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잎과 줄기에 생강 냄새가 나며 모든 산후병에 최고의 명약이다.
생강나무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잘 못해서 생긴 산후통이나 산후풍에 특효약이다.
생강나무 줄기나 잔가지를 아무때나 채취하여 잘게 썰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산후통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뒤에 나타나는 병으로 흔히 산후풍이라고도 한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나서 찬바람이나 찬기운을 맞았을 때 팔, 다리, 허리, 어깨, 신경선, 뼈마디가 쑤시고 저리고 시리고 아픈 증상이 산후통이다.
이것은 산후에 몸조리를 잘 못해서 생기는 병으로 서양 여성한테는 거의 없고 동양 여성한테 많이 나타난다.
서양 여성은 자궁이 매우 튼튼하여 아이를 쉽게 낳고 산후 조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낳고 나서 미역국을 먹는 일도 없다.
이는 동양 여성과는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양의학에는 산후통이나 산후풍이라는 병이 없다.
일반적으로 산후통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 곧 공중 습도가 높을 때 잘 나타나는 까닭에 날궂이병, 일기예보병이라고도 한다.
날씨가 맑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날이 궂을 때 온몸의 뼈마디가 견딜 수 없이 쑤시거나 저리고 시리고 찬바람이 나는 것 같거나 살이 찬물이나 바람에 닿으면 마비되거나 저리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신경통이나 관절염,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산후통의 원인은 어혈과 찬 기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출산 뒤에 땀을 푹 내어 출산 때 생긴 죽은 피나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그것들이 그대로 몸 안에 남아 신경선이나 관절에 모여서 염증을 일으킨다.
또 출산으로 인해 몸 전체가 완전히 이완되었을 때 갑자기 찬바람을 쐬거나 찬 기운을 맞으면 한기가 몸 안으로 들어와 몸 전체가 허약해지고 병에 대한 면역력도 떨어진다.
몸이 물에 적신 솜처럼 무겁고 축 늘어지며 찬 기운에 닿기만 해도 몸이 시리고 저리고 쑤시는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생강나무 꽃.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핀다. 우리 선조들은 꽃이 피고 난 뒤에 돋아나는 새순을 따서 차로 우려내어 마셨다.
날이 궂으면 더 심해지는 산후통
여성의 몸은 아이를 낳을 때 자궁과 질, 골반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근육과 뼈마디가 완전히 늘어져 풀렸다가 천천히 본래대로 되돌아간다.
그 기간을 동양의학에서는 대략 49일쯤 걸린다고 하여 몸조리를 하게 한다.
이 기간 동안 몸을 따뜻하게 하여 몸의 모든 땀구멍을 열어 땀을 푹 내면 어혈과 독기가 땀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땀을 충분히 내지 못하면 어혈이 몸 안에 남아 각종 합병증을 일으킨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모공호흡으로 산소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폐나 장호흡을 통하여 얻은 산소를 실핏줄로 보내어 혈액순환을 돕는데, 이렇게 되면 심장과 폐의 부담이 커져서 폐가 무리하게 되고 아울러 심장기능에도 탈이 나게 된다.
산후병으로 몸은 견딜 수 없이 아픈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면 아무 이상도 없고 신경성이라고만 하기 일쑤이다.
산후통으로 수십 년을 고생하면서 좋다는 약은 다 먹어 보고 이름난 병원을 다 다녀 보았지만 조금도 차도가 없고 재산만 축낸 사람이 적지 않다.
산후통은 몸을 풀고 나서 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몇 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나서 나타나는 수도 있다.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져 산소 밀도는 낮아지고 대기의 압력이 커져서 모공호흡이 더 어렵게 되면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이 흔히 말하는 대로 ‘내가 너 낳고 나서부터 날만 흐리면 온몸의 뼈마디가 안 아픈 데가 없다’는 병이 생기는 것이다.
산후통 예방하기
산후통은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해서 생긴 병이므로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면 미리 막을 수 있다.
여성의 병은 많은 부분이 임신이나 출산과 관계가 깊다.
아무리 튼튼하던 여성도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하면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고, 몹시 병약한 여성도 산후 조리를 잘 하면 다른 여러 병이 나을 뿐만 아니라 체질이 튼튼하게 바뀐다.
