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바다] 복어(복섬)

영지니 2008. 7. 27. 23:18
복어(복섬)   
 

복섬


자주복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복섬
●학명 : Takifugu niphobles
●방언 : 복쟁이·졸복·쫄복
●英名 : grass puffer
●일본명 : 쿠사후구(クサフグ)

낚시를 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대물이나 손님고기를 낚아 흥분에 싸이기도 하지만 귀찮을 정도로 집요하게 달려드는 잔챙이나 ‘미끼도둑’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살면서 수온이 따뜻한 계절에 떼를 지어 다니며 낚시인을 괴롭히는(?) 물고기가 있는데, 미끼를 잘 따먹을 뿐만 아니라 조금만 틈을 주면 목줄까지 끊어 먹는 악동이 바로 복어이며, 그 중에서 몸집이 작은 복섬이 연안에서 가장 흔한 종이다.

●이름
복섬은 표준명이며 어민이나 낚시인들 사이에선 ‘쫄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복어를 모두 포함하는 참복과(科, Tetraodontidae)에는 복섬·졸복·자주복·까치복 등을 포함하는 Takifugu속과 밀복을 포함하는 Lagocephalus속 등이 있다. Takifugu는 일본어인 타키후구(タキフグ)를 그대로 딴 것이며, agocephalus는 그리이스어인 logos<토끼>와 kephale<머리>의 합성어로 복어의 이빨이 문치(門齒)로 토끼의 머리와 닮았다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과명(科名)인 Tetraodontidae도 그리이스어로 tatra<4개>와 odus<이빨>의 합성어로서 복어류의 이빨이 4개로 이루어져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복섬의 학명은 Takifugu niphobles이다. 복어의 영명은 배를 부풀려서 입으로 물을 내뿜는다고 하여 ‘blow-fish’(부는 고기), 또 배를 부풀린 모습이 두꺼비를 닮았다 하여 두꺼비고기란 뜻으로 ‘toadfish’로도 쓰인다. 일본명은 배를 부풀린다는 ふくれる에서 유래한 ‘후구(フグ)’로 붙여져 있다. 중국명은 ‘鈍’, 그외 러시아에선 ‘둥근 고기’, 프랑스에선 ‘무장된 고기’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복섬을 포함하는 복어의 이름은 이들이 배를 부풀리는 습성이나 몸에 독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는 뜻을 갖고 있다.

●특징
복어하면 뭐니뭐니해도 그들의 독(毒)이 생각날 만큼 매년 복어 독에 중독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실제로 몇몇 종을 제외하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독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독을 몸에 지니고 있어서인지 복어류에 속하는 종들은 모두 행동이 느리며 느긋느긋하게 움직인다. 빨리 움직여서 적을 피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복어의 독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 불리는 물질로 1900년대 초에 밝혀졌으며, 1970년대 초에는 자연 복어독과 똑같은 인공독이 합성되었다. 복어독을 먹게 되면 식후 30분에서 4시간 30분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 빠르면 1시간 30분, 보통 몇 시간에서 8시간 사이에 사망하게 된다. 증상은 구토, 입술이나 혀끝이 마비되고, 반사신경이 둔해지며 차차 호흡곤란, 혈압강하, 호흡정지로 진행된다.

이들 복어독은 복어의 종류·서식지·계절·몸 부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연안 갯바위낚시에서 가장 흔히 낚을 수 있는 복섬(지방명 : 쫄복·졸복)은 난소·간 등의 내장기관에 맹독(猛毒)을 가지고 있으며, 껍질이나 창자에 강한 독(强毒)을 갖고 있어 요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요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또 가장 비싼 복어로 알려진 자주복도 난소와 간에 강한 독을 갖고 있다. 반면 밀복은 독이 없거나 약한 독을 갖고 있으며, 거북복은 무독이다.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 독성의 강약이나 유무가 달라지므로 낯선 곳에 가서 복어를 요리하는 것도 금해야 할 것이다. 계절적으로는 산란기가 되면 독이 강해지므로 각 종의 산란기를 인식해두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복어는 납작한 비늘은 없지만 종에 따라 등과 배에 수많은 작은 가시를 갖고 있어 만지면 까칠까칠하다. 복섬은 몸집이 작은 복어류이며 크기는 20cm이하다. 등쪽은 청록색 또는 암청색이며 몸에는 눈 지름보다 작은 흰색점이 산재하며 가슴지느러미 부근 등쪽에 흰테를 갖지 않은 1개의 검은 점이 있다. 눈의 홍채는 주황색이며 눈동자는 초록색이다. 이빨은 판상인 앞니(門齒)이며 바위에 붙어 있는 생물을 뜯어먹기에 편리하게 생겼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끝이 뭉툭한 낫모양이고 거의 대칭이며, 등지느러미에는 12∼14개, 뒷지느러미에는 10∼12개의 줄기가 있다. 배지느러미에는 없다. 아가미 구멍은 피부가 조금 찢어져 있는 정도로 작은 편이다.

