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노란색 꽃방망이를 가진 미역취
국을 끓이면 미역국과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미역취
열 내리고 독 제거하는 효능도 있어
△ 가을 미역취 꽃
미역취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미역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드는 풀밭이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는 대표적인 가을꽃입니다. 곧게 서서 자라는데 키는 일반적으로 어른의 무릎 정도 되고 줄기 위쪽에서 가지를 칩니다.
그러나 환경에 따라 모습이 차이가 있습니다.
저지대 오름에서 자라는 것은 키도 크고 꽃대도 길어 많은 꽃이 달리는데 한라산에 자라는 것은 키가 한 뼘 정도 밖에 되지 않고 꽃송이도 많이 달리지 않습니다.
뿌리에서 나온 긴 타원형의 잎은 땅위에서 붙어 늘어진 채로 있다가 꽃이 필 때 없어지고 줄기에 달린 잎은 위로 갈수록 작아지고 잎자루도 짧아집니다.
미역취는 가지 끝에 노란색의 꽃을 피웁니다.
국화과의 다른 꽃들처럼 꽃자루가 없는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큰 꽃처럼 보이게 하고 다시 우산모양으로 커다란 꽃차례를 만들었습니다.
육지에서는 7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한라산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오름에서는 11월까지 볼 수 있으니까 오래 피는 편입니다.
열매의 씨앗에는 털이 있어 다 익으면 바람을 타고 멀리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다시 싹을 틔웁니다.
미역취라는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취'라는 글자가 붙은 것을 보면 미역취를 예전부터 나물로 먹었던 모양입니다.
제주에서 미역취를 식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고 개인적으로도 먹어보지 않아서 어쩐지 생소해 보입니다.
하지만 취나물의 대표인 참취에 비교될 만큼 독특한 맛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꽤 유명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나물로 국을 끓이면 미역국과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미역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미역취가 식용으로 이용되다 보니까 잘 보관했다가 봄철에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에는 요긴한 구황식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역취와 비슷한 식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울릉도에는 식용으로 유명한 울릉미역취가 있고 육지에서 자라는 나래미역취, 산미역취가 있습니다.
그 밖에 제주에서도 자라는 귀화식물인 양미역취와 미국미역취도 있습니다.
최근 양미역취가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전남 순천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제주의 현장에서 보는 양미역취는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제 근무지에도 매년 가을에 양미역취가 피지만 이들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사실 양미역취는 미역취 보다 조금 더 늦게 꽃을 피우기 때문에 곤충들의 식량창고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괜한 우려로 꽃을 없애버리는 것이 또 다른 자연훼손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봄나물 산행에서 만난 미역취
미역취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맛이 좋고 독특한 향이 있어 주로 나물로 이용해왔습니다.
국내 취나물은 60여종이 자생한다고 하고 그 가운데 주로 먹는 것이 곰취, 미역취 등 24종 정도라 합니다.
취나물 속에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 등의 성분이 있어 몸을 보호하고 치료하는데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미역취를 일지황화(一枝黃花)라 해서 약재로도 사용했습니다.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인후염 등 염증에도 효과가 있고 황달, 타박상에도 썼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꽃의 크기도 별로 크지 않고 오랫동안 꽃이 피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공원이나 길가에 심어진 미역취를 간간이 볼 수 있습니다.
미역취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가을까지 언제든지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미역취의 멋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한 아름다움에 있는 듯합니다.
다른 가을꽃들처럼 무리지어 꽃을 피우지도 않고 색깔이 진하지도 않아 빨리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더욱이 전망 좋은 곳을 탐내지도 않습니다.
그저 햇빛이 들어오기만 하면 숲 언저리나 풀 섶에서 부끄러운 듯 다소곳한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그래서 미역취의 꽃말을 섬색시라 한 모양입니다.
며칠 전 생태숲 화단에도 미역취가 심어졌습니다.
내년 가을 곱게 핀 미역취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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