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민물] 미꾸라지/미꾸리

영지니 2008. 7. 27. 14:56
미꾸라지/미꾸리   
 

미꾸리


미꾸라지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미꾸라지/ 미꾸리
●학명 : Misgurnus mizolepis(미꾸라지), M. angullicaudatus(미꾸리)
●방언 : 메꾸락지·미꾸랭이·웅구락지(미꾸라지와 미꾸리를 혼용)
●일본명 : 가라도조(カラドヅョウ,미꾸라지),/도조(ドヅョウ,미꾸리)
●영명 : chinese muddy loach(미꾸라지), muddy loach(미꾸리)

어떤 일에 이리저리 잘 빠져나가는 사람을 가리켜 ‘미꾸라지 같다’고 한다. 손으로 쥐려 하거나 몰아서 잡으려 하면 잘도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겼나 보다. 농약이나 오염으로 많은 늪과 웅덩이가 죽어버린 요즘엔 그 흔하던 미꾸라지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비만 오면 해물 냄새를 맡고 기어나오는 미꾸라지를 뜰망 혹은 소쿠리로 잡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달하는 문명과 더불어 이러한 기억은 점차 동화속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이번호에는 미꾸라지를 주목해보자. 미꾸라지야말로 어릴 적 동심을 고스란히 낚아낼 수 있는 어종이 아닐까.

●이름
미꾸라지는 미꾸리·미꾸락지·메꾸라지·논미꾸리·도랑미꾸라지·운구락지·용미꾸리·추어 등으로 지역에 따라 불리어지는 이름이 많다(대부분 미꾸라지와 미꾸리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꾸라지는 영어로 loah라 부른다. 그리이스로 희다는 뜻의 leukos에서 나온 말이다. 또는 일기예보란 뜻의 weather fish라고도 부른다. 일기가 나빠지면 떼지어 있던 미꾸라지가 소란스러워지는 모습을 보고서 붙인 이름이다. 일본어로는 가라도조(カラドヅョウ)라 부른다. 참고로 미꾸리는 도조(ドヅョウ)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大鱗泥鰍라 부르고, 미꾸리는泥鰍로 부른다. 미꾸라지의 학명은 Misgurnus mizolepis다. 속명인 Misgurnus는 유럽에서 미꾸라지를 통칭하였던 옛말에서 유래하였다.

●특징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그야말로 미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체형은 가늘고 길며 약간 측편되어 있으며 비늘은 매우 작다. 측선은 불완전하며 종렬 비늘수는 미꾸라지가 115~135장, 미꾸리가 150~180장 범위다. 입가에 5쌍(총 10개)의 수염이 있는데 윗입술에 3쌍, 아랫입술에 2쌍이 있다. 수염의 길이는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3번째가 가장 길다. 머리 앞부분에 작은 눈이 자리잡고 있다. 미꾸라지는 전체적인 몸색이 누런 빛이 강하지만 미꾸리의 경우 등쪽은 검은빛이 강하고 배쪽은 흰빛이 강하여 옆에서 보면 등쪽과 배쪽이 확실하게 달라보인다. 몸집의 살찐 정도 즉 비만도로 보자면 미꾸라지가 높으며 미꾸리는 낮다.

미꾸라지는 다른 어류와 달리 intestinal respiration이라는 호흡을 한다. 인테스티날 레스피레이션은 우리말로 ‘창자호흡’으로 번역된다. 원래 창자는 먹이를 소화하고 흡수하는 기능을 맡고 있으나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호흡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꾸라지와 미꾸리의 호흡과정을 보면 일단 입으로 공기를 마신 뒤 항문을 통해 내보낸다. 수온이 높을 수록 공기를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섭씨 5도(수심 30㎝)의 물에 공기를 포화시켰더니 아가미호흡을 하다가 수온이 10℃오르자 한 시간에 2~3회 가량 창자호흡을 하기 시작했고, 수온을 25℃까지 올리자 창자호흡수가 무려 19까지 급증했다는 실험기록이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창자호흡을 하는 물고기는 아무리 물속산소가 포화상태라 해도 창자호흡을 방해하면 장기간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참고로 창자호흡과 유사한 호흡으로 가물치에게서 볼 수 있는 인후공기실호흡(咽喉空氣室呼吸)이란 게 있다. 가물치는 수중호흡만으로는 생존하지 못하며 만약 인후공기실호흡을 방해하면 질식하게 된다. 이처럼 몇몇 물고기는 수중호흡을 보완하여 창자호흡등의 공기호흡을 이용, 산소가 부족한 물속에서도 살수가 있다.

