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음식 ; 꿩메밀만두

석류탕과 메밀만두

만두, 보자기 같은 것에 복을 싸서 먹는다

만두는 떡국이나 국수와 같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주식이면서 특별한 음식이다. 만두의 유래는 송대(宋代) [사물기원]에 의하면 "촉(蜀)의 제갈공명이 맹획(孟獲)을 정벌하여 여수(濾水)까지 왔을 때 풍랑이 심하여 건널 수 없으니, 수신(水神)을 위로하기 위하여 만인의 풍속에 따라 사람머리를 재단에 바쳐야 하나 사람을 수장시킬 수가 없어 양과 돼지의 고기를 면(麵)에 싸서 사람머리처럼 만들어 이를 대신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만두는 껍질, 소의 재료, 모양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밀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얇은 껍질에 고기, 김치 등을 소로 하여 반달 또는 둥근 모양으로 만두를 빚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밀반죽이 아닌 생선이나 달걀, 채소 등을 껍질로 하고 소를 넣어도 만두라 한다. 안에 무엇을 채우고 껍질로 싼 것은 대부분 만두라 부른다. 우리 민족이 만두를 좋아하는 이유는 보자기 같은 것에 복을 싸서 먹으므로 복이 저절로 들어온다는 기복사상 때문이기도 하다. 정초에 떡국과 함께 만둣국을 먹는 풍속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예전엔 우리 음식과 친숙했던 꿩고기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여 만두 속을 쓰긴 했지만, 옛날 만두는 겨울이 제철인 꿩고기를 넣고 메밀반죽을 껍질로 하는 만두이다. 1670년경 안동장씨 정부인이 쓴 [음식디미방]에 기록된 만두는 "모밀가루를 눅직하게 반죽하여 가얌알 만큼씩 떼어 빚는다. 만두소는 무를 아주 무르게 삶아 덩어리 없이 으깨고 꿩의 연한 살을 다져 간장, 기름에 볶아 백자, 후추, 천초가루로 양념하여 넣는다. 삶을 때 새옹에다 착착 넣어 한 사람씩 먹을 만큼 삶아 초간장에 생강즙을 하여 먹도록 한다"라 되어 있다.

꿩은 궁중의궤나 옛 요리책에 자주 등장하는 육류식재료로 으뜸이었는데 자취를 감추어서 자주 대할 수 없는 희귀 식품이 되었다가 이젠 대량으로 사육하여 팔고 있기에 다행히 옛 음식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 조 태종 때에 만든 ‘육의전’이라는 상점에서는 의복감과 식품을 으뜸 상품으로 쳤는데 식품을 파는 내-외 어물전에는 싸전, 좌반전(반찬), 계란전, 계전, 생치전, 고기전, 과일전으로 나누어 팔았다 하며 그 중 생치전, 곧 꿩을 파는 가게를 따로 정했다니 옛날엔 얼마나 꿩이 큰 비중을 차지한 식품이었나를 알 수 있다.

꿩은 ‘산계’라 하여 늦가을부터 12월 겨울 혹한 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며, 꿩 중에 수컷은 외모가 화려하여 장해 보인다고 ‘장끼’라 하고, 암컷은 몸통이 작고 까출하게 보이니 ‘까투리’라 한다. 우리 속담에는 꿩을 인용하여 만들어진 말 중에 ‘꿩 대신 닭’, ‘꿩 먹고 알 먹고’, ‘꿩 구워 먹은 자리 같다’와 같은 말들이 있는데 꿩이 닭보다 훨씬 더 대접받는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궁중의 그 천신 품목 중에 이월에 반쯤 말린 꿩이 생전복, 청어, 당귀싹, 작설차와 같이 끼어 있고. 십일월에 생치(말리거나 익히지 않은 꿩)가 백조, 백어, 당유자와 같이 끼어 있다.

꿩을 재료로 하여 만두부터 구이, 찜, 장조림, 포, 김치 등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예법대로 먹는 법은 잊은 것 같다. 너무 흔해져 버린 만두지만 이제 다시 궁중에서 쓰이던 귀한 식재료인 꿩에 잘 익은 배추김치와 두부를 넣고 소박한 메밀로 만두껍질을 해서 만든 꿩만두를 만들어 봄직하다.

꿩메밀만두 만들어보기

[재료]
꿩고기 300g, 쇠고기 50g, 두부 50g, 마른표고버섯 1장, 숙주 50g, 미나리 30g, 생배추 100g, 계란 1개, 물 8컵
*만두소 양념(소금 1작은술, 국간장 1작은술, 다진마늘 1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생강즙 1/2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계피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메밀가루에 녹말, 소금을 넣어 체에 친 다음 물을 넣고 반죽하여 직경 8cm 원형으로 얇게 민다.
2. 꿩고기는 손질해서 살을 발라내고 뼈는 생강과 함께 넣고 삶아 육수를 만든다. 국물은 기름기 없이 깨끗이 밭친다.
3. 쇠고기와 꿩고기살은 곱게 다진다.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곱게 채썬다.
4. 두부는 으깨어 물기를 짠다.
5. 미나리, 숙주, 배추는 데쳐서 송송 썬 다음 물기를 꼭 짠다.
6. 준비한 재료들을 합해 만두소 양념을 넣고 잘 섞는다.
7. 준비한 만두피에 소를 올려 반달 모양으로 만두를 빚는다.
8. 끓는 육수에 간을 맞춘 다음 만두를 넣어 끓인다. 만두가 떠오르면 건져 그릇에 담고 지단과 후춧가루를 뿌려서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