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미역치

영지니 2008. 7. 27. 11:25
미역치   
 

미역치


풀미역치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미역치
●학명:Hypodytes rubripinnis
●영명 : racehorse
●일본명 : 하오코제(ハオコゼ)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 중에는 독(毒)을 가진 어종이 많지 않다. 하지만 쏠배감펭·쑤기미·미역치·볼락·우럭류 등 일부 어류는 지느러미 가시에 독을 가지고 있다. 이 종들은 비교적 강한 독을 가지고 있어 쏘이면 사람에 따라서 병원신세를 지기도 한다. 이 중 미역치는 크기가 작으면서 우리나라연안에 가장 널리 분포하고 있는 종이다.

●이름
미역치는 이름 그대로 미역이 많이 자라는 연안의 얕은 암초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방에 따라서 ‘쌔치’·‘쐐치’·‘미역치’ 등의 이름으로 불리운다. 크기가 작은 연안성 물고기로 만지려다가 쏘여 손에 통증을 느끼게 되면서 ‘쏘는 물고기’란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독성이 미역치보다 한층 강한 쑤기미도 쏘는 물고기란 뜻으로 지방에 따라 ‘쐬미’·‘범치’ 등의 이름을 갖는다.

학명은 Hypodytes rubripinnis이며 속명인 Hypodytes는 라틴어로 ‘아래’와 ‘물에 가라앉는 것’의 합성어로 미역치가 밑바닥에 가만히 앉아 지내는 습성을 나타낸다. 쑤기미는 Inimicus japonicus이며 속명인 Inimicus는 라틴어로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쑤기미의 무서운 얼굴 모양을 상징한다. 풀미역치는 Erisphex potti이다.

미역치는 영어권에서 racehorse 또는 redfin velvetfish란 이름을 갖고 있는데 모두 외부 모습을 상징한다. 즉, 등지느러미가 뒤로 눕는 모양이 마치 빨리 달리는 경주마의 모습처럼 보인다든지 붉은색 지느러미와 부드러운 융단 같은 피부를 갖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쑤기미는 stonefish라 불리며 이 역시 외부 모습이 마치 바위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역치를 하오고제(ハオコゼ), 쑤기미를 오니오고제(オニオコゼ)로 부르는데, ‘오고제’는 오고시(オコシ)가 원형으로 독을 가진 등지느러미를 세운 독어(毒魚)의 독특하고 강한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귀신같은 고기, 독가시를 가진 사악한 고기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미역치류는 홍해에도 서식하고 있는데 이 지방에 사는 물고기 중 유일하게 ‘나는 고기’로 생각되었던 고기 종이다. 아랍인들은 미역치에 ‘바다의 메뚜기(ghead el bahr)’란 이름을 붙였다.

●특징
미역치는 얕은 연안의 바위 사이에 앉아 있는 조그만 물고기다. 달걀형 체형에 붉은색·갈색이 섞인 몸빛을 띠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관상어처럼 아름다운 물고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몸에 비해 날카롭고 긴 등지느러미 가시와 약간은 붉은 빛을 띤 눈동자는 독을 가진 물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등지느러미는 눈 위 머리 꼭대기에서 시작되어 15개의 가시를 갖고 있다. 이 가시에 독선(毒線)이 발달해 있어 만지다 손에 찔리면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통증은 대개 1시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되며 사람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정도에는 차이가 크다. 몸은 전체적으로 주황색·주홍색을 띠며 몸에 불규칙한 모양의 갈색·흑갈색 무늬가 흩어져 있고 배는 붉은색을 띤다. 몸은 매끄러워 비늘이 없어 보이지만, 몸 뒷부분에는 피부에 묻힌 작은 비늘들이 있다. 미역치의 크기는 7∼10cm.

●분포·분류
미역치나 쑤기미류에 속하는 종들은 모두 바다에 살고 있는 무리다. 미역치는 횟대목(目) 미역치과(科, Congiopodidae), 쑤기미는 쑤기미과(科, Synanceiidae)에 속하며 4속 15여종(種), 쑤기미과에는 9속 30여종이 보고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미역치과에 미역치와 풀미역치 두 종이 있다.

