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 여신의 황금사과나무
![](http://www.liverpoolmuseums.org.uk/picture-of-month/graphics/large/hesperides.jpg) LORD Frederick Leighton, [헤스페리데스의 정원]The Garden of the Hesperides, c.1892
헤라클레스가 에우뤼스테우스 왕 밑에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열 두가지 어려운 일'을 하고 있을 당시의 일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열두 가지 어려운 일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헤스페리데스가 지키고 있는 황금 사과를 따 오기 위해 길을 떠났을 때였다. 그 황금 사과나무는 헤라 여신이 결혼 선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부터 받은 귀한 나무였다. 헤라는 이 귀한 선물을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다 심고, 헤스페로스의 딸들, 즉 헤스페리데스에게 지키게 하고서 잠들지 않는 용까지 한 마리 붙여 준 적이 있다.
헤라클레스가 이탈리아 반도의 에리다노스 강가에 이르렀을 때 마침 헬리오스가 바다 저쪽으로 떨어진 직후여서 강은 석양에 붉게 물들어 있었고, 밤의 요정들은 그 석양의 강물에 몸을 씻고 더러는 둑으로 오르고, 더러는 헤스페로스(샛별)가 막 나타난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둑으로 오르는 아름다운 요정을 하나 겨누고 다가가 앞을 막고 물었다.
"헤스페로스 아래서 더욱 아름다운 처녀여! 혹시 헤라 여신의 황금 사과 나무를 지키는 요정이 아니신가요? 나는 헬라클레스, 헤라 여신떼서 영광을 크게 드러내시려고 나를 망치받이에 얹어놓고 이렇듯 고통을 주신답니다. 나는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으로 가야합니다."
요정은 헤라클레스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요정의 입으로는 동산이 있는 곳을 일러줄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님, 신들과 인간을 통틀어 동산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실 수 있는 분은 네레우스(바다의 노인) 신뿐이랍니다. 저희는 가르쳐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저희의 운명이고 네레우스 신의 운명이랍니다."
네레우스는, 동산에 황금 사과나무가 심는 것을 본 영광을 입은 대신, 그 사과나무 있는 곳을 묻는 사람들로부터 영원히 도망쳐야 하는 운명을 부여받은 바다의 신이다. 변신에 능한 그를 사로잡은 헤라클레스는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고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구하고 그의 지혜를 구하라고 일러주게 된다.
![The Garden of the Hesperides](http://cgfa.sunsite.dk/burne/burne42.jpg) Burne-Jones, The Garden of the Hesperides, 1870-77
드디어, 프로메테우스를 구한 헤라클레스. 그를 구하여 황금사과를 얻고자 그의 지혜를 빌린다.
"너는 이 길로 하늘을 어깨로 받치고 있는 티탄 아틀라스를 찾아가거라. 아틀라스는 내 형제다. 올림포스 신이 아니고서도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에 갈 수 있는 자는 아틀라스 뿐이다. 아틀라스가 바로 헤스페리데스의 아비이기 때문이다. 아틀라스 대신 하늘을 떠받칠 수 있는 자는 너뿐이기 때문이다. 네가 직접 헤스페리데스의 나라에 갈 수 없는 까닭을 일러주마, 헤스페리데스 동산에는 헤라 여신의 침실이 있고, 사과를 지키는 라돈이 있다. 이 라돈은, 헤라 여신이 몸소 뽑아 동산에 둔 괴물이다. 만일에 네가 간다며 너는 이 라돈과 싸워야 할 것이다. 라돈은 뱀의 여신 에키드나의 아우다. 네가 그 괴물을 그냥 둘 리 없을 것이고, 라돈이 수많은 조카들을 죽인 너를 그냥 둘 리 없을 것인 즉, 일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너는 당당하게 들어가 황금사과나무를 요구할 입장이 아니다. 따라서 일을 공연하게 그르치면 안 된다. 그 대신 아틀라스를 보내라. 아틀라스는 잠시라도 하늘의 무게에서 벗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너 아니고서야 누가 아틀라스 대신 하늘을 짊어지고 견딜 수 있으랴. 네가 하늘을 짊어지고 있으면 그동안 아틀라스가 황금 사과를 따 올 것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3>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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