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암자.정자

대모암

영지니 2008. 2. 24. 22:25

과부와 총각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70호 대모산성

 

결혼을 앞둔 처녀는 절대로 가서는 안되는 곳이 있다. 그것은 슬픈 전설을 간직한 곳이라서 인데 왜 하필 결혼을 앞둔 처녀가 가면 안된다는 것일까? 믿기지 않는 전설이 전하는 곳을 찾아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으로 달려갔다. 순창읍에서 임실 쪽으로 국도를 따라 가다가 보면 우측에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공사현장이 나온다. 그 길 건너편에는 대모암(大母庵)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맑은 물이 흐르는 내를 건너 좌측 산길로 접어들면 200m쯤 올라 작은 절집이 하나 보인다. 대모암이라는 이 절집은 원래 마을 사람들이 산제를 모시던 당이 있던 곳이다.


대모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로 1988년 전라북도 전통사찰 제62호로 지정이 되었다. 1825년 학성스님이 인법당을 짓고 대모암을 창건하였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대모암은 대웅전과 종각, 그리고 요사가 있는 아주 작은 절집이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비롯하여 독성, 지장, 칠성탱, 신중탱이 걸려있다. 대웅전에 예를 올리고 대웅전 뒷길을 걸어 오르니 이곳이 예전에 산성이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위로부터 대웅전, 종각, 대모암의 요사 


대모산성은 순창읍 백산리에 소재하고 있어서 백산리산성 혹은 홀어머니산성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70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산성은 고려 말과 조선 초에 군량미를 비축해 놓았던 곳이라고 한다. 이 산성이 생긴 유래는 멀리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시대 한 어머니가 아홉 아들과 함께 이 성을 축조하였다고 전해지나 왜 성을 쌓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성에 슬픈 전설이 전하는 것은 한 과부와 총각사이에 애틋한 사연이 전하고 있어 이곳을 찾게 만들었다.

 


홀어머니산성과 대모암 대웅전


마을에 정절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과부 양씨가 성을 쌓고 있을 때 한 마을에 사는 설씨 총각이 양씨를 너무나 사모하여 결혼을 해줄 것을 종용하자 양씨는 “내가 이 성을 다 쌓기 전에 그대가 나막신을 신고 한양을 갔다 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하였는데, 성을 다 쌓기 전에 총각은 한양에서 돌아왔다. 정절을 지키려고 일부러 어려운 제안을 했던 양씨는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려 죽음을 택했고, 이때부터 이곳은 결혼을 앞둔 신부는 이성을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보고나니 어딘가 연결도 되지 않고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하지만 전설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글 재주꾼들에 의해 더해지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는 것이니 무슨 상관이랴. 그저 애틋하면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 한 토막 어디인들 없으랴. 하늘 닿게 솟은 숲이 울창한 산성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봄날 오후 나른한 몸을 이끌고 찾은 나그네를 반긴다.

 

대모암을 오르는 길가 바위 위에 석불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산성을 뒤로하고 대웅전을 향해 합장을 하고 돌아서려니 절집 백구 세 마리가 더 있다가 가라는 듯 �i아와 짖어댄다. 아마 한적한 곳에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저희들도 반가웠는가 보다. 돌아 내려오는 길에 길가 바위 위에 덩그마니 앉아계신 석불의 얼굴이 오를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괜히 슬픈 사연을 하나 접했기 때문인가 보다. 만개한 벚꽃 잎들이 잔바람에 하나, 둘 떨어져 내리고 있는 암자는 고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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