●분포·분류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잉어目, 기름종개科(obitididae)에 속한다.(한국담수어도감:1990)전 세계적으로는 약 20속, 1백50여종이 있으며, 국내에 서식하는 기름종개과 물고기는 15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 미꾸라지·미꾸리·쌀미꾸리를 제외한 나머지 기름종개과 어류들은 물이 맑은 하천 상루에 서식하고 있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거의 같은 종으로 취급되어 왔다. 다만 분류학적으로 몇 가지 특징에 의해 구분하고 있지만 그 생김새가 매우 닮았다.

몸크기는 미꾸라지가 약간 더 크다(미꾸리:10~17㎝, 미꾸라지:20㎝ 이상).쉽게 구별하자면 눈으로 보아 몸이 크고 넓적하다면 미꾸라지이고, 몸이 가늘고 작다면 미꾸리이다. 또한 몸 단면의 모양을 보고 미꾸라지를 넙적이, 미꾸리를 동글이로 부르기로 한다. 또한 미꾸라지는 꼬리자루(미병부) 높이가 높아 몸과 꼬리지느러미가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꾸리는 꼬리자루 높이가 낮아 꼬리지느러미가 몸과 구별된다.(<그림1>참고).

입가에 있는 수염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특히 3번째 수염을 보면 미꾸라지가 미꾸리보다 길다. 또한 미꾸라지의 수염은 머리길이의 1/2이상이며, 눈지름의 약1.5~2배 정도가 된다. 이밖에 종렬 비늘수, 새파수, 지느러미 줄기수 등에서도 차이가 난다(<표>참고). 그러나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어릴 적에는 구분조차 어렵다. 그러다가 몸 길이가 4㎝ 정도로 자라면서 비로소 어미의 모습을 갖추게 되어 구분이 가능해진다. 미꾸리는 우리나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물고기이며 중국과 대만, 일본에서도 볼 수 잇다. 하지만 미꾸라지는 미꾸리에 비해 분포상태가 고르지 않다. 국내의 경우 동해안 일부 하천에서는 볼 수 없으며, 중국과 대만에는 분포하지만 일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
미꾸라지와 미꾸리의 생태는 매우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미꾸라지는 생활사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초기생활사, 金등:1987). 여기에서는 미꾸리의 생태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한다. 미꾸리나 미꾸라지는 늪이나 논처럼 진흙바닥에 서식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는 드문 편이다. 즉 미꾸리 속(Misgurnus)의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뻘바닥에 주로 산다. 그러나 종개 속(cobitis)의 수수미꾸리·새코미꾸리·기름종개 등은 물이 맑은 모래바닥에 살고 있다.

미꾸리는 다 자라 어미가 되면 몸길이가 15㎝ 가량이 된다. 특히 수컷은 암컷에 비해 작은 크기(8㎝ 전후)에서 성숙한다. 산란기는 5~7월로 알려져 있으나 지방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암컷이 갖는 알은 나이나 크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6천~1만5천여개 사이다. 산란기가 가까운 암컷은 배가 불러져서 수컷과 쉽게 구별된다. 이밖에 가슴지느러미 형태로조 구분이 가능한데 수컷은 크고 끝이 뾰족한 편이다. 산란은 비 온 뒤 논이나 늪에서 이루어진다. 산란기의 수온은 25~26℃ 범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산란을 할때는 암수가 교접(交接)행위를 거치는데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마리가 달려들어 암컷의 가슴·볼을 건드리다가 그 중 한 마리의 수컷이 마치 엿가락 꼬닷 암컷의 몸을 휘감아 조이는 동작을 하게 된다(<그림2>참조). 이러한 수컷의 압박에 의하여 암컷은 알을 몸 밖으로 내보내며 이떄 수컷도 정액을 내뿜어 수정이 이뤄지게 된다.

