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바다] 용치놀래기

영지니 2008. 7. 27. 20:36
용치놀래기   
 

용치놀래기


용치놀래기 수컷(위)과 암컷(아래).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용치놀래기
●학명 : Halichoeres poecilopterus
●방언 : 술뱅이·수멩이·용치·술미
●일본명 : 규센(ギュウセン)

여름이 오면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상승하는 수온과 함께 연안으로 몰려든다. 대표적인 여름 어종으로는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만날 수 있는 벤자리를 비롯, 참돔·혹돔·복섬 등과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놀래기류를 들 수 있다. 놀래기류는 겨울에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 외줄낚시에서 황놀래기를 낚을 수 있는 것이 고작이나 여름이 되면 연안 갯바위나 섬바위짬에서 용치놀래기·놀래기·어렝놀래기·황놀래기 등으로부터 혹돔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체색의 현란한 놀래기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혹돔’은 분류학상 놀래기과(科)에 속한다)

이들 놀래기과 어류는 대부분 따뜻한 바다에서 살고 있어 그 분포가 대부분 남해안에 치우쳐 있으며 그중 일부 종은 제주도 연안이나 한여름 남해안에서 만날 수 있다. 따라서 놀래기류 전체가 여름 고기 또는 온대성 중에서도 아열대성 어류에 가까운 그룹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름
놀래기류의 이름은 지방에 따른 큰 차이 없이 ‘놀래기’란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데, 지방에서 부르는 방언을 그대로 쓰거나 그 뒤에 ‘놀래기’를 붙여 표준명이 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용치놀래기는 용치·고생이·수멩이·술미·술뱅이 등 비교적 방언을 많이 갖고 있으나 참놀래기·실놀래기·놀래기·비단놀래기·무지개놀래기는 그냥 ‘놀래기’ 또는 표준명 그대로 쓰이고 있으며, 고생이·각시고기 등으로 불리는 고생놀래기나 어렝이로 불리우는 어렝놀래기 등은 지방 방언에 놀래기를 붙여주면 표준명이 된다. 즉 놀래기류는 산업적으로 크게 중요한 종은 아니었지만 지방명을 잘 파악한 뒤에 표준명이 명명된 물고기 그룹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놀래기과의 과명(Labridae)으로 쓰이는 ‘labros’는 그리스어의 물고기 이름이지만 실제 어느 어종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용치놀래기가 속한 Halichoeres속(용치놀래기 속)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얕은 바다’와 ‘새끼돼지’의 합성어이다. 한여름 미끼를 집요하게 물어뜯는 용치놀래기의 특성을 돼지 식성으로 비유한 것이지, 아니면 앞으로 내민 입 모양을 돼지주둥이에 비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적절한 이름으로 생각된다. 또 고생놀래기의 속명인 Thalassomasms 그리스어로 ‘녹색 가지’와 ‘몸’의 합성어로 이 종의 체색이 초록색을 많이 갖고 있는데서 유래한 것이다.

놀래기류의 일반적인 영명(英名)인 ‘wrasse’는 옛 방언에서 유래한 것으로 ‘늙은 아내’란 뜻을 갖고 있다. 사당놀래기류를 지칭하는 ‘hogfish’는 ‘돼지와 같은 고기’란 뜻이다. 프랑스에선 ‘입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labre’(라부르)로 부르고 있고 독일·네덜란드·소련 등지에서도 ‘두터운 입술을 가진 물고기’란 이름으로 Lippfisch(독일)·Lipvis(네덜란드)로 부르고 있다. 중국명은 降頭魚, 일본명은 베라(べラ)이며, 용치놀래기는 체측에 8∼9개의 점으로 된 세로무늬가 있다하여 ‘9線(ギュウセン)’이라 부른다.

