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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인기배우 매염방은 2003년 8월 심한 질출혈로 병원에 긴급 입원했다. 진단명은 말기 자궁경부암. 그는 2003년 12월 증상이 나타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망했다. 1년 전 자궁경부에서 혹이 발견돼 자궁 전체를 수술로 제거하자는 의사의 말을 경시한 탓이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40세였다.
한때 한국 여성의 암 발생률 1위였던 자궁경부암은 현재 유방암과 위암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검진의 발달로 암이 되기 직전 단계에서 제거하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매염방처럼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여성만 한해 6000여명에 달한다. 자궁경부암 극복요령을 살펴본다.
■ 레이저.동결요법 가능
◇0기암에서 찾아내자
0기암이란 암세포가 상피라는 얇은 층에 국한된 것이다. 상피가 잘 발달한 자궁경부에서 주로 발생한다. 0기암이 중요한 이유는 이 단계에서 치료하면 거의 100% 완치가 가능하며 수술이나 항암제 등 거창한 치료를 받지 않고도 간편하게 암의 싹을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촌 봄빛병원 산부인과 김성수 원장은 "0기암은 혈관이나 근육.림프선 등 조직 내부에선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극초기 단계의 암"이라며 "단지 암세포만 발견될 뿐 생명을 위협하는 전이 등 암 특유의 성질은 없다"고 말했다.
0기암에서 찾아내면 마취.절개.입원 등 거창한 수술이 필요없다. LEEP라 불리는 환상투열 치료가 대표적인 사례. 둥그런 금속루프를 질을 통해 자궁 입구까지 삽입한 뒤 전류를 흘려 암세포가 있는 상피를 태워 없앤다. 부분 마취로 5분 만에 끝나며 당일 퇴원할 수 있다. 자궁을 떼어낼 필요가 없으므로 임신도 가능하다.
그러나 0기암 상태를 방치할 경우 10년 뒤 절반에서 침윤성 암으로 악화한다. 0기암에서 찾아내려면 질출혈 등 증상이 없어도 검진을 받아야한다. 대표적인 검진은 질세포진 검사.
면봉이나 브러시로 질을 통해 자궁경부의 세포를 살짝 긁어내 유리 슬라이드에 묻힌 뒤 현미경으로 암세포 여부를 살펴본다. 간편하지만 오진 가능성이 큰 것이 흠이다. 많은 경우 40%에서 암이 있는데도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운 나쁘게 긁어낸 부위 외에 암세포가 있는 경우다. 질세포진 검사는 나이와 관계없이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면 매년 받아야 한다. 예컨대 10대 소녀라도 성경험을 했으면 그해부터 질세포진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주목하자
인유두종 바이러스라 불리기도 하는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전체 자궁경부암의 90%를 차지한다. 감염자의 20~25%가 전암(前癌)단계인 '자궁상피 이형증(異形症)'이 되며 그 중 20~30%가 암이 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암으로 악화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5~20년으로 추정된다. 감염 경로는 주로 성접촉이다. 남성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없으므로 무심코 성접촉을 통해 여성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의대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는 "이 바이러스 중 고위험군인 16번과 18번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증가하므로 비감염 여성보다 철저한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감염 여성이 1년에 한번 받을 질세포진 검사를 6개월에 한번씩 받아야 한다.
■ 바이러스 감염 막아야
감염 여부는 산부인과 등 동네 의원에서 쉽게 진단받을 수 있다. 질세포진 검사처럼 면봉을 통해 자궁경부 상피세포를 일부 떼어낸 뒤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아낸다. 아프지 않고 수분 남짓이면 가능하다. 비용은 5만~10만원. 1주일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다.
최근 생명공학벤처인 바이오메드랩과 마이진이 개발한 DNA칩을 활용할 경우 더욱 간편하고 정밀하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0여종 이상의 파필로마 바이러스 유전자를 동시에 점검할 수 있다. 식의약청의 허가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국내 병원에 보급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