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과 종기에 명약-민들레
민들레는 정답고 친근한 민중의 풀이다.
민들레를 한자로 민야화(民野花)로 풀어쓰는 사람이 있다.
들에 핀 백성의 꽃, 민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 겨레의 정서와 가깝게 맞닿아 있는 풀이다.
민들레는 매우 흔하다.
풀밭이거나 논둑이거나 길옆이거나 마당귀퉁이거나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민들레처럼 생명이 모질고 질긴 식물이 흔하지 않다.
서울의 한복판 갈라진 시멘트 계단 사이에서도 꽃을 노랗게 피워 봄을 알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더러운 도심 가운데서도 민들레는 벌레 먹히는 일도 없고 병드는 일도 없이 갖가지 먼지와 오물을 뒤집어쓰고도 오히려 소박하고 건강하다.
짓밟고 잘라내도 어느 틈엔가 일어나 노란 꽃을 방긋이 피워내는 민들레는 어쩌면 서럽고도 모질게 살아온 우리 민초(民草)들을 그렇게도 닳았을까?
모질고도 질긴 생명력
민들레는 겨울에 잎이 말라 죽어도 뿌리는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그 뿌리가 땅속 아주 깊게 내려간다.
땅속 2미터가 넘게 내려가는 것도 있는데 그 생명력이 놀랍다.
땅 위로는 겨우 30센티미터 남짓 자랄 뿐이지만 그 여섯 배, 일곱 배나 긴 뿌리가 땅속에 있다.
민들레의 무서운 생명력은 이 뿌리에 있다.
뿌리가 깊은 식물은 죽일 수가 없다.
민들레 뿌리는 토막토막 잘라도 다시 살아난다.
뿌리를 뽑아버려도 끊어진 조각이 흙 속에 약간 남아 있으면 거기서 싹이 나서 다시 자란다.
잔디 가꾸기를 좋아하는 서양 사람들을 가장 애먹이는 풀이 민들레다.
원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어서 완전히 뽑아낼 수도 없고, 잔디 깎는 기계로 밀어서 목을 잘라버려도 이튿날이면 더 많은 꽃이 피어난다.
몇 번 잔디 깎는 기계로 밀어버리면 목이 짧아져서 잔디 깎는 기계에 걸리지도 않게 바닥에 바싹 붙어서 꽃이 핀다.
모가지 아닌 몸통에라도 붙어서 기어이 꽃을 피우고야 마는 지독한 잡초의 생리를 민들레는 지녔다.
민들레는 욕심 많은 풀이다.
잎이 주걱 모양인데, 불규칙적이고 깊게 갈라지는 톱니가 있다.
길이는 20~30센티미터, 폭은 3~7센티미터, 묵은 뿌리에서 6~8쌍이 이른 봄 다른 풀이 나기 전에 먼저 나와서 땅바닥에 바싹 붙어서 넓게 퍼진다.
아예 자리를 넓게 잡고 앉아서 다른 풀이 싹트지 못하게 하고 넓은 잎으로 햇볕을 한껏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민들레 잎의 구조다.
낮에만 피고 밤엔 지는 꽃
민들레꽃은 4~5월에 진한 노랑 빛으로 핀다.
봄을 알리는 꽃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지만 반드시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서양민들레 같은 것은 3~11윌의 긴 기간 동안 계속해서 피고, 눈보라가 쌩쌩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날씨만 따뜻하면 조그맣게 꽃을 피운다.
잎 사이에서 30센티미터 가량의 꽃대궁이 나와서 끝에 지름 3~4센티미터의 둥근 꽃이 하나씩 핀다.
꽃대궁에는 하얀 털이 덮여 있다가 차차 없어지고 꽃 아래쪽에만 남는다.
꽃대궁은 정확하게 잎의 수만큼 올라와 꽃이 피는데, 한꺼번에 피는 것이 아니라 얼마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핀다.
민들레꽃은 낮에만 피고 밤에는 잠을 잔다.
아침 첫 햇살을 받으면서 꽃다발이 천천히 열리고 꽃잎이 벌어져 둥그런 꽃송이가 되었다가, 해지고 어두워지면 꽃잎들을 오므려 꽃송이를 닫아 움츠린다.
철저한 '밝음지향성'을 지닌 꽃이다.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이나 박꽃과는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꽃이다.