●분포·분류
복어는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물고기로 점 세계적으로 약 20속(屬), 12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어도보에 참복과(科) 16종(정문지, 1977)이 기재되어 왔으나 최근 복어류의 분류학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우리나라 연안에서 미기록 종들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6속 25종(이완옥, 1995), 10속 28종(한경호, 1995)으로 보고되어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흔하고 육안으로도 발견 가능한 복어류는 ‘복섬’이다. 지방에 따라서 ‘쫄복’‘복쟁이’라 불리는 이 종은 크기가 작고 포구나 하천 하류, 하구 부근에 떼지어 몰려다니므로 흔히 볼 수 있는데, 온몸에 흰색 점이 산재해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표준명이 ‘졸복’인 T. pardalis는 복섬과 이름이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형태적으로 몸이 전체적으로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 점이 있어 뚜렷이 다른 종과 구분된다. 그외 복어류 중에서 가장 고급종으로 취급되고 있는 ‘자주복’은 ‘자지복’(정문기, 1977)이라고도 하는데, 몸집이 커서 50cm급도 드물지 않으며, 등쪽에 검은 점들이 많고 특히 가슴지느러미 후방 등쪽에 흰테를 두른 커다랗고 둥근 흑색점이 있어 형태적으로 다른 종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표> 참조).

일반 복어 식당에서 자주복과 함께 고급 복어류로 분류되는 까치복은 등쪽에 횐색띠와 검은색 무늬가 길게 줄지어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하급종으로 취급되고 독도 없는 밀복은 몸에 무늬가 없고 등이 군청색, 배는 연녹색, 회색인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산란을 위하여 소상하는 황복은 몸이 전체적으로 황갈색을 띠며, 체측에 검은 점을 하나 갖고 머리와 등에 희끗희끗한 점을 갖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생태
복섬은 연안종이라 할 수 있어 여름철 얕은 포구·하구·연안에 몰려다니면서 먹이를 포식한다. 먹이에 대해 매우 강한 집착력을 갖고 있어 일단 먹이를 발견하여 달려들면 주위의 상황을 무시할 정도여서 낚시할 경우엔 미끼를 따라 수면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암컷은 9∼10m정도 되면 성숙하기 시작하며 산란기는 5∼7월 사이이다. 이 종의 산란 일시는 음력 날짜와 사리 물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 예로 초생달이나 보름달이 뜨는 날(사리) 이후 1∼5일(음력 2, 16일부터 2∼4일 사이)사이에 떼를 지어 작은 자갈이 많은 연안으로 몰려나와 만조 2시간 전부터 산란하기 시작하여 그후 30분쯤에 산란 활동이 최고에 달한다. 수정된 알은 파도에 떠밀려 작은 자갈 아래로 들어가며, 물이 빠짐과 동시에 어미들은 연안을 떠난다.

또 어떤 지방에선 이와 같은 음력이나 조석의 주기와 관계없이 해가 지기 직전부터 산란을 시작하여 해가 진 후 1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산란하기도 하는데, 이런 해역에선 산란 시간중 수의 변화가 10cm이하이며 일몰에 따른 밝기의 감소가 산란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장으로는 절벽이 바다에 닿아있는 암초지대 또는 자갈밭, 나무가 많아 담수가 흐르는 곳, 간조시에도 적절한 습도나 수온이 유지되는 곳 등이다.

산란은 40∼50분전부터 10∼100마리씩 떼지어 헤엄치기 시작하여 점차 연안으로 접근하고, 2∼4마리의 수컷이 암컷을 모래사장이나 자갈밭으로 쫓아간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선에서 물이 빠지는 순간 암컷은 몸을 뒤척이며 알을 낳으며 순간 수컷도 지체없이 방정(放精)한다. 산란을 할 때에는 암컷·수컷 모두 몸 표면에 서로 입으로 씹은 흔적이 남는다. 산란 활동은 산란 개시 후 20∼30분 사이에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며 바닷물이 수컷의 정액으로 인해 희게 변할 정도이다. 산란된 알은 작은 자갈에 약한 점착력으로 붙으며, 대부분은 파도에 쓸려서 흘러나가 버린다. 암컷 한 마리가 갖는 알 수는 체중이 25g일 때 약 7,000개, 85g일 때 약 38,000여 개이다. 한 마리의 산란 수는 체장 14∼15cm정도에서 2만∼4만개이다.

복섬의 수정란은 무색 투명하고 지름이 0.9∼0.95mm로 구형이며 여러개의 수 많은 유구(油球)가 있다. 수정란은 하루 두 번 조석간만의 차이에 따라 공기 중에 노출되는 곳의 모래·자갈밭에서 발생하는데 부화까지는 약 50%가 사망해버린다. 수온 21℃ 전후에서 6∼7일 사이에 부화한다. 알의 정상적인 발생은 수온 19.9∼29.4℃ 범위에서 가능하다. 갓 부화한 새끼는 2.3mm이며, 검은점과 황색점이 눈의 앞쪽, 항문 앞쪽 배에 있고 커다란 난황을 갖고 있다. 부화 후 2∼4일 만에 몸 길이가 2.8mm로 자라고 난황을 완전히 흡수한다. 6.6mm가 되면 각 지느러미에 줄기가 발달하여 치어기(稚魚期)에 달한다(<그림 2> 참조).