그래서 옛말에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해서 생긴 병은 다시 몸을 풀 때 조리를 잘 해서 고치는 것이 제일이라고 하였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산후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산후 조리 기간은 49일
동양 전통의학에서는 이완되었던 뼈와 근육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간을 49일로 본다.
대개 7일을 생리 순환 주기로 하여 21일 만에 팔다리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49일이 되어야 온몸의 뼈와 근육이 제자리에 돌아온다고 본다.
또 63일 동안 찬바람을 쏘여서는 안 되며 100일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찬바람을 쏘여도 좋다고 했다.
땀내기
몸을 푼 뒤에 땀을 푹 내지 않으면 어혈이 몸 안에 남아 있어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다.
늘 방을 뜨겁게 한 다음에 너무 두껍지 않은 이불을 덮고 누워서 땀을 많이 흘리도록 한다.
바람 막기
몸을 푼 뒤에 갑자기 바람을 쐬면 땀구멍이 수축되어 막혀서 어혈과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다.
방안 구석구석의 구멍을 막아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어쩌다가 산모가 밖으로 나갈 때에는 온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또 몸을 씻을 때에도 더운 물에 수건을 적셔서 닦아내기만 하고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해서는 안 된다.
미역국 먹기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산모한테 미역국을 먹이는 풍습이 있다.
미역은 핏속의 콜레스테롤을 없애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이 있다.
미역국은 피를 맑게 걸러서 산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한다.
생강나무 잎. 쌈을 싸서 먹거나 살짝 덖어서 차로 달여서 마시면 맛과 향도 일품이고 몸이 따뜻해지고 간과 콩팥 기능이 튼튼해진다.
은은한 생강내음이 나는 나무
잎을 따거나 가지를 꺾어 코에 대면 생강과 비슷한 내음이 나는 나무가 있다.
생강처럼 톡 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산뜻한 냄새가 나는 이 나무를 생강나무라고 부른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철 꽃이 제일 먼저 피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산수유 꽃을 닮은 진한 노란색 꽃이 산수유나 개나리, 진달래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떨기나무다.
생강나무라는 이름 말고 개동백, 황매목(黃梅木), 단향매(檀香梅), 새앙나무, 아기나무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예부터 생강나무를 도가(道家)나 선가(仙家)에서 귀하게 썼다.
신당(神堂)이나 사당에 차를 올릴 때 이 나무의 잔가지를 달인 물을 바치면 신령님이 매우 기뻐한다고 하였다.
산 속에서 정신 수련이나 무술 수련을 하던 사람들이 생강나무를 즐겨 썼는데, 생강나무를 달여서 오래 마시면 뼈가 무쇠처럼 튼튼해져서 높은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거나 뛰어내려도 여간해서는 뼈를 다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생강나무는 비슷한 종류가 몇 가지 있다.
잎 뒷면에 털이 있는 털생강나무, 잎의 끝이 세 개로 갈라지지 않고 둥글게 붙어 있는 둥근생강나무, 잎이 다섯 개로 갈라진 고로쇠생강나무 등이 그것이다.
고로쇠생강나무는 전라북도 내장산에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계피나 생강, 고추 같은 향신료가 들어오기 이전에 이 나무껍질과 잎을 말려 가루 내어 양념이나 향료로 쓰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가난한 민중과 가까웠던 나무다.
생강나무의 씨앗으로는 기름을 짠다. 이 기름은 동백기름이라고 해서 옛날 사대부집 귀부인들이나 높은 벼슬아치를 상대하는 이름난 기생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머릿기름으로 인기가 높았다.
생강나무는 특히 여성이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잘 못해서 생긴 산후통이나 산후풍에 특효약이다. 생
강나무 줄기나 잔가지를 아무때나 채취하여 잘게 썰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생강나무 줄기나 잔가지를 썰어 말린 것 50~70g에 물 한 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서너 번에 나누어 밥 먹고 나서 마신다.
저녁에 잠자기 전에 마시고 나서 방을 뜨겁게 하여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푹 내면 효과가
더욱 빠르다. 몸이 쇠약하고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나 어지럽고 소화가 잘 안 되며 정신이 불안한 증상이 있을 때는 생강나무 달인 물과 함께 메추리알을 한 번에 다섯 개씩 하루 세 번 날것으로 먹는다.