미꾸리는 원래 조심성이 많아 조그만 인기척에도 놀라 뻘 속에 숨곤사는데 산란기가 되어 이같은 구애행동에 열중해 있을 때는 다른 외부 변화에 크세 놀라지 않는다고 한다. 산란행위는 1~3초의 짧은 순간에 이뤄진다. 미꾸리의 알은 점착력이 약한 반점착성으로 지름은1㎜ 전후이고 황색을 띠고 있다. 수정란은 20℃ 전후에서 약 2~3일, 30℃에서는 약20시간만에 부화한다(참고로 미꾸라지의 수정란은 지름이 1.1㎜ 전후다).

갓 부화한 미꾸리 새끼는 길이가 4.0㎜ 정도이고 입과 항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로 배에 길고 큰 난황을 갖고 있다. 미꾸라지의 부화자어는 평균 전장이 2.72㎜로 미꾸리 부화자어보다 작았다. 부화 후 1~4일간은 아가미가 외부에 돌출하여 있다가 점차 사라지며 입가의 수염은 부화 3일째부터 자라기 시작한다(<그림3,4>). 부화 후 1~3개월이 지나면 2~3㎝정도 자라며 거의 성어의 모습을 갖춘다. 미꾸리는 수온변화에 민감하여 수온이 너무 낮거나(5~6℃), 너무 높으면(34~35℃) 바닥 뻘 곳으로 들어가서 지내게 된다. 또한 물이 마르면 뻘속으로 들어가며 약간의 습기만 있어도 살 수 있다.

●식성·성장
몸길이가 2㎝이하일 때는 주로 소형 갑각류(새우류 등)를 먹으며 이후 성장하여 5~8㎝가 되면 지렁이와 새우 따위의 동물성 먹이 말고도 규조나 식물의 줄기・뿌리・씨앗 등도 먹는 잡식성을 보이게 된다. 그 후 9㎝ 이상으로 자라면 점차 동물성 식성이 줄어들어 창자의 길이도 길어진다(식물성 식성을 가지는 동물은 창자가 길다).

먹이는 보통 야간에 먹지만 산란기에는 주간에 먹는다. 부화 뒤 3개월이면 7㎝ 전후가 되는데 9㎝ 이상부터는 암수의 성장차이가 나타난다. 이후 만 1년이 지나면 암컷이 10.4㎝, 수컷이 9.7㎝정도로 자라며 만 2년이 지나면 각각 12㎝, 10.8㎝로 성장한다. 성장속도는 환경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미꾸리의 최대 크기는 암컷이 21㎝(체중 100g), 수컷이 17㎝(체중 50g)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꾸리보다 대형종으로 알려진 미꾸라지는 20㎝ 이상으로 자라는 것이 흔하다. 수명은 20~22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낚시
미꾸라지낚시를 전문으로 해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강이나 늪·웅덩이세어 붕어 혹은 소형잡어를 낚다보면 가끔씩 제법 힘을 쓰는 미꾸리나 미꾸라지・종개류를 낚아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미꾸라지는 아주 작은 바늘이 유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낚시를 해보면 의외로 큰 바늘에도 잘 물고나오며 오히려 너무 작은 바늘은 쓰면 목 깊숙이 바늘은 삼켜 바늘은 빼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70년대 초였던가. 한창 도시가 확대되고 있던 부산의 연산동 인근 들판으로 기억된다. 그곳에는 몇 개의 웅덩이가 있었는데 동네낚시꾼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너치급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나는 주전자를 들고(살림망이 없었다) 친구와 함게 웅덩이 하나를 골라 자리를 잡았는데 약간 이상하다 싶은 찌놀림에 힘껏 챔질을 해보니 무척 큰 미꾸라지를 낚아내고 징그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3년 전이었나보다. 친구 가족과 함게 평창강으로 강잡어낚시를 갔는데 당시 돌고기・마자 등과 함께 단풍색갈처럼 화려한 새꼬미꾸리를 꽤나 잡아냈었다. 녀석은 다른 잡어마냥 지렁이를 물고 늘어지곤 했는데 특히 마늘을 깊숙이 삼키는 경우가 많아 곤욕을 치르곤 하던 기억이 난다.

