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민물] 모래무지

영지니 2008. 7. 27. 17:25
모래무지   
 

모래무지


버들매치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모래무지
●학명 : Pseudogobio esocinus
●방언 : 모래마자·모래모치·모자
●일본명 : 가마쓰카(カマツカ)
●영명 : Pike gudgeon, river dodger

한낮 땡볕 아래 앉아있기조차 힘든 여름철에는 시원한 개울에 발을 담그고 마자·모래무지·피라미·갈견이 등 잡어 사냥을 즐기는 잡어낚시가 피서낚시로서는 그만이다. 여름 피서철부터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까지가 강 잡어낚시의 피크시즌이랄 수 있는데, 피서객이 물러간 강가의 맑은 물에서 온갖 예쁜 물고기를 마리수로 낚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또 뛰어난 기술이나 특별한 장비 없이 온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개 크기 20cm 정도면 만족해야 하는 잡어들은 맑은 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민물고기의 독특한 냄새가 거의 없어 튀김·조림·매운탕감으로 고급에 속하여 미식가들은 일부러 이들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한층 씨알이 굵어지는 이들 잡어 중에 바닥이 모래나 잔 자갈인 강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어종이 바로 모래무지이다.

●이름
모래무지라는 이름은 이 종이 모래바닥에 몸을 묻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지방에 따라서 마자·개모자·모래모치·모자 등으로 불리고 있다. 모래무지의 학명은 Pseudogobio esocinus이며 속명인 Pseudogobio는 그리이스어인 pseudes<가짜>와 라틴어인 gobio<유럽산 소형 담수어의 일종>의 합성어이다. 종명인 esocinus는 모래무지가 유럽산 담수어인 pike(속명 : Esox)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명으로는 Pike gudgeon, river dodger, scythe fish로, 입의 생김새가 꼬치고기(pike)와 닮았고, 모래 속으로 잘 숨는 습성(dodge), 낫처럼 날씬한 체형(scythe)을 상징하는 이름들이다. 일본명은 ‘가마쓰카(カマツカ)’인데, 이 이름은 모래무지의 체색이나 체형이 낫(カマ, 鎌)+자루(ツカ, 柄)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특징
모래무지의 생김새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모래 속에 잘 파고 들 수 있도록 날씬한 모습을 하고 있고 채색도 마치 모래나 잔 자갈이 섞인 개울바닥처럼 황색이 섞인 담갈색을 띤다. 체측에는 6개 내외의 암색 무늬가 있다. 눈은 머리 위쪽에 위치하여 모래무지가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갔을 때에도 물속을 보기에 편리하게 되어있다. 입은 머리의 아래쪽에 위치하여 바닥의 먹이를 잡아먹는데 용이하게 되어 있다. 모래무지의 입술을 매우 두텁고 수많은 유두상돌기(乳頭狀突起), 또는 피질소돌기(皮質小突起)가 나있으며 위턱은 돌출될 수 있다. 이런 입모양은 아래쪽에서 보면 말굽모양이다(<그림1>참조). 등지느러미에는 7개, 뒷지느러미에는 6개의 줄기가 있다. 20cm 이상으로 자란다.

●분포·분류
모래무지는 잉어목(目) 잉어과(科, Cyprinidae), 모래무지아과(亞科, Gobioninae)에 속한다(분류체계는 韓國淡水魚圖鑑(1990)에 따름). 몸이 비교적 길고 약간 측편하여 일반적으로 원통인 점, 입수염이 한쌍 있는 점, 옆줄이 완전하고 등지느러미에 가시가 없고 줄기가 7개, 뒷지느러미의 줄기가 6개인 점은 모래무지아과의 공통된 특징에 포함되는 형질이다.

모래무지는 외형상 누치의 어린 새끼·버들매치·모샘치 등과 닮았다. 누치와는 주둥이가 길며 체형이 날씬하고 입술이 피질로 매우 두꺼운 점은 공통된 특징이다. 누치의 어린 개체는 이런 특징 이외에도 체측에 반점들이 있어(성어에는 없다) 참마자나 모래무지와 유사하게 보이는데 뚜렷한 차이점은 항문의 위치에서 찾아 볼 수 있다(표1 참조). 즉, 누치의 항문은 뒷지느러미 바로 앞에 위치하는 반면 모래무지의 항문은 뒷지느러미에서 앞으로 떨어져 위치한다.

