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키르게와 오디세우스

영지니 2007. 5. 31. 18:05
Circe Offering the Cup to Ulysses
John William Waterhouse,
[율리시스(오디세우스)에게 잔을 권하는 키르케]Circe Offering the Cup to Ulysses, c.1891

영국화가 워터하우스  전형적인 "팜므 파탈(요부)"의 모습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몸이 비치는 투명한 옷을 입은 키르케는 유혹과 파멸의 힘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는데, 그 힘의 정수를 지금 술잔에 담아 오디세우스에게 건네주고 있다. 왼손에 든 막대기는 마술지팡이이다. 술을 먹은 사람을 이 지팡이로 치면 돼지로 변한다. 그녀의 발치에는 그렇게 해서 변신한 검은 돼지 한 마리가 누워있고, 주변에 마약의 재료로 쓰이는 약초들이 널려 있다. 그녀의 뒤에 있는 둥근 거울도 매우 인상적인 모티브이다. 거울왼편으로 멀리 오디세우스의 배가 비치고, 가운데엔 그녀 집의 현관, 그리고 오른 쪽으로 멈칫 멈칫하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곧 키르케의 술잔을 받아야 할 당사자이다. 오디세우스의 생김새는 워터하우스 자신의 모습에서 딴 것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자화상적 표현을 통해 화가는 이 주제를 남자 일반에게 다가오는 보편적인 유혹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Jacques-Louis David(1748-1825),
[텔레마쿠스와 에우카리스의 이별]The Farewell of Telemachus and Eucharis, 1818

프랑스 작가 페늘롱이 1699년에 발간한 소설<텔레마코스의 모험>에 따르면,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가 난파해 칼립소의 섬에 머물렀다고 한다. 오디세우스의 사랑에 실패한 칼립소가 새롭게 나타난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또 유혹했다고 하는데, 그 사랑도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 섬에서 텔레마코스가 사랑하게 된 이는 칼립소가 아니라, 그녀의 님프가운데 하나인 에우카리스였다. 칼립소가 얼마나 분노에 떨었을지는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칼립소를 만나기전에 오디세우스가 만난 키르케 역시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녀였다. 그녀는 자기의 섬 아이아이아로 흘러들어온 사람에게 마약을 탄 술과 음식을 먹여 돼지로 둔갑시켰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도 섬에 정탐을 나갔다가 그녀의 유혹에 걸려들어 돼지로 변해버렸다. 그들을 찾아 나선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술잔을 받아 마셨으나 돼지가 되지 않았는데, 이는 헤르메스가 미리 그에게 마약의 힘을 무력화하는 풀을 먹였기 때문이다. 마약에도 끄떡 없는데다, 칼을 들고 자기에게 덤비기까지 하는 오디세우스에게 놀란 키르케는 결코 그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는 그의 몸을 씻어준 뒤 그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그렇게 해서 오디세우스는 1년동안 그녀와 먹고 마시며 세월의 흐름을 잊고 지낸다.

출처 : 흔적(痕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