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향은 유럽이 원산지인 두해살이풀이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은 간혹 심기도 하고 저절로 자라기도 한다.
줄기와 잎에 톡 쏘는 듯한 독특한 향기가 있다. 잎은 가는 실처럼 생겼고 여름철에 가지 끝에 노란색 꽃이 가지 끝에 우산처럼 모여서 피고 열매는 가을철에 익는다.
봄에 심으면 그 이듬해에 키가 1미터 넘게 자라서 열매가 달리며, 우리나라에서는 두해살이풀이지만 따뜻한 지방에서는 7∼10년쯤 자라며 열매를 맺는다.
유럽에서는 회향을 딜(Dill)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시라(蒔蘿)라고 부른다. 그러나 딜과 시라는 회향과 매우 닮았지만 조금 다른 풀이다. 회향은 그 열매를 향신료로 널리 쓴다. 열매는 길이 3∼5밀리미터쯤 되는 타원 꼴인데 가볍고 달고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회향 열매에는 2∼6퍼센트의 정유가 들어 있는데 정유에는 아비톨이 50∼60퍼센트, 펜콘 10∼20퍼센트, 아니스알데히드, 에스트라골 등이 들어 있다. 씨앗에는 이 밖에 기름 12∼18퍼센트, 단백질이 20퍼센트쯤 들어 있다. 또 비타민 A와 아스코르빈산도 많이 들어 있다.
회향의 단맛은 아네톨이라는 성분이다. 아네톨은 23℃에서는 녹지만 20∼21℃에서는 결정성 덩어리가 되고 달며 향기가 있다. 회향은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가장 귀하게 여긴 약초이자 향신료의 하나이다.
5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서 회향을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십일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회향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 효과가 뛰어나다. 또 단맛이 있고 향기가 좋아서 맛과 향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음식이나 약에 넣기도 한다. 빵이나 과자 같은 데에 몇 개씩 넣으면 맛과 향이 훨씬 좋아진다.
본디 회향이라는 이름은 썩은 간장이나 물고기에 이것을 넣으면 본래의 냄새대로 되돌아간다고 하여 붙인 것이다. 그래서 식품의 향료와 냄새를 없애는 데 흔히 쓴다.
고대 유럽에서는 회향의 향기가 마녀의 주력(呪力)을 내쫓는 신통력이 있다고 믿었다. 회향을 태워서 연기를 쏘이거나 말려서 문위에 걸어 두면 마녀의 주술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반대로 마녀도 주문을 외워서 마법을 걸 때 회향을 썼다고 한다. 회향의 정유 성분에는 진정작용 및 최면작용이 있다. 한밤중에 일어나 우는 아이에게 회향 씨를 달여서 먹이면 신통하게 울음을 그치고 잠을 자게 된다.
회향은 중추신경을 처음에는 약간 흥분시키다가 차츰 진정시킨다. 또 점막을 자극하여 위, 창자, 기관지 등 분비선에서 분비물이 많이 나오도록 돕는다. 가래를 없애는 약으로도 쓰고 젖을 잘 나오게 하는 데도 쓴다.
회향은 성질이 따뜻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므로 찬 것을 내보내고 아픈 것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입냄새를 없애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잠을 잘 자게 한다. 신장과 방광을 따뜻하게 하므로 신장염이나 신부전증을 치료하는 데도 쓴다. 민간에서 만성신부전증을 회향으로 고친 사례가 있다.
회향의 약성에 대해 <동의학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방광경, 신경, 위경, 심경, 소장경에 작용한다. 신과 위를 덥혀 주고 입맛을 돋우며 기를 잘 통하게 하고 한사를 없애며 아픔을 멈춘다. 열매에는 아네톨을 주성분으로 하는 향기름이 있는데 이것이 적은 양에서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많은 양에서는 억제한다. 또한 열매는 위, 창자, 기관지의 내분비선의 선분비를 항진시키고 젖선의 분비도 세게 한다.
그 밖에 진경작용, 게움멎이 작용을 나타낸다. 한산으로 고환이 붓고 아픈 데, 비위가 허하여 배가 아프고 불러오며 메스껍거나 게우고 입맛이 없는 데 주로 쓴다. 또한 허리가 시리고 아픈 데, 달거리 아픔, 음부가 찬 데도 쓰며 상기도질병, 장경련,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데도 쓴다. 그대로 또는 볶아서 하루 3~9그램을 달인 약, 알약, 가루약 형태로 먹는다. 열중에는 쓰지 않는다.
회향에는 소회향과 대회향이 있다. 대회향은 목련과에 딸린 식물의 열매로 열대 아시아지방에서 자란다. 열매에 0.5퍼센트의 정유가 들어 있는데 이 정유를 뽑아 내어 치약이나 식료품의 향료로 쓴고 약으로는 그다지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통 회향이라면 소회향을 가리킨다. 소회향에도 단맛이 나는 것, 매운 맛이 나는 것 등 여러 품종이 있다.
▣ 회향차 회향을 은근한 불로 표면이 녹황색이 되도록 볶아서 소금물을 뿌려 그늘에서말린 다음 잘 보관해 두었다가 사용한다. 차를 만들때는 씨앗1~2g을 컵에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우려낸 뒤 식기전 마신다. 맛은 맵고 달며, 향기도 좋고 색깔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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