복섬은 모래 속을 파고드는 습성을 갖고 있다. 낮에는 활발히 헤엄쳐 다니던 복섬이 밤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대부분 바닥에 앉거나 모래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복섬은 낮에도 수심이 0∼2m 정도의 얕은 모래바닥 속에 몸을 숨기고 짧게는 몇분간, 길게는 2∼3시간 정도까지 휴식을 취하곤 한다. 이렇게 모래바닥을 파고드는 행동은 하루에 몇번씩 반복하기도 한다. 이 습성은 복섬이 체장 6cm정도로 자라면 나타나기 시작하며 계절적으로는 산란기를 제외한 시기에 많이 볼 수 있다. 암컷이 수컷에 비하여 이 습성이 더 강하다.

●낚시
복어낚시는 동호인들이 즐긴다고 할 수 없다. 자주복과 같은 대형종을 배에서 낚아내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갯바위에 앉아 참갯지렁이·새우 등 고급미끼로 돔을 노리는데 끊임없이 달려들어 미끼를 몽땅 따먹어버리는 복어·쥐치·소형 놀래기류는 역시 잡어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특히 어쩌다 물려온 복어가 밑줄을 씹어놓는 이빨을 갈면서 배를 부풀리고 기분나쁜 녹색 눈으로 쳐다볼 때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많은 복섬들이 갯바위에 버려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배가 터뜨려지기도 한다.

복섬이 귀찮기는 하지만 여름철 복섬이 달려드는 주위에는 망상어·쥐치·놀래기·흑돔 등이 같이 있기 때문에 미끼를 크게 꿰어 끈기있게 노력하면 그들을 따돌리고 의외의 대물을 만나기도 한다. 만약 어부들이 잡는 고급 복어류를 노리고 배낚시를 시도한다면 복어를 전문으로 노리는 채비를 하여야 한다. 복어의 강한 이빨을 견딜 수 있는 케블러줄이나 와이어 밑줄을 준비하여야 하며 작은 입으로 미끼만 따먹는 경우를 대비하여 쥐치낚시 때처럼 낚시 아래에 훌치기용 낚시바늘을 추가로 다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복어는 잡을 때에도 이빨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하며, 그들의 몸속에 있는 독을 항상 염두에 두어 자격증 없는 요리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두들 복어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매년 복어독 중독 사례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방심은 금물이다.

<표> 복어류의 비교
구분 복섬 졸복 자주복(자지복) 황복
학명 Takifugu niphobles T. pardalis T. rubripes T. obscurus
영명 grass puffer panther puffer tiger puffer puffer
일본명 쿠사후구(クサフグ) 히간후구(ヒガンフグ) 토라후구(トラフグ) 메후구(メフグ)
방언 복쟁이, 졸복, 쫄복 복쟁이, 졸복 참복, 점복, 자지복 황복, 강복
크기 <20cm 35cm 70cm 45cm
형태 · 소형종이며 몸색은 등쪽이 청록색, 배쪽은 흰색이다.
· 등과 배에 작은 가시형 비늘이 있다.
· 몸에는 눈지름보다 작고 많은 흰색점이 산재한다. 가슴지느러미에서 등쪽부분에 흰 테가 없는 검은 점이 있다.
· 체형으로 보면 비교적 몸이 두껍고 둥글다.
· 제표에 가시형 비늘은 퇴화된 상태이지만 사마귀모양의 부드러운 돌기가 밀집한다.
· 체색은 옅은 황갈색 바탕에 눈보다 조금 큰 암갈색 둥근 점이 밀집해 있다. 배는 흰색이다.
· 몸은 두껍고 짧은 형이며 등과 배에 잔가시형 비늘이 있다.
· 체측에는 여러개의 흑색점이 있으며 가슴지느러미부터 약간 뒤의 등쪽부분에 흰테를 가진 커다란 흑색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체색은 등쪽이 흑색, 배쪽은 희다. 뒷지느러미가 흰색이다.
· 몸은 등쪽이 황갈색, 배쪽이 흰색이다. 가슴지느러미 근처에 큰 흑점이 있으며 흰 테두리가 희미하다.
· 등과 머리에는 몇 개의 흰색점이 있다.
· 뒷지느러미는 황색이다.
· 등과 배에는 가시형 비늘이 있다.
분포 우리나라 동남부, 일본 중남부 연안 우리나라 전연안, 일본 전연안, 중국 상해 연안 우리나라 전연안, 중국, 일본 북해도 남부 이남 우리나라 한강, 금강, 대동강, 임진강, 압록강, 서남해안, 중국 양쯔강, 황하
지느러미식 등지느러미(D).12∼14
뒷지느러미(A).10∼12
D.12∼14
A.8∼12
D.15∼19
A.13∼16
D.15∼19
A.13∼16
척곡골수 19∼22 21∼25 21∼22 24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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