날마다 똑같이 피었다 오므리기를 반복하다가 날이 흐려 침침하거나 비라도 내리면 꽃이 피지 않는다.
이처럼 낮 태양이 있을 때만 피는 꽃으로는 연꽃, 튤립, 나팔꽃 등이 있고 나무 중에는 자귀나무가 밤이면 잎을 오므려 마주 포개어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활짝 편다.
민들레 꽃잎 뒤에는 물을 저장하는 물주머니가 있는데, 햇볕이 없을 때에는 물주머니에 물이 가득 차 있어 꽃잎을 밀어 올리므로 꽃잎이 닫히고, 햇볕이 쬐면 물주머니의 물이 증발하여 꽃잎을 받치는 힘이 약해져서 꽃잎이 활짝 펴진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 많은 나비와 벌들이 가루받이를 한다.
민들레꽃에는 꿀이 많아 곤충이 많이 달려들고, 벌을 치는 사람에게 좋은 꿀을 얻게 해준다.
가루받이를 끝낸 꽃은 일단 바닥에 누웠다가 갓털〔冠毛〕이 생기고 씨방이 익으면 다시 꽃대궁은 벌떡 일어나 하얀 꽃씨를 머리에 가득히 단다.
그래서 민들레는 두 번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꽃말은 '사랑의 신탁'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민들레 꽃줄기를 꺾어들고 하얀 씨앗을 입으로 불어 날리는 놀이를 해 보았을 것이다.
젊은 시절, 연인과 풀밭에 마주 앉아 민들레 꽃씨를 하늘로 하나씩 날려보지 못한 사람은 지난 시절을 매우 섭섭히 여겨야 한다.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의 신탁(神託)'인데, 깃털 달린 꽃씨를 하나씩 불어 날리면서 '나는 너를 사랑해'와 '너는 나를 사랑해'를 되풀이 말하다가 마지막 남은 하나로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신탁'을 얻게 된다고 한다.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하얗게 눈송이처럼 솜털처럼 깃털처럼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민들레 꽃씨는 이상하게 생겼다.
위에 깃털이 있고 아래에 씨방이 붙어 있어 마치 낙하산과 같다.
여린 바람에도 훨훨 잘 날아간다.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이 신기하다.
꽃씨는 매우 가벼워서 멀리, 높게 날아간다.
수십 리, 때로는 수백 리나 날아간다.
어쩌면 수천 리 대륙을 횡단해서 넘나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놀랍다!
국경도 사상도 아랑곳없이 구만 리 창천을 가뿐하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위대한 씨앗의 여행!
실제로 공기가 희박한 수천 미터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을 보았다는 비행기 조종사가 많다.
비행기 정비사들도 비행기 몸체에 붙은 민들레 씨앗을 털어 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뿌리는 땅속 가장 깊은 곳에 내리면서 꿈은 가장 높은, 하늘에 사는 풀이 민들레다.
미국항공우주국에서는 민들레 꽃씨에서 영감을 얻어 인공위성을 회수할 때 털로 된 날개로 부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민들레 꽃씨의 묘기는 현대과학도 흉내낼 수가 없는 가 보다.
고무 나오는 민들레도
민들레 꽃줄기나 잎을 꺾으면 끈끈하고 쓴 맛이 나는 우유빛 즙이 나오는데 이것을 유액(乳液)이라고 한다.
유액은 식물이 상처를 입었을 때 상처를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내는 것인데 그 자세한 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유액이 나오는 식물은 고구마, 무화과, 상치, 애기똥풀, 고들빼기 등이 있다.
남미에는 유액을 우유처럼 마실 수 있는 것도 있고, 앵속(양귀비)이나 옻나무, 고무나무의 유액은 쓸모가 많아 재배를 해서 채취한다.
민들레 중에도 고무민들레라는 것이 있는데, 유액 속에 고무질이 많이 있어 뿌리에서 고무를 얻는다.
고무민들레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소련에서 많이 재배했다.
고무민들레는 우리나라 중, 북부의 높은 산에서 드물게 자란다.
민들레의 유액은 민간요법에서 사마귀가 난 곳에 바르면 사마귀가 없어진다고 한다.
민들레 꽃대궁은 구멍이 뚫려 있어 입으로 불면 부우- 하는 소리가 난다.
시골 아이들이 민들레 꽃줄기로 만든 피리를 불고 다니는데, 날나리라고 한다.