●특징
놀래기류의 특징은 서양에서 붙여진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독특하게 생긴 날카로운 이빨(그림1 참조)을 가진 두터운 입술을 들 수 있다. 약간 돌출된 듯한 입술과 약간 휘어져 있으며 매우 강한 송곳니 모양의 이빨은 그들의 강한 탐식성을 잘 나타내어 준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놀래기류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무면 용치놀래기·황놀래기·혹돔 등이 속한 놀래기과(Labridae)와 비늘돔·파랑비늘돔이 속한 파랑비늘돔과(Scaridae)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그룹은 이빨의 형태로 크게 특징 지을 수 있다. 즉, 놀래기과에 속하는 종들은 모두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니(canine-like teeth)를 갖고 있는데 비해 파랑비늘돔과에 속하는 종들은 복어나 쥐치처럼 유합된 앞니(incisor-like teeth)를 갖고 있다.

놀래기류의 몸은 긴 타원형으로 측편되어 있으며 등지느러미는 하나로, 머리뒤에서 시작하여 꼬리자루까지 이어지고 뒷지느러미는 항문 뒤에서 시작하여 등지느러미가 끝나는 꼬리자루까지 이어진다. 꼬리지느러미는 상, 하엽이 없이 끝이 약간 둥근 형이다.

놀래기류의 또 하나의 특징은 암컷과 수컷의 체색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대개 수컷의 체색이 화려한데, 암· 수컷의 색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때는 같은 종이 완전히 다른 종으로 인식된 적도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 남부지방에서 가장 흔한 용치놀래기의 수컷은 청색 바탕에 가슴지느러미 기저 뒤쪽에 큰 흑색 반점이 있고 체측에 황갈색 세로선이 그어져 있으나, 암컷은 살색 바탕에 가슴지느러미 뒤쪽에 큰 점이 없고 주둥이 끝에서 눈을 가로질러 꼬리자루까지 흑갈색 세로띠가 있으며 이 세로줄의 등쪽으로 세줄, 아래쪽으로 네줄의 적갈색 점 세로무늬가 있다(그림2 참조). 이러한 체색의 큰 차이 때문에 1900년 초반에는 암·수컷을 각각 ‘황놀래기’, ‘청놀래기’로 부르며 다른 종으로 취급했던 적이 있다(정, 1977).

놀래기의 또 한가지 특징은 ‘잠버릇’이다. 물고기들은 대개 눈꺼풀이 없어 눈을 뜬 채 수중에 머물면서 수면을 취하지만 용치놀래기류는 모래 바닥을 파고 들어가 잠을 잔다. 용치놀래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놀래기들은 저녁때가 되어 어두워지면 잠 잘 곳을 찾기 시작하여 곧 머리를 눕혀 모래바닥을 파고 2∼3m 아래로 들어간다. 그대로 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해뜨기 약 40분전에 모래에서 머리를 내밀고 눈을 굴리면서 주위를 살핀 후 기상해야 할 시간인가를 생각해보고 머리부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분포·분류
놀래기는 온대성 물고기로서 우리나라 중남부해 특히 남부해에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일본·동중국해·남중국해·필리핀 해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놀래기류는 농어목(目), 놀래기과(科)에 포함된 폭놀래기아과(亞科)의 4종, 갓놀래기아과의 9종, 체리놀래기아과의 2종을 포함하여 총 15종이 우리나라에 보고된바 있고(정, 1977), 최근 이 외에 청소놀래기(일명 기생놀래기 : 1944년 춘계 어류학회에 미기록종으로 보고)와 같은 미기록종이 확인되고 있다. 낚시인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종은 혹돔·용치놀래기·황놀래기·놀래기·어렝놀래기 등이다. 혹돔은 대형급 여름 갯바위 낚시대상어로서, 황놀래기는 볼락·열기 외줄낚시에서 흔한 놀래기류로서 잘 알려져 있고, 용치놀래기·어렝놀래기·놀래기 등은 남해안과 제주도 해역의 연안 갯바위 낚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이중 놀래기속(屬, Halichoeres)에 속하는 종들은 형태가 매우 유사하여 오랫동안 종간·암수간에 혼돈이 되어 왔다. 낚시로서 흔히 낚을 수 있는 놀래기류의 형태적 특징을 비교해보면 <표1>과 같다.

