. 10∼14
A. 10∼12
우리 나라 각 하천의 상류(경북 봉화군 소천면 부근이 남쪽 한계 분포지역이다). 시베리아, 유럽, 북미 분포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호주, 우리 나라 하천상류***

** : 한국도보(1977)에 기재된 이름이나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 : 방류 및 방식에 의해 자연 분포 수역이 증가 중.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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