풀바지게를 진 소년이 소를 몰고 민들레 피리를 불며 해질녘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은 빼어난 한 폭의 그림이다.
국거리서 약재까지 다양한 쓰임새
민들레는 예로부터 동서양 어디에서나 먹거리로, 민간약으로, 한약재로 널리, 그리고 다양하게 써 왔다.
이른 봄 풋풋한 어린잎을 국거리로도 먹고 나물로 무쳐서도 먹는다.
맛은 쓰면서도 쌉쌀한 향취가 있다.
민들레는 맛이 쓴 풀이다.
잎도 쓰고 뿌리도 쓰고 꽃도 쓰다.
이 쓴맛이 위를 튼튼하게 한다.
봄에 밥맛이 없을 때 먹으면 밥맛이 돌아온다고 하여 많이 먹는다.
쓴맛이 강하여 먹기 어려우면 찬물에 하루쯤 담가 쓴맛을 우려내고 먹거나 시금치하고 섞어서 먹는다.
뿌리는 가을이나 이른 봄에 캐서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장아찌로 먹고 고들빼기와 함께 김치를 담가서 먹는다.
우엉과 함께 조려 먹어도 맛이 있고 기름에 튀겨 먹어도 일품이다.
꽃이나 뿌리는 술을 담그는데, 민들레꽃이나 뿌리에다 2~2.5배의 소주를 부어서 2O일 가량 두면 담황색으로 우러난다.
여기에 설탕이나 꿀을 알맞게 넣어 한두 달 숙성시켰다가 조금씩 마신다.
강정, 강장제로 효과가 있고 향기가 좋다.
민들레에는 잎에 간의 지방 변성을 억제하는 이눌린, 그리고 루틴, 팔미틴, 리놀산 등이 있고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다.
뿌리에는 콜레스테롤 억제작용이 있는 콜린, 디락사스테롤, 스테롤, 펙틴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들레에는 수분 89.7퍼센트, 조단백질 2.27퍼센트, 회분 1.04퍼센트, 단백질 1.89퍼센트, 그리고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고 독특한 향기 성분인 정유(精油)가 있다.
민들레는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내 만든 영양을 뿌리에 갈무리하므로 뿌리에 영양가가 많아 영양식품으로 매우 훌륭하다.
인기 좋은 민들레 커피
우리 겨레와 민들레가 퍽 친근한 것은 틀림없지만, 식용,약용으로 더욱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유럽 사람이다.
서양에서는 민들레를 채소로 가꾼다.
프랑스 요리에 민들레 샐러드가 있다.
민들레를 밭에 가꾸어서 이른 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내어 상자 속에 밀식한 다음 캄캄한 동굴 같은 데에 두어 싹을 키운다.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 자라난 하얀 싹을 날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데, 쓴맛이 거의 없고 향기가 좋아 먹을 만하다.
서양에서 민들레로 만드는 요리 종류가 열 가지도 넘는다.
민들레 수프, 민들레 파이, 민들레 샐러드, 민들레 피자, 민들레 커피, 민들레 튀김, 민들레 와인…
이 중에서도 민들레 커피(Dandelion Coffee)는 댄디 티(Dandy Tea)라고 하여 오래 전부터 인기가 있었다.
민들레 뿌리를 말려 볶아서 가루를 내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인데, 맛과 빛깔은 물론 향기까지도 커피와 비슷하여 민들레 커피라고 부른다.
커피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카페인처럼 해로운 물질도 없고 습관성이나 중독성도 없으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커피 대신 마셔 봄직하다.
일본인들은 2차 세계대전으로 물자가 딸려 커피를 마시기 어려워지자 민들레 커피를 개발하여 보급하기도 했다.
민들레 뿌리로 커피를 만들면 비용이 커피의 6분지 1밖에 들지 않고,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유익하므로 일거양득 정도가 아니라 일거오득 정도는 올릴 수가 있다.
민들레는 여성들의 젖을 잘 나게 하고, 유종(乳腫), 유암(乳癌)을 치료하고, 종기, 위궤양, 소화불량, 위장병을 치료하는 뛰어난 약이므로 민들레 차를 계속 마시는 한 위의 질병들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될 것이다.
민들레는 민간에서 종기, 식중독, 위궤양에 효과가 있다 해서 널리 먹었고, 서양에서도 피를 맑게 한다고 하여 종기 치료, 위장병 등에 많이 이용하였다.
