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시절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영지니 2007. 3. 3. 17:28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1860~70년대 경의 마을 모습을 하고 있다. 

 

속초시 청호동하면 「아바이동네」로 더 유명하다. 이 곳 청호동은 속초시청의 홈페이지에서 지명유래를 찾아보면 ‘청호동은 조선시대에는 양양군 소천면·속초리(束草里) 지역으로서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인데, 1914년 행정구역 변경 때 도천면[속초면(읍)]에 편입되었고, 1942년에 속초면이 읍으로 승격되면서 속초리를 일구(一區)에서 사구(四區)까지 4개 구(區)로 나눔에 따라, 속초리 삼구(三區)의 지역이 되었다. 8·15 광복 후 북한지역이었다가 수복되어 삼구(三區)에서 이곳을 떼어 속초리 오구(五區)·속초 오구·오구 또는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 중에 특히 노인 분들이 많았으므로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라는 말을 써서 속칭으로 '아바이 마을'이라고도 하였다. 1966년 속초시 동제 실시에 따라 청초호의 이름을 따서 청호동으로 개칭하였다.’고 소개를 하고 있다.


아바이마을인 청호동을 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바이마을을 가기 위해 타는 「갯배」다. 무동력으로 움직이는 갯배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쇠줄을 배에 탄 승객들이 갈고리를 이용하여 줄을 당김으로써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든 뗏목형의 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대가 서로 교차 왕복을 하고 있고, 외지인들에게는 적지만 배 삯도 받는다. 그러나 이 갯배는 그동안 숱한 이야기를 만들며 여러 사람의 가슴으로 고향 아닌 고향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두대의 갯배가 서로 교차 왕복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무동력 도선인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을 오가는 사람들

건너편과 연결된 쇠줄을 갈고리로 갈아 당겨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의붓남매인 준서와 은서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KBS의 드라마 「가을동화」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내국인들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만큼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울린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쩌다가 잠시잠시 스쳐가는 드라마의 장면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눈물 짜는 드라마에 매료를 느끼지 못한 나로서는 청호동이라는 곳이 말로만 들었지 몇 번인가 속초를 찾았음에도 갯배를 타지 않았다.


올 1월 1일. 2007년 해맞이를 하기 위해 밤길을 달려 찾아간 속초. 해는 얼핏 구름 사이로 잠시 얼굴을 내밀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남은 시간을 이용해 마음을 먹고 갯배를 타는 선착장으로 길을 잡았다. 건너편에서 오는 갯배 위에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해맞이를 보기 위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나처럼 아바이마을을 찾았으리라. 배에 올라 갈고리를 하나 들고 쇠줄을 당겨 건너편으로 나아간다. 갈고리 두 개를 이용해 몇 번인가 당기니 건너편 선착장에 닿는다. 배 삯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병기한 가을동화의 광고판들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은서네 슈퍼. 사람들이 슈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마을 안길을 바라다보니 아바이 마을길이라는 이정표와 어느 곳을 보아도 온통 아바이뿐이다.   

 

아바이마을을 보기 위해 갯배를 이용하는 사람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네집의 촬영지인 슈퍼

아바이마을을 찾는 외국인을 위해 마련한 갯배이야기 

선착장에 내리면 이 곳이 가을동화의 촬영지임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광고물이 눈에 띤다

 

청호동은 대도시의 1960~7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청호동의 주민들은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철 장사를 하거나, 가끔 속초를 찾는 사람들이 갯배를 타고 들어오면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도 했단다. 어디를 보거나 아바이순대, 아바이냉면, 아바이횟집 등의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길도 아바이길이라고 지었다. 그만큼 청호동은 아바이마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요즈음은 주말과 휴일이 되면 가을동화 때문에 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업에 종사를 해 삶을 영위하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청호동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보면 담장이나 줄에 매달아 놓고 말리는 다양한 생선들을 볼 수가 있다.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아바이란 말은 빠지지를 않는다. 그래서인가 길도 아바이마을길이다 

 

갯배에서 내려 아바이마을 뒤로가면 시원한 동해가 보이는 해수욕장이 있다 - 요즈음 들어 차량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부쩍 늘었다.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이 모여사는 아바이마을은 어딜 가도 생선을 말리는 모습을 볼수있다

 

청호동의 집들은 대부분이 단층이거나 이층이다. 골목은 좁아서 덩치 큰 사람은 한 사람이 빠져나가기도 빠듯할 것 같다. 이러한 청호동은 함경도민들의 피난민들이 중점적으로 이곳에 터전을 잡아 지금까지 생활을 해오면서 아바이 마을이라는 대명사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그래서 지번을 알리는 표찰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듯 「청호고향로」라고 적혀 있다.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은 청허동이라서인가 청호고향로라는 지번이 보인다 

 

골목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협소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서 청호동이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청호교가 육지와 연결이 되고부터 승용차를 이용해 청호동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으며 주말이 되면 갯배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숫자도 늘었다고 한다. 이것은 갯배를 타기 위함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가을동화의 촬영지를 보려는 사람들의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물 건너로 보이는 높이 솟아오른 빌딩 숲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열망하는 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50년 지난 세월을 아바이마을로 사람들에게 고향집 같은 포근함을 안겨 준 청호동 아바이마을.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은서네집 슈퍼도 좁은 골목길도 다 사라지지는 않을까? 공룡 뼈대 같은 철골 구조물이 청호동 한편에 들어차는 것을 보면서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어두려는 마음은 고향을 두고 떠나는 마음 같아서인가보다.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갯배 곁으로 지나치는 관광유람선 뒤에 갈매기 떼들이 줄지어 따라간다. 

 

 

육지와 연결된 다리와 유람선 

 

 

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