크기로 보아서 거의 1m까지 자라는 혹돔은 다른 종과 쉽게 구분되며, 혹돔의 어린 새끼는 체측에 흰색 세로줄을 갖고 있다. 배·등·뒷지느러미에 검은 점을 갖고 있어 성어와는 다른 형태를 보인다. 놀래기속에 속하는 용치놀래기와 놀래기는 체색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연안에서 가장 흔한 용치놀래기의 수컷은 초록색이 짙고 가슴지느러미 기저 뒤에 큰 흑색점이 있으며 암컷은 수컷과는 전혀 달리 살색바탕에 흑갈색 세로띠를 갖고 있어, 전체적으로 그만큼 화려한 무늬가 없는 놀래기와 구별된다. 황놀래기는 놀래기중에서 몸이 넓적한 편이고 꼬리지느러미 가장자리 윤곽이 일직선형인 것이 큰 특징이다. 제주도 연안에 많이 서식하는 어렝놀래기는 흑자색의 수컷이 길게 연장된 1, 2등지느러미를 갖고 있어 다른 종과 쉽게 구별되며 암컷은 황적색, 황록색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이 놀래기 무리들은 종간의 차이점보다 오히려 암컷과 수컷의 차이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는데 화려한 수컷의 색이나 무늬는 정소(精巢)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작용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
놀래기들은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여 ‘여름고기’로 알려져 있다. 용치놀래기는 겨울이 되면 바닥 모래 속에 들어가 동면(冬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3∼4월이 되면 모래 속에서 나와 활발히 활동한다.

용치놀래기의 수컷은 몸이 크고 청록색을 띠어 ‘청놀래기’로 불리면서 ‘황놀래기’로 불리우는 암컷과는 다른 종으로 취급되어 왔으나 암컷이 성장함에 따라 ‘청놀래기’로 바뀐다는 사실, 즉 성전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져 같은 종으로 취급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용치놀래기는 생후 성장함에 따라 처음에는 암컷으로 성숙한 후 다시 수컷으로 바뀌는 성전환형(자성선숙 : 雌性先熟)이다. 그것이 용치놀래기의 수컷 모두가 암컷보다 덩치가 큰 이유라 하겠다. 이같은 성전환형은 수컷으로 먼저 성숙한 후 암컷으로 바뀌는 감성돔이나 까지양태의 ‘웅성선숙(雄性先熟)’과 정반대 현상이다.

●식성·성장
놀래기류는 대단한 탐식성을 갖고 있어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 무리라 할 수 있다. 여름철 연안에 몰려온 놀래기들은 갯지렁이류·새우·게·조개 등을 닥치는 대로 먹는다. 입은 작은 편이지만 강한 이발을 갖고 있어 먹이를 끊어 먹거나 갉아먹는다. 용치놀래기의 성장은 정확한 조사자료가 없으나 자연상태에서 채포되는 크기로 미루어 1년에 10cm급 전후로 성장함을 추정할 수 있다.

●낚시
‘술뱅이’, ‘술미’, ‘놀래기’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 용치놀래기는 먹이를 따먹는 선수(?)로, 감성돔·참돔·혹돔 등 대형어를 노릴 때에는 귀찮은 존재로 취급되기도 한다. 한편 볼락 외줄낚시에 낚이는 황놀래기 역시 잡어 취급되기도 하지만 비교적 덩치가 크고 일단 낚시에 걸리면 저항하는 힘이 강해 손맛이 좋은 편이다. 용치놀래기도 10cm 전후의 어린것은 귀찮은 존재로 취급되지만 25cm전후의 대형급, 특히 수컷은 화려한 외모와 어울리게 힘도 좋아서 ‘놀래기낚시’를 즐기는 동호인도 많다.

붕어낚시에 낚인 뱀장어가 밑줄을 못쓰게 만든다는 이유로 천대받기도 하지만 맛이나 영양가에 있어선 붕어와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용치놀래기는 한때 일본으로 수출되었던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듯하면서도 투명하고 특유의 육질을 갖고 있는 용치놀래기를 맛본 이들은 그들을 잡어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놀래기낚시는 큰 기술이 필요 없고 밤낚시, 외줄낚시, 민낚싯대 채비로 모두 즐길 수 있다. 단 입이 작은 것을 고려해 바늘을 조금 작게 쓰는 것이 좋다. 미끼 역시 다양하게 쓰이지만 날카로운 이빨과 작은 입을 감안하면 갯지렁이류가 효과적이다. 암초가 잘 발달된 곳이나 암초대 사이에 모래가 군데군데 깔려있는 곳에서 흔히 대형급 용치놀래기를 만날 수 있다.

