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바다] 벤자리

영지니 2008. 7. 27. 21:33
벤자리   
 

벤자리


벤자리 노성어(老成魚) - 세로줄이 없어지고 암갈색에 검은 빛을 띤다.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벤자리
●학명 : Parapristipoma trilineatum
●영명 : Grunter
●일본명 : 이사키(イサキ)
●방언 : 이사끼

낚시 대상어 중에서 대표적인 어종들은 대개 주 시즌이 있다. 봄·가을에 잘 잡히는 종이 있는가 하면, 여름에만 잘 잡히는 종이있다. 지금은 '얼음낚시'라는 새로운 장르가 개발되어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붕어낚시도 이전 오랫동안 겨울철에는 쉬어야만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낚시대상어 중의 하나가 바로 벤자리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가 아니고 수온이 매우 높은 해류(쿠로시오해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주도와 경남 지역 일부 도서지방에서만 즐길 수 있다. 이 종은 한여름밤에 떼를 만나면 팔목에 파스를 붙여야 도리 정도의 조황을 보이므로 오래 전부터 제주도·부산·경남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경남에 위치한 알섬(경남 '홍도')의 벤자리 밤낚시는 너무도 유명하다.

●이름
벤자리는 부산·경남지방에서 '이시끼'(일본명)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연안에선 한 여름 짧은 기간 동안에만 남해안에서 잡히므로 방언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학명은 parapristipoma trilineatuma(톱과 같은 과일, 과일의 털)의 합성어로서 벤자리가 '과일의 털과 같은 작은 이빨'을 가졌다거나 '톱날과 같은 아가미 뚜껑 가장자리의 극(가시)이 작다'는 뜻이다. 또한 종명인 trilineatum은 '세로줄 무늬'를 가졌다는 뜻이다. 일본명은 '이사키(イサキ)'イ며, 영명은 'grunter', 프랑스에선 'grondeur', 이들은 모두 '부부' '소리내어 우는 고기'란 뜻이다.

●특징
벤자리의 특징은 체색의 변화가 심하고 체측의 반문이 나이 또는 계절·환경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20㎝ 전후 크기까지의 어른 고기는 초록색을 띤 옅은 갈색 바탕에 세줄의 황갈색 세로띠를 갖고 있고, 물속에서는 세로무늬 외에 다섯 줄의 폭 넓은 수직 가로띠가 교차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가로띠는 극히 불안정하여 뚜렷이 보였다가 희미해졌다 하며, 죽으면 소실되고 만다. 체측의 세로띠도 어릴 때는 매우 뚜렷하지만 성어로 성장하면서 없어진다(24㎝ 이상 크기). 이 세로줄무늬와 체색은 어린 시기에도 계절에 따라서 변하는데, 겨울철이 되면 무늬가 없어지면서 체색이 갈색 또는 흑회색으로 바뀌어 성어와 유사한 체색을 갖는다. 등지느러미에는 14개의 가시(棘)와 17개의 줄기(軟條)를 갖고 있으며 뒷지느러미에는 3개의 가시와 8개의 줄기를 갖고 있다. 벤자리는 약 40∼50㎝ 정도까지 성장한다.