미역치는 화려한 붉은색·적갈색·주황색 등의 색을 띠고 바닥 암초에 앉아 있다. 그 모습이 따뜻한 남해·제주바다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감펭·쭈굴감펭·주홍감펭 등의 감펭류와 유사하다. 감펭류들은 얼굴에 지저분할 정도로 많은 피질 돌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역치의 얼굴엔 이 같은 피질돌기가 없고 눈 아래 뒤쪽으로 향한 강하고 큰 가시를 갖고 있는 점으로 감펭류와 구별된다.

한편, 같은 미역치과에 속하며 황해·제주 남단해역에서 동중국해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는 풀미역치는 몸의 윤곽이 미역치와 유사하다. 그러나 체색이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며 등지느러미 가시 끝이 미역치와 달리 날카롭지 않고 몸 표면이 꺼칠한 게 특징이다. 또, 미역치는 뒷지느러미에 3개의 가시와 3∼5개의 줄기를 갖고 있으나 풀미역치는 1개의 가시와 10∼13개의 줄기를 갖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쑤기미는 독성은 강하지만 살맛이 좋아 고급 수산어종으로 취급된다. 미역치나 풀미역치에 비해 험상궂은 머리에 머리가 종편되어 있고, 눈 뒤 머리부분이 움푹 패어 있다. 아래턱 부근에 커다란 피질 돌기를 갖고 있는 점 등으로 미역치와 풀미역치와는 구별된다. 또 쑤기미는 20∼25cm급이 흔하여 10cm 정도로 작은 미역치·풀미역치와는 크기에 있어 뚜렷한 차이가 있다(<표>, <그림 1> 참조).

●생태
미역치는 연안 정착성 어류다. 해초가 많고 바위가 많은 얕은 바다 또는 뻘과 모래자갈이 섞인 내만의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가끔 떼지어 헤엄치기도 한다. 미역치는 수온이 상승하는 5∼8월 사이에, 남해안에선 7∼8월 사이에 주로 산란한다. 분리되어 수면에 떠오르는 분리부성란을 낳는다. 산란장은 연안 암초지대 등 자신이 살고 있던 서식지에서 대개 이루어진다.

산란기가 되면 암수는 짝을 지어 함께 머물면서 자신들의 세력권을 형성한다. 산란할 때에는 암수가 함께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면서 표층 가까이까지 떠오르며 방란·방정을 한다. 수정란은 무색 투명한 구형이며 수면에 떠오른다. 부화 직후 자어는 부성란에서 부화한 다른 경골 어류의 자어와 마찬가지로 배에 커다란 난황을 갖고서 표층에 떠 있는다. 이때는 눈·입·항문 등이 기능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고 가슴지느러미도 돌기 모양으로 발달 중에 있다. 자어는 난황을 흡수하면서 다른 지느러미보다 앞서 가슴지느러미가 무척 빠른 속도로 크게 발달하기 시작한다. 체장 5.1mm인 후기 자어는 부채 모양의 큰 가슴지느러미를 갖게 된다(<그림 2>의 B 참조). 그후 꼬리지느러미를 비롯하여 등·뒷·배지느러미가 발달하여 체장 5.9mm인 개체는 지느러미가 완성되고 체형도 어미와 유사하게 되어 치어기(稚魚期)에 달한다(<그림 2>의 C 참조).

미역치와 마찬가지로 풀미역치·쑤기미도 초기 발육 단계에 있어서 가슴지느러미가 부채형으로 크게 발달하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라 볼 수 있다(<그림 3, 4> 참조). 쑤기미 자어는 부채형 가슴지느러미 위에 가장자리를 따라 독특한 원형 흑색점이 발달하는 점이 특징이다. 풀미역치의 치어는 가슴지느러미에 흑색 소포가 발달하여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띤다.

●성장·식성
미역치는 탐식성이 매우 강한 편으로 요각류·단각류 등 작은 동물 플랑크톤을 비롯하여 새우·곤쟁이류·게·어린 물고기·갯지렁이류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성장에 대한 자세한 보고는 없으나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미역치들의 체장 조성으로 미루어 보아 1년에 약 5cm정도 자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
미역치 낚시를 즐기는 이는 아마 없을 게다. 강낚시에세 피라미를 귀찮게 여기는 이가 있는가 반면, 피라미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아 나름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미역치는 한여름 연안 갯바위낚시의 불청객일 뿐이다. 이 조그만 불청객은 연안낚시에 귀찮은 존재일 뿐만 아니라 등지느러미나 뒷지느러미 가시에 강한 독을 갖고 있어 자칫 찔리면 고통스런 낚시가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미역치는 봄부터 가을 사이에 연안이나 내만에서 용치놀래기·노래미·가자미낚시에 흔히 낚이는 어종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예쁜 물고기를 낚았다고 조심성 없이 만지면 적어도 몇 시간은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낚시에 미역치가 물고 올라 왔을 때엔 발로 살그머니 밟은 상태에서 니퍼를 사용하여 바늘을 빼내야 한다. 조금 숙달된 이들은 미역치의 가슴지느러미를 쥐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바늘을 빼내기도 한다.

