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고추 재배농 윤재우씨 (경북 상주·양지농원)
“10여년 전부터 유기농업 해보겠다고 여기저기 교육을 다녔습니다. 천혜녹즙이니, 토착미생물이니 하는 것들이 전혀 안듣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다시 농약 쳐야지 하는데 갑자기 은행잎 생각이 나더라고요. 은행잎에는 일년내내 병이나 벌레가 오지 않잖아요. 은행잎 생즙을 만들어 다른 작물의 잎에 발라 코팅하면 다 은행잎처럼 되지 않겠는가 하는 단순한 발상이었습니다.” 윤재우씨(경북 상주시 낙동면 상촌리·양지농원)의 아이디어는 대성공이었다. 진딧물이나 청벌레 등 골칫거리였던 해충들이 깔끔히 사라졌고, 병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자신감이 생긴 윤씨는 고추역병과 탄저병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독한 병에는 은행잎 생즙도 역부족이었다. 살포방법을 달리 해보기도 하고, 다른 제제와 함께 사용해 보기도 한 윤씨는 4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방제방법을 터득했다. 석회보르도액과 번갈아 사용하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생즙을 만드는 방법은 은행잎을 하나씩 따서 가위로 적당히 자른 다음 가정용 믹서로 으깨서 원액을 얻는다. 비교시험을 위해 지난해 5월10일 200평 밭에 고추를 아주심은 뒤 뿌리가 내리는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15일 간격으로 은행잎 생즙 1.8ℓ를 600~800배로 희석해 4번 뿌렸고, 석회보르도액은 3번 살포했다. 이 밭에서는 탄저병과 역병을 완전히 방제할 수 있었다. 반면 고추역병 예방약인 〈리도밀〉수화제와 〈포룸〉수화제로 방제한 대조구에서는 10% 정도 탄저병과 역병이 발생했고, 진딧물도 한포기에 40~50마리가 발견됐다. 수확량은 10a(300평)에 252㎏으로 대조구 246㎏과 비슷했으나 경영비를 10a당 43만원에서 15만원으로 65%나 아낄 수 있었다. 윤씨는 또한 “토종닭 2만마리도 들깻묵·아카시잎·고추씨·감껍질 등 완전 자급사료를 먹여 놓아기르는데 즙액을 짜낸 은행잎 찌꺼기를 주면 아주 잘먹을 뿐 아니라 구충제 역할을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