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대원사 - 지리산

영지니 2008. 8. 15. 22:29

 

대원사 경내 - 잘 정리된 가람이 여름 비에 흠씬 젖어 있다.

 

대원사는 지리산의 천왕봉 동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이 지난 사찰이다. 신라 제 24대 진흥왕 9년(548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평원사라고 했다. 그 뒤 천여 년 동안 폐쇄되었던 것을 조선조 숙종 11년에 운권선사가 문도들을 데려와 평원사의 옛 절에 사찰을 건립, 대원암이라 개창하고 선불간경도량을 개설하여 영남의 강당이 되었다. 조선조 고종 27년에는 혜흔선사의 암자가 무너져 크게 증건하였다. 서쪽에는 조사영당을 보수하였고, 동쪽에는 방장실과 강당을 건립하여 대원사라 개칭하고, 큰스님을 초청하여 설교를 하니 전국의 수행승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1914년 1월 12일 밤에 다시 불로 절이 모두 타버린 것을 여러 스님들이 다시 중창하여 1917년 전(殿), 누(樓), 당(當), 각(閣), 요사채 등 12동 184칸의 건물을 지었다. 그 이후 여순반란사건과 한국전쟁 등으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다가, 1955년 9월에 비구니 법일(法一)화상이 주지로 임명되어 1986년까지 대웅전, 사리전, 천광전, 원통보전, 봉상루, 범종각, 명부전을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집 부근에는 옛적 선비들이 수학했다는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이 있다.

대원사 일주문 - 방장산 대원사라는 쓴 현판 걸려있다. 

 

2006년 6월 26일 지리산 자락 시천면의 천왕사 성모상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들린 대원사는 초여름의 신록이 우거져 한 여름 잠을 깊이 든 것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방장산 대원사라는 일주문이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니 여름에 찾아올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주고자 주차장을 정리하느라 소란하다.

 

대원사와 인근 지리산 일원은 경상남도 기념물 제114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그만큼 자연의 경관이 빼어난 곳이기도 하다.


새로 깔아 놓은 아스팔트가 발목을 마구 잡아끈다. 아마 너무 수려한 절경이라는 대원사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돌아가는 길을 택해 길을 잡는다. 이번에는 내리는 잔비로 길이 푹푹 빠져버리니 이래저래 대원사를 찾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대원사 계곡 - 흐르는 물도 맑지만 계곡에 널려있는 돌들이 비를 맞아서인가 윤기가 흐른다.


절이 보이는 입구에 다다르니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이 보인다. 대원사의 계곡은 대원사입구 주차장에서 대원사까지 약2km에 이르는데 산이 높고 물이 맑을 뿐 아니라 바위틈 사이로 뿜어내는 물과 괴암은 절경이다. 용이 100년간 살다가 승천했다는 용소, 가락국 마지막 구형왕이 이곳으로 와서 소와 말의먹이를 먹였다고 하는 소막골 등이 위치하고 있다.

 

대원사 봉상루 - 돌로 쌓은 담장과 커다란 은행나무, 그리고 봉상루가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답다. 이 봉상루 민으로 난 길을 지나면 대웅전이 앞에 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대원사 앞에 이르니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짙은 신록을 자랑하고 있다. 빗줄기가 거세지더니 급기야는 소나기로 변했다. 우산도 없이 여정을 재촉했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그래도 어찌하랴 다만 몇 장이라도 사진을 담아야겠다고 작정을 한다. 손으로 카메라는 덮고 사진을 몇 장 찍는다고 노력을 해보았지만 허사다. 빗방울이 금방 렌즈에 떨어져 얼룩이 져 버린다. 지난 번 대원사를 찾던 날도 봄비가 장맛비처럼 쏟아져 사진을 찍지 못하고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번에도 또 비가 온다. 대원사와 나와는 아무래도 비로 맺어진 인연인가 보다.

 

대웅전과 종각, 그리고 부도탑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 아담하고 가지런한 가람이다. 이 지리산 자락 깊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절집이 1,500년이라는 세월을 숨어 지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수행승들이 이 절집을 찾았으며, 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곳을 거쳤겠는가?

 

지리산이라는 지명도 알고 보면 이곳에 머물면 사람이 지혜로워진다고 하여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거기다가 대원(大源)이니 계곡에 물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듯, 뜻을 세운 일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듯하다. 오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몇 장인가 더 사진을 찍은 후 대원사를 떠난다.

 

오늘 갑자기 날이 차지고 눈발이 거세지는 것을 보니 방장산 대원사로 달려가고 싶다. 아마 그 절경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비로 인한 인연이 이 차가운 날씨에는 눈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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