●분류·분포
벤자리는 농어 (目), 벤자리과(科, pomadasyidae)에 속하며 이 과에는 전 세계적으로 17속(屬) 175여 종이 알려져 있다. 벤자리는 벤자리속(屬, Parapristipoma)에 속하며 우리나라에는 1종뿐이다. 그러나 같은 속은 아니지만 벤자리란 이름을 가진 유사한 무리가 있는데 물속에서 부레로 우는 소리를 내는 살벤자리과(科, Teraponidae) 살벤자리속(屬, Terapon)에 속하는 줄벤자리·살벤자리·네줄벤자리가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벤자리에 비해서 크기는 작아 30㎝ 이상이 드물다. 이 살벤자리속 어류와 벤자리를 구별할 수 있는 큰 분류 형질은 등지느러미 줄기수와 체측의 무늬이다(<표1> 및 <그림1> 참조). 벤자리의 등지느러미에는 14개의 가시와 17개의 줄기가 있는 데 비해 살벤자리속 어종은 10∼13개의 가시와 8∼12개의 줄기를 갖고 있어 등지느러미의 줄기(軟條)수 만으로 구분 가능하다. 또 이 종들은 모두 체측에 3∼4줄의 세로띠를 갖고 있으나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르며, 이 체측 세로띠의 꼬리지느러미 위까지의 연장 유무나 그 형태는 종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살벤자리속 어류는 모두 꼬리지느러미에도 무늬가 있으나 벤자리는 체측의 세로무늬가 꼬리까지 연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그림 2> 참조). 그 외 벤자리는 측선비늘 수(옆줄 위의 비늘 수)가 106∼115개인 데 비해 살벤자리속 어종들은 줄벤자리가 58∼72, 살벤자리가 80∼90, 네줄벤자리가 53∼55개로 모두 90개 이하로 구분되다. 벤자리는 우리나라 남부해·일본 남부·대만·중국해 등지에 분포하며 살벤자리속 어류 역시 벤자리오 마찬가지로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며 우리나라 남부해·일본·대만·필리핀·인도·호주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생태
벤자리는 낮과 밤에 각기 다른 수층에서 유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에는 연안의 약간 깊은 곳 해조가 많은 장소에서 모여 놀다가 밤이 되면 수면 가까이 떠올라 먹이를 찾는다. 이처럼 벤자리는 전형적인 야행성 어류로, 밤이 되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빛을 싫어하기 때문인데, 시간대로 자정 이후에 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산란기는 6∼9월이며 산란이 왕성한 시기는 6∼7월로 알려져 있다. 산란장은 외해에 접한 연안 또는 조용한 내만이다. 산란을 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암컷의 경우 2살때부터이며, 산란에 참여하는 가장 작은 크기의 암컷은 16㎝이다. 2살 때에는 암컷 중에서 약 36% 정도가 산란을 하고 나머지는 성숙하지 않으며, 3살이 되면 약 82%, 4살이 되면 100%가 어미가 된다. 성비(性比)도 나이를 먹음에 따라 달라지는데, 3살 때에는 암컷과 수컷의 비가 거의 1 : 1로 동수이지만, 그 이상 나이를 먹게 되면 점차 수컷이 감소하게 되어 더 나이를 먹으면 암컷 2마리에 수컷은 1마리꼴이 된다. 산란 수온은 23∼28℃ 범위이며, 산란기에 이르러도 먹이는 계속 취하므로 낚시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체장이 22∼33㎝ 범위인 벤자리 한 마리가 갖는 알 수는 15∼170만개로 개체 크기에 따라 차이가 많다. 또 나이에 따라서도 알수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2세인 경우는 5∼6만개로 적으나 4세가 되면 100만개 전후로 증가한다.

벤자리의 알은 각각 분리되어 수면에 뜨게 되는데, 지름은 0.8∼0.9㎜정도로 작으며 수온 21∼22℃ 조건에서 약 27∼28시간 만에 부화한다. 갓 부화한 새끼는 1.6㎜ 전후이고 배에는 커다란 난황과 유구 1개를 갖고 있다. 부화 후 2, 3일이 지나면 입이 발달하며 난황은 거의 흡수한 상태로 2.8㎜에 달한다. 난황을 흡수한 후에는 해저 가까이 내려가게 되며, 내만의 해조가 무성한 곳으로 이동하여 먹이를 찾게 된다. 몸 길이가 14㎜ 정도로 자라면 각 지느러미가 완성되고 등지느러미의 가시도 잘 발달하여 유사어종과 구별 가능한 치어기(稚魚期)에 이른다.

20㎜ 크기의 치어는 체측에 3개의 세로줄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30㎜ 치어는 성어와 비슷한 형태를 갖춘다. 50㎜ 치어는 체측에 세로 무늬 외에 갈색 색소가 증가하게 된다. 벤자리 치어들은 수심이 5∼10m인 해조가 무성히 자란 내만을 떼지어 다니면서 작은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자란다.

●식성·성장
벤자리의 식성은 육식성으로 어미는 곤쟁이·갑각류·정어리·고등어·숭어 등을 먹고 산다. 알에서 부화한 후 난황을 흡수한 새끼는 작은 플랑크톤을 먹고 살다가 차츰 성장함에 따라 요각류 같은 조금 큰 플랑크톤과 새우, 게의 유생 등을 먹게 되고 이후 어린 물고기도 먹기 시작한다. 또한 벤자리는 야행성이므로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낮에는 해조가 무성한 바닥 가까이에서 머물다 밤이 되면 수면 가까이 떠올라 해안 가까이까지 접근하여 먹이를 찾게 된다.

벤자리의 초기 성장은 사육 실험에 의하면(原田, 1974) 알에서 부화한 후 14일만에 9.6㎜, 30일에 24㎜, 50일에 41.7㎜, 100일째에는 8㎝로 성장한다. 그 후의 성장은 분포 해역의 환경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만 1년 후 12∼19㎝, 만 2년에 18∼24㎝, 만 3년에 22∼31㎝, 4년만에 25∼37㎝(평균 30㎝전후)로 성장한다. 이같은 크기로 보아서 벤자리는 대형종에 속한다고는 볼 수 없다.

●낚시
한 여름이 찾아오면 부산과 일본 대마도 사이에 위치한 홍도(鴻島)의 유명한 벤자리낚시가 시작된다. 이 홍도는 갈매기의 산란기 때면 섬 전체가 갈매기 알로 뒤덮일(?) 정도여서 '알섬'이란 이름으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홍도의 여름은 참돔·농어·돌돔 등 대물낚시를 즐기려는 부류와 화끈한 벤자리낚시를 꿈꾸는 단골꾼들의 낙원이 되곤 한다.