생잎을 씹어 먹으면 만성 위장병에 좋고 정력에도 좋다고 한다.
한약재로도 조선민들레가 약효가 뛰어나다 하여 중국에 알려졌다.
'흔한 것은 천하다'는 말이 있는데, 민들레는 너무 흔하여 사람들에게 귀염을 못 받고 있다.
그러나 민들레는 식용 채소로도, 약용으로도 가치가 뛰어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풀이다.
토종보다 더 흔한 서양민들레
민들레는 세계 도처에 2백~4백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흰민들레, 민들레, 산민들레, 좀민들레, 키다리민들레, 서양민들레의 여섯 종류가 자란다.
그런데 보통 도시 근교나 길옆, 잔디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서양민들레다.
서양민들레는 유럽에서 들어온 것인데, 토종보다 적응력과 생명력이 더 강하여 토종민들레를 쫓아내고 맹렬하게 번식하고 있다.
토종민들레들은 서양민들레에 밀려 지금은 농촌이나 시골에 많다.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는 생김새와 성질이 조금 다르다.
토종민들레는 꽃이 4~5월에 피지만, 서양민들레는 3~11윌 까지 오랜 기간 피고, 잎의 생김이 토종 민들레는 점잖고 의젓하지만 서양종은 잎의 톱니가 깊고 잘게 갈라져서 조금 조잡하다.
꽃자루를 보면 토종인지 서양 민들레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꽃을 싸고 있는 꽃받침을 총포(總苞)라고 하는데, 민들레에는 총포 둘레에 비늘 모양의 돌기가 있다.
이것을 총포엽(總苞葉)이라고 한다.
토종은 이 돌기가 곧게 서 있으나 서양종은 뒤로 젖혀져 있다.
약효나 영양성분도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세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
그러나 서양민들레도 오래 우리 풍토에 적응하여 왔으므로 웬만큼 토종 비슷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횐민들레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민들레로 흰 꽃이 핀다.
잎이 조금 더 크고 모양새가 흐트러져 보인다.
섬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 분포하지만 흔하지 않으며, 북쪽보다는 따뜻한 남쪽에 많다.
중국에서 조선포공영(朝鮮蒲公英)이라 하여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치던 것이 흰민들레다.
백화포공영(白花蒲公英)이라고도 한다.
좀민들레는 민들레보다 잎이 작고 가냘프게 생겼으며 제주도에서 난다.
한라민들레라고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산민들레는 잎이 민들레보다 커서 36센티미터까지 되는 것이 있으며 건조한 땅에서 잘 자란다.
민들레는 민중과 친근한 만큼 이름이 많다.
면들레, 뫼음들레, 문들레무운, 문들레(경상도), 둘레, 미음드레, 무슨둘레(함경도), 안진방이, 안질방이, 한자로는 포공영(蒲公英)을 쓰는데 이것은 중국 이름 '푸꽁잉'을 그대로 쓰는 것이고, 포공초(蒲公草), 황화지정(黃花地丁), 지정(地丁) 또는 금잠초(金簪草)라고도 한다.
인도에서는 간다,
영국에서는 댄디라이온, 독일에서는 라우엔잔, 프랑스에서는 피산리라고 한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하여 가꾸기 쉽다.
어떤 땅이든지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병이 없고 해충도 없다.
뿌리를 토막 내어 땅에 묻으면 싹이 난다.
씨앗으로 번식시켜도 좋지만 뿌리를 캐서 잘라 심는 것이 번식이 빠르다.
채소와 약초로 많이 가꾸어지기를 바란다.
탁월한 염증 치료효과
옛날,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험한 산길을 가다가 말과 함께 높은 절벽에서 굴러 떨어졌다.
기절해 있다가 한참 후에 깨어나 보니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말은 틀림없이 죽었으려니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죽기는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주변에 있는 민들레 잎사귀만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도 민들레가 다친 상처에 좋은 줄 알고 민들레 잎을 뜯어먹고 상처를 빨리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민들레를 약으로 쓴 기록은 많다.
우리 나라, 중국, 일본은 물론, 유럽, 인도, 아메리카 인디언들까지 민들레를 약으로 썼다.
민들레의 약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민들레의 성미는 조금 쓰고 달며 차다.
독이 없으며 간(肝), 위(胃)에 들어간다.
