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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명 : 쑤기미 ●방언 : 쐐치·범치 ●학명 : Inimicus japonicus ●영명 : scorpionfish, ghoul, stonefish ●일명 : 오니오코제(オニオコゼ) 온대지방에 속하는 우리나라 바다에는 강한 독(毒)을 가진 어종이 열대 바다에 비하여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강한 독을 가지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게 되는 쏠배감펭·미역치·노랑가오리·볼락·쏨뱅이류 등 몇몇 종이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갖고 있어 살아 있을 때나 죽어 있을 때나 조심하여야 하는 종이 쑤기미이다. ●이름 쑤기미는 지방에 따라서 '쐐치' '범치'라고도 불리우는데 강한 독을 갖고 있어 '쏘는 고기' 또는 '호랑이처럼 무서운 고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학명은 Inimicus japonicus이며 속명인 Inimicus 는 라틴어로 '적의(敵意)를 가진' 이란 뜻으로 쑤기미가 가시에 독을 가져 위험한 고기일 뿐만 아니라 험상궂은 얼굴을 갖고 있는 어종임을 상징하고 있다. 일본명은 오니오코제(オニオコゼ)로 '오니'가 귀신이란 뜻을 갖고 있어 일본에서도 옛부터 이 종의 가시독을 무서워했음을 알 수 있다. 영어권에서도 scorpionfish 즉, 전갈고기란 뜻으로 무서운 독을 갖고 있는 어종임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또는 무섭게 생긴 생김새로 인해 ghoul, 돌처럼 움직임이 없는 고기라 하여 stonefish(돌고기)라고도 부른다(남태평양에 가면 원주민들이 'fi-fi-'로 부르는 물고기가 있는데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쑤기미류의 일종으로, 맹독을 갖고 있어 쏘이면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무서운 종이다). ●형태 연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 중에서 가장 못생긴 어종을 고른다면 아마 쑤기미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험상궂은 얼굴에다가 움푹 패이고 요철이 심한 머리통 하며, 얼굴과 입가에는 지저분하게 보이는 피질 돌기들을 덕지 덕지 달고 있기 때문이다. 입은 크고 위쪽으로 향하여 있으며 몸에는 비늘이 없다(그림 1). 체색은 서식 해역에 따라 변이가 심한데 연안에서 살고 있는 것은 흑갈색 또는유백색을 띠는 개체가 많으며, 깊은 바다에 사는 것은 노랑색이나 붉은 색을 띠는 것이 많다. 가슴지느러미 안쪽은 흰색을 띠며 회흑색의 점들이 산재하여 있다. 크기는 25cm 정도에 이른다. ●분포·분류 비교적 따뜻한 바다에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 남서해, 일본 혼슈우,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연안에서 200m 수심 범위에 서식한다. 분류학적으로는 미역치·홍감펭·볼락·쏨뱅이 등과 함께 양볼락과(科, Scorpaenidae)에 속하며(분류학적 위치는 학자마다 조금씩 견해 차이가 있어 미역치난 볼락과는 독립된 과(科)로 분리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쑤기미와 유사한 종은 약 30여종이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의 쑤기미속(genus Inimicus)에는 쑤기미 1종만이 기재되어 있다(동물분류학회, 1997). 형태적으로 쑤기미와 유사한 어종은 삼세기인데, 이 종은 독이 없는 종이지만 머리가 조금 종편된 형인 점, 머리 윗부분에 요철이 많고 머리와 턱에 피질 돌기를 갖고 있는 점, 입이 위로 향하여 있는 점 등이 쑤기미와 흡사하여 일반인들은 혼돈하기도 한다. 쑤기미와 삼세기의 형태적 차이는 지난 6월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체색에 있어 쑤기미는 적갈색·암갈색·흑갈색·황갈색 등 매우 다양한 데 비하여 삼세기의 체색은 암록색·암갈색을 띤다. 또, 삼세기와는 달리 쑤기미의 등지느러미에는 강한 독을 가지고 있으며 지느러미를 세우면 대부분의 가시와 줄기가 몸통과 같은 색의 피부로 덮혀 있는 데 비해 가시의 끝부분은 투명하고 강한 가시가 노출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점이다. ●생태 산란기는 수온이 20℃ 이상으로 상승하는 6∼8월 사이이며 경남 지방에서는 8월 진해만·자란만 등지에서 쑤기미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 부근이 산란장으로 추정된다. 암컷은 전장 17∼20cm, 수컷은 14∼15cm 크기에서 최초로 성숙한다. 오후 나절 암컷은 가슴지느러미를 크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2∼3마리의 수컷도 바닥에서 나와서 암컷 주위를 따르며 헤엄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암컷 뒤를 따르는 수컷의 행동이 격렬해지고 암컷의 몸에 바싹 밀착하여 암컷을 수면 쪽으로 밀어올리려는 듯한 자세로 몸을 강하게 떨면서 방란, 방정하게 된다. 성숙한 알은 둥글고 표층에 흩어져 떠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지름은 1.2∼1.4 mm 범위이고 수온 24.9∼26.5℃ 하에서 2∼3일 사이에 부화한다. 부화 직후의 자어(仔魚)는 전장이 2.5∼3.0mm 범위이며 입과 항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로 표면에 거꾸로 떠 있는데, 몸 전체에는 노랑색 색소포가 발달해 있다. 