주둥이의 생김새는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인 외형이 모래무지와 비슷한 모샘치(gobio)와는 입수염의 길이로 구별할 수 있다. 모래무지의 입수염 길이는 눈지름과 비슷한데 모샘치는 길이가 길어서 눈지름의 1.5∼2.5배에 이른다. 또 버들매치는(Abbottina rivularis) 입수염은 있으나 입술에 피질돌기가 없는 점, 주둥이가 모래무지처럼 길지 않은 점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그림2> 참조).

한편 모래무지는 영동지방의 하천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는 흔한 어종인데 비해 버들매치는 서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에만 서식하고 있다. 모래무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중남부·혹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전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생태
모래무지는 마자·누치 등과 마찬가지로 맑은 수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바닥이 모래와 자갈이 섞인 곳에서 즐겨 서식한다. 서유구의 「전어지」에는 “입으로 모래를 뿜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에 ‘취사어’(吹沙魚),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사구에 있기를 좋아하므로 ‘사구어(沙溝魚)’ 또는 ‘사온(沙殫)’으로 나온다. 또 봄에 왔다가 가을에 가면 그해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일본 사람들은 연어(年魚)라 한다고 한다.” “이른 봄에 얼음이 녹으면 물살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는데, 그 행동은 느리고 둔하지만 사람을 보면 민첩하게 도망가서 모래 속에 묻히는 까닭에 동인(東人)들은 사매어(沙埋魚)라고 부른다.”(한국담수어도감, 1990. 인용)

이처럼 옛 문헌에 나타난 바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종은 모래바닥을 파고드는 습성을 비유한 이름이 붙여져 왔고, 현재 쓰이고 있는 ‘모래무지’란 이름 역시 이 종의 생태적 특징을 한마디로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래무지는 몸 전체를 모래 속에 묻고 머리만 위로 내놓은 채 숨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갑자기 놀랐을 때에도 가슴지느러미를 움직여 모래 속으로 몸을 숨긴다. 대개 하천의 중·상류 바닥에 서식하며 먹이를 먹을 때에는 먹이를 모래와 함께 입 속에 넣은 후 먹이만 삼키고 모래는 아가미 뚜껑 밖으로 뿜어낸다.

태어난 지 만 2∼3년이면 성숙하여 알을 가지며 한 마리가 갖는 포란수는 약 1∼2만개이다. 산란기는 5∼6월 경이고 모래바닥에 산란을 한 후 알은 모래로 덮어둔다, 산란은 야간에 이루어지며 수심이 얕고 물흐름이 느린 곳을 택하여 산란한다. 수정된 알은 수온 21℃에서 6일만에 부화한다. 모래무지의 수정란은 침성점착란(沈性粘着卵)으로 알 크기는 지름이 1.0∼1.5mm 범위이다.

부화한 새끼는 4mm 정도이며 부화 후 2일이 지나면 입이 열리고 4일 후엔 난황을 완전히 흡수하고 5.1mm전후로 성장한다. 전장이 약 15mm일 때 입가에 수염이 생기고, 약 25mm일 때 입술의 피질돌기(유두돌기)가 출현하며 꼬리지느러미의 갈색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31mm 정도로 자라면 주둥이가 돌출하여 성어와 거의 같은 형태를 갖춘다(<그림3> 참조). 모래무지는 독특한 입의 모양에서 볼 수 있듯이 모래·자갈바닥 위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먹이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어미가 된 모래무지는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다른 잉어과 어류에서 볼 수 있듯이 추성(追性)이 나타난다. 모래무지의 추성은 수컷에서 뚜렷하며 머리와 가슴지느러미 위에 돌기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산란기가 되어도 피라미·갈견이처럼 화려한 혼인색(婚姻色)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주위 환경이 모래·자갈바닥인 것에 잘 적응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식성·성장
알에서 부화한 모래무지는 뚜렷한 부유기(浮遊期) 없이 바닥 생활을 주로 하며 성장하게 된다. 부화후 1년이면 4∼8cm, 만 2년 만에 10∼11cm, 만 3년 만에 13∼15cm로 자란다. 4년 만에 17∼20cm, 만 5년 만에 22∼23cm에 달하므로 모래무지가 20cm 이상이면 대형급이라 할 수 있다. 식성은 주로 곤충·저서동물을 먹는 육식성(肉食性)이지만 어린시기에는 조류(藻類)도 먹으므로 잡식성(雜食性)이랄 수 있다. 그러므로 모래무지는 잡식성에서 성장함에 따라 육식성이 강해지는 종이라 할 수 있겠다.