필자가 자주 가는 경남 통영 앞바다에는 여름이면 물놀이를 겸한 낚시를 많이 한다. 몇 년전 이곳에서 해수욕 차림으로 바위에 앉아 낚시를 하던 서울에서 온 듯한 아저씨가 미역치를 낚아내면서 ‘와-, 이렇게 이쁜 고기가 있었나!!’하는 감탄사와 함께 왼손바닥으로 감싸쥐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화려한 외모에 속았음을 느꼈을 땐 이미 독이 손바닥의 여러 군데를 파고들었고 아저씨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는데 그 후의 장면은 상상에 맡긴다.

다이빙을 해보면 아주 얕은 곳에서 수심이 10∼20m의 깊은 곳까지 미역치가 서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위·자갈 많은 곳에서 물놀이 할 때에는 발바닥을 쏘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정도다. 아무튼 바닷가를 찾는 이들은 물놀이나 낚시에서 항상 낯선 고기에 조심해야겠다. 미역치는 작고 독을 가진 물고기로 인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하지만 크기가 아담하고 겉모습이 화려하여 관상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표> 미역치, 풀미역치(미역치과)와 쑤기미(쑤기미과)의 비교
국명 미역치 풀미역치 쑤기미
학명 Hypodytes rubripinnis Erisphex potti Inimicus japonicus
영명 - - Devil stinger
일본명 하오코제(ハオコゼ) 아부오코제(アブオコゼ) 오니오코제(オニオコゼ)
방언 쐐치, 쌔치 수베기, 풀미역치 범치, 쑥쑤기미, 쐬미
크기 10cm 15cm 20∼25cm
형태 · 몸은 계란형이며 측편되어 있다.
· 전체적으로 붉은 빛과 갈색을 띠며 배쪽은 주홍색이다.
· 몸에 불규칙한 흑갈색 무늬가 흩어져 있다.
· 눈아래에 큰 가시가 나 있다.
· 비늘은 살갗 아래에 묻혀 있다.
· 등지느러미 가시에 쏘이면 매우 아프고 통증은 몇시간 계속된다.
· 체형은 미역치와 유사하며 몸은 전체적으로 회색을 띠고 암갈색의 작은 무늬가 몸 전체에 흩어져 있다.
· 몸에는 비늘이 없고 몸 전체에 융모상의 피질돌기가 나 있다.
· 눈 아래에 큰 가시가 뒤쪽으로 나 있다.
· 입은 위로 향하며
· 뒷지느러미 가시가 1개인 것이 특징이다.
· 몸의 앞부분은 종편되었고 뒷편은 측편되어 가늘고 길다.
· 체색은 서식처의 환경조건, 수심에 따라 변화가 크며, 연안에서는 흑갈색, 유백색을 띠는 것이 많고 깊은 곳으로 갈수록 붉은색을 많이 띤다. 더 깊은 곳으로 가면 노랑색을 띤 놈이 많다.
· 머리는 요철이 심한 편으로 옆면과 아래턱에는 촉수모양의 돌기가 많이 발달한다.
· 몸에는 비늘이 없고 옆줄을 따라 15∼17개의 작은 피질돌기가 있다.
· 지느러미 가시에 강한 독이 있다.
지느러미
줄기수
D(등지느러미).
ⅩⅣ∼ⅩⅤ-6∼7
A(뒷지느러미).
Ⅲ-3∼5
D.Ⅹ∼ⅩⅢ-10∼14

A.Ⅰ-10∼13
D.ⅩⅥ-ⅩⅧ-6∼7

A.Ⅲ-9∼10
분포 우리나라 중남부, 일본 혼슈우 이남, 태평양, 홍해 우리나라 중남부, 일본, 대만, 중국 우리나라 서남부, 일본 중부이남, 동남 중국해, 인도양, 홍해, 하와이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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