메추리알은 영양 성분이 많고 보양작용이 탁월하여 쇠약해진 몸이 빨리 회복되도록 도와준다.
생강나무 달인 물을 일주일쯤 마시면 몸에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듯한 느낌, 찬물에 손을 넣지 못하는 증상, 두통,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90% 이상 없어진다.
산후통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은 대개 보름쯤이면 없어지지만 쇠약한 몸이 회복되기까지는 3~4개월이 걸린다.
생강나무를 달인 물은 약간 매우면서도 신맛이 난다.
성질은 따뜻하고 간과 신장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
산을 오르내리다가 다리를 삐었거나 뼈를 다쳤을 때, 넘어져서 상처를 입었을 때도 구급약으로 쓸 수 있다.
생강나무를 식품과 약으로 이용하기
생강나무 잎으로 쌈 싸먹기
생강나무 잎은 특이한 향기와 자극적인 맛이 있어서 옛사람들은 잎을 가루 내어 고춧가루나 초피가루처럼 향신료로도 썼다.
부드러운 잎을 따서 찹쌀풀을 묻혀 튀각을 만들어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어도 맛이 있다.
들깨잎만큼 넓게 자란 잎으로 쌈을 싸서 먹어도 나름대로 독특한 풍미가 있다.
타박상, 어혈, 멍들고 삔 데
산 속에서 발을 잘못 디뎌 허리나 발목을 삐었을 때, 또는 뼈가 부러졌을 때 생강나무의 잔가지나 뿌리를 잘게 썰어 진하게 달여 마시고 땀을 푹 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사라지며 어혈이 풀린다.
통증, 어혈
생강나무의 잔가지나 껍질, 잎, 뿌리껍질을 날로 짓찧어 멍이 들었거나 상처가 난 부위에 두껍게 붙이고, 이와 함께 잔가지 50~70g을 물 한 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마신 다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땀을 푹 낸다.
한두 번 이렇게 하고 나면 욱신욱신 쑤시고 아픈 통증이 없어지고 어혈이 풀리며 상처도 빨리 낫는다.
두통, 기침, 복통, 근육통, 관절통
생강나무의 잔가지를 차로 달여서 늘 마시면 두통, 기침, 복통, 근육통, 간염, 관절통 같은 여러 가지 질병들이 낫거나 효험을 본다.
민간에서는 이 나무의 잎과 잔가지를 기침을 멎게 하거나 열을 내리기 위해서 달여 먹기도 한다.
근육과 힘줄, 뼈가 튼튼해지는 생강나무 술
가을에 까맣게 익은 생강나무 씨앗을 술에 담가 두었다가 마시면 근육과 힘줄, 뼈가 튼튼해지고 어혈이 풀리며 머리가 맑아진다.
생강나무 씨앗을 항아리에 넣고 35도 이상 되는 발효 증류주를 생강나무 씨 분량의 3~4배쯤 붓고 마개를 꼭 막아 밀봉한 다음, 어둡고 서늘한 곳에 6개월쯤 발효 숙성시켰다가 하루 세 번 가량 소주잔으로 한 잔씩 마신다.
황달, 지방간, 만성간염
머루덩굴 35~40g, 찔레나무 뿌리 10~20g, 생강나무 20~30g을 물 한 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마신다.
죽은 피를 없애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강나무
우리 선조들은 생강나무의 어린잎이 참새 혓바닥만큼 자랐을 때 따서 살짝 덖어서 차로 달여 마시기도 했다.
이것을 작설차라고 불렀는데 차나무가 귀했던 북쪽 지방 사람들이 즐겨 마셨다.
본디 우리 조상들이 차나무가 들어오기 전에 차 대신 달여 마시던 것이 바로 이 생강나무의 잎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녹차는 성질이 차고 몸 속의 기름기를 녹여 나오게 하며, 카페인이나 탄닌이 많이 들어 있다. 녹차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지 않으며 대체로 몸이 찬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적합하지 않다.
생강나무 잎이 우러난 차는 은은한 향과 맛도 일품이고, 죽은 피를 없애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몸 속에 쌓인 갖가지 독을 풀어주는 등의 효과가 있으므로 모든 사람이 즐겨 마실 만하다.
글·사진 / 최진규(한국토종약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