부화 후 2일째부터는 가슴지느러미가 부채 모양으로 크게 발달하며 그 위에 3∼ 4개의 커다란 흑색점이 나타나 어미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모양을 띤다. 가슴지느러미 위의 흑색점은 성장함에 따라 그 수가 증가하여 부화 후 6일째 전장 4.1∼5.5mm 범위에는 흑색점이 8∼9개로 증가한다(그림 2). 부화 후 약 한 달이 지나면 몸과 지느러미가 옅은 갈색을 띠며, 바닥 생활을 시작하며 두 달이 지나면 어미와 닮은 형태로 발달하여 완전한 정착 생활을 시작한다. 형태로 보아 쑤기미가 험상궂게 생긴 이유는 무얼까? 쑤기미는 뻘 밭이든 바위틈이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른 종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생김새나 체색에 있어 위장이 잘 되어 있다. 이러한 위장술과 함께 등가시의 강한 독은 자신을 적으로부터 지키고 먹이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이점이 있다. 복어·쏠배감펭 등 독을 가진 고기들은 그래서 행동이 빠를 필요가 없어져 느릿느릿하거나 바위에 붙어 지내는 타입으로 진화한 것 같다. ●성장·식성 식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조사된 자료가 없으나 외부 형태로 미루어 새우·게 등의 저서동물을 먹는 육식성 어종이라 생각된다. 성장에 대한 자료 역시 없으나 어시장에 판매되는 크기로 미루어 15∼20cm 크기의 성어로 자라기까지는 약 2∼3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며, 생후 만 1년만에 10cm 전후로 자랄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 쑤기미낚시를 즐기려는 이는 없다. 오히려 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낚시에 걸려나온 손바닥만한 크기의 잡어가 쑤기미라는 것을 상상만 해도 아찔해 할 것이다. 실제로 남해안에서 있었던 쑤기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지금부터 약 10여년 전 필자는 경남 통영(당시 충무시)에서 참돔·넙치의 종묘생산기술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8월 알을 밴 쑤기미가 있다 하여 새로운 어종에 대한 호기심에서 쑤기미 종묘 생산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쑤기미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었는데 가시의 독이 강한 만큼 맛이 좋아 국내에서도 미식가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은 어종이었다. 아무튼 그때 쑤기미 어미를 날라다 준 활어차 운전수의 이야기를 빌자면 쑤기미에 쏘여 병원에 입원한 친구가 있었다는데, 이야기 즉선 이러하다. 하루는 경남 앞바다로 친구들 끼리 밤낚시를 갔는데, 밤이 깊어갈 때쯤 한 친구가 갯바위 위에서 '드디어 한 마리 낚았다!' 하면서 왼손으로 고기를 쥐는 순간 '악!' 비명을 지르며 손을 감싸쥐고 앉아 버리더란다. 그 후로는 어두운 바위 위에서 자신이 낚았던 물고기 얼굴도 채 확인할 정신도 없이 밤새 고통으로 뒹굴며 울면서 지새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팔 전체가 다리처럼 굵어져 있었고 고통은 계속되었는데 그제서야 자신이 낚은 고기가 쑤기미란 것을 알고서 괘씸한 마음에 바위 위에 죽어있는 쑤기미를 한번 따귀라도 때리려는 듯 손으로 내리 쳤다고 한다. 그때 죽어있는 쑤기미의 등지러미 가시에 다시 한번 찔리게 되어 거의 초죽음 상태에 이르러 충무시로 철수하자 마자 병원에 입원하여 그로부터 3일간을 고통에 시달리며 아무 일도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배 위에서 손가락만한 미역치를 잘못 다루다 찔려 볼락낚시를 포기하고 몇시간의 고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는 필자로서는 상상만 해도 몸에 소름이 돋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목숨까지 앗아간다는 남태평양에 사는 쑤기미류는 없지만, 우리나라 연안의 쑤기미도 독은 매우 강한 편이어서 바닷가에서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왜 독이 있는 물고기가 맛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연안 어종 중에서는 복어와함께 쑤기미 역시 희디흰 살과 그 깨끗한 맛으로 고급 어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여름철 여수·삼천포·통영 등지의 남해안 어시장에 가면 등지느러미를 자른 쑤기미를 가끔 만날 수 있다. 못 생기고 험상궂은 얼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운탕·회·조림·찜 등 한번 맛 본 이들은 그 담백한 맛을 최고로 손꼽을 정도로 맛이 있는 어종임에는 틀림없다. 그 맛을 못 잊는 아주머니가 시장에 가서 생김새가 너무 비슷한 삼세기(방언; 탱수·삼숙이)를 잘못 사 와 요리를 하기도 하는데, 그 맛 또한 쑤기미를 따라가진 못한다. 99년 8월에 경남 좌사리도 앞바다에서 어류 조사를 위한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가 엄청나게 큰 쑤기미를 만났는데, 처음에는 돌같이 보여 하마터면 손을 짚을 뻔 하였다. 물 밖에서뿐만 아니라 물 안에서도 조심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맛있는 종이 쑤기미이다. 맛은 보되, 만지고 싶지는 않은 물고기가 쑤기미일 것이다. |
출처 : | 일 묵 [一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