놀래기의 몸은 미끄러운 편으로 장갑을 끼지 않으면 등지느러미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미끼를 꿰어 넣기가 바쁘게 미끼를 채가면서 빈 바늘만 남겨주는 얄미운 킬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들에 맞는 낚시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놀래기 낚시이다. 여름철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장 주위의 갯바위로 나가 알록달록한 수컷 놀래기와 얌전한 모양의 암컷 놀래기를 낚으면서 자연 공부와 낚시를 함께 즐겨 봄직도 하다.

<표1> 대표적인 놀래기류의 형태적 특징 비교
속명 놀래기(Halichoeres) 황놀래(Pseudolabrus) 어렝놀래기(Duymaeria) 혹돔(Semicossyphus)
종명 용치놀래기 놀래기 황놀래기 어렝놀래기 혹돔
학명 H. Poecilopterus H. tenuispinnis P. japonicus D. flagellifera S. reticulatus
일본명 규센
(キュウセン)
혼베라
(ホンベラ)
사사노하베라
(ササノハベラ)
오하구로베라
(オハグロベラ)
고부다이
(コブダイ)
영명 cold porgy
방언 술뱅이, 수멩이 놀래기 황놀래기 어렝이 웽이, 멩이
형태 ●수컷은 초록색 짙은 바탕에 갈색 세로띠, 가슴지느러미 기저뒤에 큰 흑색반점이 있음.●암컷은 분홍색을 띤 살색 바탕에 흑갈색 세로띠를 갖고 가슴지느러미 기저 부근의 흑색점은 없음.●체측의 굵은 띠로 놀래기와 구분됨. ●성숙한 수컷은 약간 청색을 띠며 눈의 아래 위에서 뒤로 나가는 초록색띠. 등지느러미 앞부분은 검은 무늬 있고 등지느러미 기부에 백색둥근점이 줄지어 있다.●암컷은 황색이 있는 담갈색으로 옅은 연두색처럼 보임. 뚜렷한 무늬는 없음. ●꼬리지느러미 윤곽이 일자형인 것이 특징●놀래기 종류 중에서 미병부가 넓적한 편. 수컷은 황갈색이며, 암컷은 붉은색을 띠고 등뒷지느러미는 노랑색.●등지느러미의 가시가 길게 연장되지 않는다. ●수컷은 제1,2등지느러미 가시가 길게 연장되어 있음. 꼬리지느러미 윤곽은 둥글다.●수컷은 흑자색으로 비늘 가장자리에 황녹색 물결무늬. 입술은 초록색.●암컷은 적황색, 황록색 ●어릴때에는 옆구리에 넓은 흰색 세로줄이 있고 그 아래, 위에 검은 띠가 있으며 배·등·뒷지느러미에 검정색 점, 꼬리지느러미도 검다.●성어는 체색이 암적색으로 바뀌고 수컷은 눈위가 혹처럼 돌출한다.
지느러미식 등지느러미
(D).Ⅸ, 14
뒷지느러미
(A).Ⅲ, 14
D.Ⅸ, 12
A.Ⅲ, 12
D.Ⅸ, 10∼11
A.Ⅲ, 10
D.Ⅸ, 11∼12
A.Ⅲ, 9∼10
D.?, 9∼10
A.Ⅲ, 12
옆줄비늘수 26 25∼26 23∼26 22∼25 42∼50
크기 25cm 20cm 25cm 20cm 1m
분포 중남부해
일본·동중국해·필리핀
남해안
일본·중부이남
필리핀·중국해
남해안
일본남부·대만
남해안·제주도 연안
일본남부·인도·서태평양
남해안
일본·남중국해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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