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식이요법

궁중음식 ; 어채

영지니 2016. 7. 31. 11:13

어채(魚菜) 궁중의 잔칫상을 장식한 생선요리

어채는 봄철 주안상에 한껏 멋을 낼 수 있는 음식이며, 상차림에서 첫 번째 맞이하는 음식으로 권할 만한 하다.

궁중의 잔칫상을 장식한 생선요리

춘절 시식에는 각종 햇나물, 조개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어린 싹들인 미나리나 파, 두릅, 죽순 등은 살짝 데쳐 숙회강회로 만들어 먹으면 새 생명이 솟아오름과 봄의 향취를 만끽하게 된다. 궁중에서는 천신이라 하여 그 철에 제일 먼저 나오는 식품들을 조상에 대한 효심으로 종묘에 바쳤다. 그리고 그것을 음식으로 만들어 자손들이 나누어 먹었다. 천신품목 중에 봄 품목은 생합, 생낙지, 송어, 전복, 청어, 당귀싹, 조기, 위어, 고사리, 신감초, 진어, 오징어, 죽순 등이다. 천신한 재료들은 자연 맛을 살려서 회, 구이, 나물, 찜 등으로 만들어 먹게 된다.

궁중에서는 생선을 생회로 먹기보다는 살짝 익혀 먹었다. 멀리서 해산물이 오다 보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추운 계절에 나오는 생전복이나 숭어, 빙 송어를 빼고는 생회로 먹는 경우가 드물었다. 어채는 민어나 광어, 도미 같은 살이 부드럽고 담백하여 비리지 않은 흰 살 생선을 포를 떠서 녹말가루를 묻혀 끓는 물에 잠깐 데친 ‘숙회’를 말한다. 여기에 표고버섯이나 오이, 빨간 고추 따위를 마찬가지 방법으로 살짝 익혀 입안에서 느껴지는 촉감과 영양과 빛깔의 균형을 맞추어 담아내는 음식이다.

생선은 민어, 대구, 도미, 숭어 등 회를 할 수 있는 것이면 되고 생선뿐 아니라 조개류인 홍합, 대합, 전복, 소라도 데쳐서 담을 수 있다. 또는 삶은 고기, 달걀 지단, 홍 고추를 길쭉하게 잘라 데친 미나리로 돌돌 말은 강회를 곁들여 담으면 한결 봄맛이 난다.

봄나물 대부분처럼 어채도 초고추장이나 겨자 장을 같이 낸다. 생선은 도톰하게 저며 소금 간을 해서 물기를 거둔 후 녹말을 묻혀 익혀야 덩어리지지 않고, 데칠 때 떠오르면 꺼내는데 바로 얼음물에 헹구면 매끄러운 촉감이 더 살아낸다. 깔끔하고 매끄러운 촉감과 오방색이 어울리므로 만든 어채는 봄철 주안상에 한껏 멋을 낼 수 있는 음식이며, 상차림에서 첫 번째 맞이하는 음식으로 권할 만한 하다. 생선을 익힌 것이므로 생회를 꺼리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오월 단오부터 더위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더운 때는 특히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것은 피한다. 민어가 여름에 맛있는 생선이기에 어채로도 하기에 적당한 생선이다. [규합총서]나 [시의전서]같은 옛 요리책을 보면 어채에 생선뿐만 아니라 대하, 전복, 홍합 같은 갖가지 해물과 고기 내장을 가늘게 채 쳐서 녹말가루를 묻혀 익혀 먹었다고 적혀 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회의 모양이 손쉬운 방법으로 변한 듯하다.

궁중의궤에도 여러 차례 잔칫상에 오른 기록이 남아 있다. 재료는 해물로는 숭어, 해삼, 전복, 생합 그리고 소 내장인 양과 표고, 목이, 석이, 황화, 국화잎, 도라지, 파 등이다. 어채의 재료에서 보면 해물과 여러 가지 색의 나물들을 녹말을 묻혀 초간장에 찍어 먹게 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날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중국 사람들도 진나라 때에 잠깐 이 어채를 먹었던지 그 몇 백 년 뒤인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가 ‘어채가 없음을 부끄러워한다.’고 시에 적었다니, 옛사람들이 꽤 높이 평가하던 음식이 아닌가 한다.

어채 만들어보기

[재료]
* 민어(흰살생선) 200g, 소금 1작은술, 흰 후춧가루 약간, 생강즙 1/4작은술, 오이 1/2개, 붉은 고추 1/2개, 표고버섯 2장, 석이버섯 2장, 달걀 1개, 녹말가루 3큰술, 소금 약간
* 초고추장: 고추장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작은술, 마늘즙 1작은술, 잣가루 1작은술

[만드는 법]
1. 민어를 물이 좋은 것으로 골라서 비늘을 긁고 내장을 빼낸다. 살만 두 장으로 넓게 떠서 껍질을 벗기고 한입 크기로 저민 다음 소금을 뿌린다.
2. 달걀을 황, 백으로 나누어 풀어 얇게 지단을 부친 다음 2cm 폭, 3cm 길이로 썬다.
3. 오이와 붉은 고추를 2cm 폭, 3cm 길이로 썬다. 표고버섯과 석이버섯을 불려서 손질한 다음 오이와 비슷한 크기로 썬다.
4.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다. 준비한 채소에 녹말가루를 고루 묻혀 데친다. 생선도 마찬가지로 데친 다음 찬물에 재빨리 헹군다.
5. 접시에 채소와 생선살을 색깔을 맞춰 돌려 담는다. 초고추장을 따로 작은 그릇에 담아 잣가루를 뿌려서 낸다.




'약선.식이요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중음식 ; 사슬적  (0) 2016.07.31
궁중음식 ; 진달래화전과 화채  (0) 2016.07.31
12월의 약용음식 ; 갓  (0) 2016.07.31
11월의 약용음식 ; 유자  (0) 2016.07.31
10월의 약용음식 ; 더덕  (0) 201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