해열(解熱), 이뇨(利尿), 소염(消炎), 건위(健胃), 최유(催乳), 해독(解毒), 청혈(淸血) 작용이 있다.
부인의 유방에 종기 멍울이 생겨 염증이 된 것과 젖에 종기가 나서 쑤시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종기를 낫게 하고 열로 인한 독을 풀어주며 땀을 잘 나게 하고 변비를 치료한다.
흰머리를 검게 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안질(眼疾)을 낫게 하고 뱀이나 독벌레에 물렸을 때에도 효과가 있다.
각기(脚氣), 수종(水種), 천식(鳴息), 기관지염(氣管支炎), 임파선임(淋巴線炎), 늑막염(肋膜炎), 위염(胃炎), 간염(肝炎), 담낭염(膽囊炎)에도 효력이 있다.
식도가 좁아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 요로감염, 결핵, 소화불량을 고치고 체기(滯氣)를 흩으며 여성의 자궁병을 치료하고 젖을 잘 나게 한다.
열이 있는 사람이 쓰는 것은 좋으나 간(肝)과 신장기능이 허약한 사람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민들레는 여러 질병에 두루 효과가 있다.
주된 약성은 부인의 유종(乳腫), 유암(乳癌), 화농성 질환에 고름을 소멸시키는 힘이 아주 강하다.
여성의 젖을 잘 나게 하는데도 많이 쓴다.
동양의학에는 상사이론(相似理論)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예를 들면, 동물의 간을 먹으면 간장에 좋다는 식의 이론이다.
쇠무릎지기〔牛膝〕처럼 관절마디가 뚜렷한 식물은 관절염 같은 관절의 병에 좋고, 산딸기, 참깨, 호박씨 같은 것은 사람의 씨앗, 즉 신장이나 출산 기능에 좋다는 것으로, 현대 서양의학의 새분야인 분자교정의학(分子嬌正醫學)에서 치료에 활용하여 그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
민들레의 유액(乳液)이 젖과 비슷하므로 젖과 관계된 질환에 효험이 있다.
상치, 씀바귀, 고들빼기 등 횐 유액이 나오는 풀은 대개 젖을 잘 나게 하는 약으로 쓴다.
여러 가지 민들레 중 횐 꽃이 피는 흰민들레가 약효가 가장 좋다.
중국에서도 조선민들레〔朝鮮蒲公英〕라고 부르는 흰민들레를 제일로 쳤다.
민들레는 이른 봄 꽃피기 전에 풀 전체를 캐서 쓰는 것이 약효가 가장 좋다.
깨끗하게 씻어 그늘에서 말린다.
뿌리를 쓰고자 할 때는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캐내어 물로 잘 씻고 잘라서 햇볕에 일주일 정도 말린다.
생잎을 그냥 씹어먹어도 좋다.
맛이 약간 싸아하지만 그런 대로 먹을 수 있다.
나물로나 국거리로 먹어도 훌륭한 보건식이 될 것이다.
꽃을 약으로 쓰려면 꽃핀 직후에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쓴다.
민들레의 약효성분은 콜린, 이눌린, 디락사스테롤, 스테롤, 펙친 등이 밝혀져 있고 임상실험에서는 황색 포도상구균, 용혈성 연쇄상구균 등에 강한 살균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의 지방변성을 억제하고,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작용이 증명되었다.
민들레를 늘 먹으면 일생 병을 모르고 산다는 말이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 봄 바구니를 들고 나와 산과 들에서 민들레를 캐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유방염
민들레를 날로 찧어 염증이 생긴 곳에 붙인다.
하루 3~4번씩 갈아붙이면 쉽게 낫는다.
인동덩굴과 같이 달여서 자주 조금씩 먹는다.
위궤양, 위장염
민들레 뿌리와 오이풀 뿌리를 같은 양으로 가루를 만들어 하루 30~40그램씩 3~4회로 나누어 먹는다.
또는 생잎을 자주 씹어 먹는다.
유종
민들레, 인동, 탱자를 같은 분량으로 달여서 그 물로 자주 씻어 준다.
물이 마르면 다시 적셔서 사용한다.
하루 여러 차례 자주 한다.
젖이 적게 날 때
탱자와 민들레를 같은 양으로 한데 넣고 달여서 그 물을 마신다.
하루 3~4번씩 마신다.