●낚시
모래무지는 마자·갈견이·피라미와 함께 강 잡어낚시의 대표적인 어종이다. 물이 맑고 바닥이 모래·자갈이면서 물흐름이 조금 있는 곳이면 흔하게 잡을 수 있으며, 비가 온 후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에는 많은 마리수로 낚아낼 수 있다. 또 여름보다는 가을에 씨알이 굵어 20cm 이상급도 흔하다.

붕어·잉어처럼 포인트 차이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니지만 너무 얕은 곳보다는 중심부가 깊어지는 강가에서 굵은 씨알을 낚을 수 있다. 낚싯대는 휘두르기 쉬운 가벼운 것이 좋은데, 길이는 장소에 따라 3.6∼6.3m정도를 준비하면 적당하다. 당길힘이 그리 센 편이 아니고 마자·피라미 등 잡어들을 같이 노리게 되므로 낚싯줄도 원줄 1∼2호, 목줄 0.8∼1호 정도로 가늘게 사용하는 것이 맑은 물에서의 낚시 조과에 보탬이 된다.

미끼는 구더기·떡밥·지렁이 등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낚시를 하는 도중 깻묵가루를 밑밥으로 조금씩 뿌려주면 조과에 더욱 유리하다. 실제 모래무지 낚시는 큰 기술을 요하지 않아 가족낚시로 즐기기에 적당하다. 모래무지를 포함한 강 잡어낚시의 또 다른 즐거움은 먹는 맛에 있다. 거울같이 맑은 물에서 낚아올린 잡어들은 보기에도 깨끗하지만 튀김·조림 등의 요리를 해놓아도 깔끔하다.

특히 모래무지는 맛이 담백한 것으로 유명하며 매운탕은 물론 튀김·소금구이가 일미다. 모래무지 가식부 1백g 안에는 단백질이 15.7g, 지방이 1.1g, 수분이 82.1g으로 지방질이 적은 편이다(국립수산진흥원, 1989). 최근 하천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여름에는 여울이 있는 강가마다 피서 인파가 증가하고 있어 언제까지 강 잡어낚시에서 모래무지를 항상 대할 수 있을지 자못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자연을 보호하면서 자연을 이용하고 여가를 즐기는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표1> 모래무지, 버들매치 및 누치의 비교
표준명 모래무지 버들매치 누치
학명 Pseudogobio esocinus Abbottina rivularis Hemibarbus labeo
방언 모래마자, 모래모치, 모자 꼬래, 몰치 눈치, 멍짜, 적비
영명 Pike gudgeon, river dodger Chinese false gudgeon Korean barbel, skin carp
일본명 가마쓰카
(カマツカ)
쯔찌후끼
(ツチフキ)
고라이니고이
(コライニゴイ)
크기 20cm 10cm 40∼60cm
형태 · 몸은 가늘고 길며 주둥이가 길며 입은 주둥이 아래쪽에 위치한다.
· 입수염은 한쌍이며 그 길이는 눈지름과 비슷하다.
· 입술에는 수많은 작은 피질돌기가 있다.
· 항문과 뒷지느러미는 떨어져 있다.
· 주둥이는 모래무지만큼 길지 않으며, 입수염이 한쌍있고 길이는 눈지름과 비슷하다.
· 입술은 두껍고 육질이지만 피질돌기는 없다.
· 산란기의 수컷 등지느러미는 특히 길다.
· 체형과 체색은 빙어와 비슷하며 머리는 뾰족하다.
· 어린시기에는 체측에 6∼9개의 밤색반점이 있으나 모래무지와는 항문과 뒷지느러미가 붙어있는 점으로 구별된다.
· 등지느러미 줄기는 단단하다.
서식 분포 서해, 남해로 흐르는 각 하천
북한, 중국, 일본
서해안으로 흐르는 하천
중국, 일본
서·남해안의 하천, 강
중국, 북한
지느러미식 등지느러미(D). 7
뒷지느러미(A). 6
D. 7∼8
A. 5∼7
D. 2∼10
A. 9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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