붕어 입질만은 못하지만 맑은 물에 세워둔 찌가 까닥거리며 물속으로 잠기면 어김없이 물고 나오는 녀석을 보면 신기할 뿐이었다. 미꾸라지 하면 추어탕이 떠오를만치 미꾸라지(미꾸리포함)의 대표적 요리는 추어탕이다. 미식가들조차 별미중의 별미로 치는 추어탕을 즐기는 인구가 많은 만큼 수요에 공급하기 위한 양식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값싸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수입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꾸라지(미꾸리)에는 크리노스토멈(clinostomum)이라는 기생충이 있어 몸에 좋다고 횟감으로 생식하게 되면 인체를 해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물고기 기생충은 사람 몸속에 들어오면 죽지만 이 기생충은 간디스토마나 아니사키스 등처럼 죽지 않는다. 시골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던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요즘은 귀해져만 간다. 양식에 의한 생산 증대도 좋지만 자연의 춤안에서 번성할 수 있도록 늪과 웅덩이, 수로 등의 환경이 하루빨리 자연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표>미꾸라지와 미꾸리의 비교표
미꾸라지 국명 미꾸리
Misgurnus mizolepis 학명 M.anguillicandatus
말미꾸라지·용미꾸리(미꾸리의 대형 개체를 이같이 부르기도 한다) (대개 미꾸리와 혼용) 방언 논메꾸리·논미꾸리·미꾸라지·메꾸라지 추어·미꾸랭이·웅구락지 참미꾸리
Chinese muddy loach 영명 muddy loach
가라도조(カラドヅョウ) 일명 도조(ドヅョウ)
20cm이상 크기 10~17cm(20cm이상도 있다)
미꾸리에 비하여 몸통이 측편된 형이며 입수염 5쌍중 가장 긴 세 번째 것은 머리 길이의 1/2이상이고 눈지름의 약 4배에 달한다.
채색은 등이 암청색, 배쪽엔 회백색에 가깝다.(전체적으로 누른 빛)
꼬리자루는 옆으로 납작하며, 등쪽 배쪽가장자리는 피부가 칼날처럼 융기되어 있다.(몸통과 꼬리지느러미가 연결된 것처럼 보임)
(4cm가 넘으면 미꾸리와 구별 가능)
형태 몸은 가늘고 길며 미꾸라지보다 몸통이 원형에 가깝다.
5쌍의 수염 중 가장 긴 3번째 수염은 눈 지름의 1.5~2배에 달한다.
채색은 환경에 따라 변이가 심하며, 등쪽은 암청갈색, 배쪽은 담청색(등쪽의 검은 빛이 강하다)
꼬리자루(미병)는 미꾸라지처럼 높지않으며 꼬리 지느러미와 구별 가능하다.꼬리 지느러미의 기부 상단에 1개의 흑점이 있다.
비만도가 높다. 비만도 비만도가 미꾸라지에 비하여 낮다.
110~135
(비늘이 크다.)
종렬
비늘수
150~180
(비늘이 작다.)
등지느러미(D).Ⅲ,6~7
뒷지느러미(A),Ⅲ,4~5
지느러미식 D.Ⅲ,5
A,Ⅲ,5
47~49 척추공수 42~49
19~22 새파수 14~17
미꾸라지보다 일반적으로 큰 개체가 많아 성장속도가 빠른 것으로 추정 성장 1년에 70~100mm,2년에 100~120mm 3년에 160mm 내외
전국적(서남해로 흐르는 하천에 많다.) 북한,중국,대만 분포 전국적으로 분포 북한,중국,일본,대만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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