부산에서 거리가 먼 섬이지만 천혜의 낚시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포인트가 많고 어종도 다양한 곳이다. 필자는 이 섬에 내려보지는 못하였지만 해양조사선을 타고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아무튼 물고기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한번은 꼭 찾아가고픈 곳이다. 벤자리는 한여름 밤중에 떼를 지어 다니므로 기다려봄직한 특성을 갖고 있는 물고기이지만 워낙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고기이므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소와 계절이 한정되어 있다.

벤자리는 낮에 수심이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가 밤이 되면 마치 볼락이 피어오르듯 얕은 곳으로 올라와 먹이를 찾기 때문에 수심이 깊고 해초류가 무성한 암초밭 부근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런 습성 때문에 벤자리낚시는 볼락낚시와 유사하여 달 없는 밤을 노리면 '떼고기'를 만날 확률이 높다.
벤자리의 습성이 떼를 지어다니고 일단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미친 듯이(?) 물고 들어가므로 매력 만점인 낚시로 소문이 나 있다.

벤자리 낚시에서는 그들이 머무는 수심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며, 입질이 시작되었다가도 일시에 사라져 버리는 등 낚이는 시간이 짧은 경우가 허다하므로 일단 낚시에 잡히기 시작하면 속전속결로 낚아내야 한다. 미끼로는 벤자리의 식성이 육식성인만큼 새우·갯지렁이류면 족하며, 배낚시를 즐기려 할 때에는 그외 오징어 및 고등어 껍질, 어피바늘을 쓰기도 한다. 더불어 배낚시를 할 경우에는 어탐기로 바다 밑을 더듬어 산봉우리처럼 해저 지형이 가파른 곳을 찾아 채비를 내리면 좋다.

필자는 벤자리를 잡아본 적이 없어서 먹어보지도 못했지만, 일본 큐슈 하카다(博多)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벤자리에 관한 얘기가 있다. 벤자리의 뼈는 매우 강하여 목에 찔리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하여 이 고기를 먹을 때는 북쪽을 향해 앉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어 가시가 목에 걸려서 목숨을 잃으면 북침(北枕;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는 일. 시신을 안치시키는 형태여서 일상에선 꺼려한다)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 한다.

벤자리의 맛은 크게 뛰어나지 않지만 생선회·소금구이는 나름대로 맛을 지니고 있다. 또 벤자리 살 100g 속에는 단백질이 17.2g, 지질이 5.3g, 수분이 76.0g, 비타민A가 150IU, 비타민B₁이 0.28㎎ 포함되어 있어 고급 단백질식품이라 할 수 있겠다.

<표1>벤자리류의 비교표
분류 하스돔과,
벤자리속(Parapristipoma)
실벤자리과, 실벤자리속(Terapon)
학명 P.trilineatum T.oxyrhynchus T.jarbua T. theraps
영명 Grunter Five striped pig-fish Crescent perch Banded grunter
일본명 이사키
(イサキ)
시마이사키
(シカイサキ)
고토히키
(コトヒキ)
히메코토히키
(ヒメコトヒキ)
크기 40cm 30cm 25cm 20cm
분류형질 등지느러미 가시는 14개, 줄기는 17개이다. 등지느러미 가시는 10∼13개, 줄기는 8∼12개이다.
형태 · 몸은 긴 타원형이고 계절 및 성장에 따라 체색·무늬가 달라진다.
· 계절-회흑색에 띠없음.
· 여름-녹색을 띤 연한 갈색바탕에 3줄의 황갈색 세로줄(성어가 되면 소실됨)
· 몸은 긴 타원형에 회청색이고, 옆구리에 4줄의 회흑색 세로띠가 있으며, 각 줄 사이에 가는 무늬 있음.
· 꼬리지느러미 위에 가는 흑색 무늬가 있음.
· 몸은 타원형이고 등은 갈색을 띤 연한 청색, 배는 은백색.
· 3줄의 흑갈색 세로띠, 3번째 무늬는 머리 뒤에서 꼬리지느러미 위에까지 이어짐.
· 몸은 방추형에 가깝고, 갈색을 띤 담청색이며, 배는 은백색.
· 3∼4줄의 굵은 세로띠가 있다(성어가 되면 소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측선비늘수
D.ⅩⅣ-17
A.Ⅲ-8
106∼115
ⅩⅠ∼ⅩⅡ-10
A.Ⅲ-8
58∼72
Ⅹ∼ⅩⅠ-10
Ⅲ-8∼9
80∼90
ⅩⅡ-10
Ⅲ-8
53∼55
분 포 우리나라 남해, 제주도, 일본 중부이남, 중국해 중남부, 일본 중부이남,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양 중남부해, 일본 중남부, 중국, 대만, 인도양, 호주 남부해, 일본, 대만, 호주, 인도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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