위장병
민들레 뿌리를 뜨거운 물에 잠시 담가 껍질을 벗겨 살짝 데친 다음 잘게 잘라 햇볕에 말려서 적당히 물을 붓고 끈적끈적하게 되도록 달여 놓고 날마다 조금씩 자주 먹는다.
위,십이지장궤양
위, 십이지장궤양으로 위액 분비가 적고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으며 배가 아프고 변비가 있을 때와 간장장애가 있을 때에는, 4~5월경 민들레 뿌리를 캐서 말려서 가루를 내어 한번에 5~10그램씩 하루 세 번 밥 먹은 후에 먹는다.
또 같은 분량으로 달여 먹어도 좋고 꿀로 알약을 빚어 먹어도 된다.
애기똥풀(백굴채)과 민들레를 뿌리 채 캐어 햇볕에 말렸다가 가루를 낸다.
이것을 같은 양으로 섞어서 한번에 3~4그램씩 하루에 세 번, 밥 먹고 나서 30분 후에 더운 물에 타서 먹는다.
황달
가을에 민들레 뿌리를 캐서 흙을 씻어내고 민들레 80~1백 그램, 말린 것은 30그램에 물을 적당히 넣고 달여서 하루 세 번으로 나누어 밥 먹은 후에 먹는다.
민들레를 찧어서 꿀에 섞어서 알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생인손 앓을 때
민들레 뿌리와 도꼬마리씨(창이자)를 말려 가루를 내어 각각 같은 양으로 섞은 다음, 여기에 식초를 넣고 약간 묽게 반죽하여 아픈 손가락에 붙이고 싸맨다.
하루 두 번씩 갈아붙인다. 손가락이 곪기 전에 한다.
임파선 결핵(연주창)
말린 꿀풀(하고초), 민들레, 인동덩굴을 각각 같은 양으로 섞어서 부드럽게 가루를 내어 꿀로 개어 벽오동씨 만한 크기로 알약을 만들어 한번에 30~40알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결막염
인동덩굴과 민들레를 같은 양으로 넣고 진하게 달여서 달인 물을 눈에 넣는데 하루 3~4번씩 넣어주면 쉽게 낫는다.
여성들의 변비, 영양실조
민들레 두 줌에 물 두 대접을 붓고 끓여서 먹는다.
불을 약하게 하여 오래 달여서 먹으면 더 좋다.
만성 간염
봄에 민들레를 뿌리 채 캐서 달여 마신다.
하루 3~4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버짐
민들레 뿌리를 캐서 잘 씻은 것 반 근(3백 그램)에 물 한 사발을 부어 진하게 달여서 엿처럼 만들어서 하루에 두 번씩 바른다.
또는 민들레 뿌리를 잘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한 번에 10그램씩 하루에 세 번 먹는다.
민들레 뿌리를 찧어서 즙을 발라도 좋다.
눈에 군살이 생겨 검은자위를 가리고 빨갛게 되면서 아플 때(익상취편)
민들레 뿌리를 열 개 정도 캐서 물을 약간 놓고 찧어 그 즙으로 눈을 씻는다.
매일 한번씩 다 나을 때까지 반복한다.
편도선염
민들레를 꽃필 무렵에 캐어서 깨끗이 씻은 다음 찧어서 나온 즙으로 하루에 여러 번 양치질을 한다.
말려 두었다가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해도 된다.
만성 간염
감초와 민들레를 같은 양으로 부드럽게 가루 내어 고루 섞은 다음 어른은 하루 6그램, 어린이는 3그램을 3번에 나누어 밥먹고 나서 먹는다.
1~2개월 동안 먹는다.
약을 먹으면서 소화장애가 잘 없어지지 않으면 약을 따뜻한 물에 풀어서 먹는다.
신우방광염
신우염이 방광염과 합병한 것을 신우방광염이라고 한다.
마디풀 40그램, 민들레 16그램, 금은화 8그램을 물로 달여서 물엿처럼 만든 뒤에 감초가루를 섞어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10그램씩 밥먹는 중간에 먹는다.
3~5일 뒤부터 부종이 없어지고 빈뇨, 소변불리, 요통, 하복통 등이 가벼워지거나 없어진다.
상악동염
백지 황금 각 15그램, 민들레 30그램, 도꼬마리씨 9그램, 어성초 고본 만형자 판람근, 도라지 각 10그램, 천궁 6그램을 물로 달여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