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삼을 캐는 심마니이다. 이젠 대한민국의 온 산을 뒤져도 예전처럼 많은 양의 삼을 보기도 어려우려니와 건강과 취미로 산을 타는 사람들에까지 밀려 이젠 발품에 대한 노력의 대가가 자꾸만 줄어들어간다.
기껏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1년에 1000~2000만원 손에 쥘 수 있다. 그나마 다행히 입산 때에 간간히 뿌려놓은 삼 씨앗을 바라보고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행 시 무분별한 남획도 문제지만 외국삼이나 재배삼(장뇌삼)의 영향도 크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동안 산삼의 정책부재와 무관심, 검사의 규제와 통제가 전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삼을 심마니의 발품의 대가로 가격을 평가 받으려는 것은 아니나 그러한 것이 현실이다.
예부터 산삼은 하늘이 계시한 만물의 영초로 불려져왔고 신성시되어 왔다. 일반인들이 산삼에 쉽게 다가가기란 어려웠고 심마니가 되기 위한 길도 그리 쉽지만은 못했다. 호구지책으로 심마니가 됐더라도 그 길은 그들만의 세계였고 일반인들에 접근은 차단되어 왔다.
누구나 쉽게 인삼밭 주변에 가면 산삼을 캘 수 있다는 얘기는 불과 4~5년 전 일이다. 입문심마니인 “천둥마니”나 중간단계인 “소장마니”, “책마니”의 길을 거치며 모든 지휘와 채심, 분배, 판매의 막강한 지위의 우두머리격인 “어인마니”의 승계방식은 점차 근래에 오면서 퇴색되고 붕괴되어 왔다.
산삼을 밭에 심으면 대가 거듭될수록 인삼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반대로 인삼을 산에 심으면 산삼화가 이루어진다. 자연에 순응하며 정착되어 환경에 적응된 삶을 이어간다.
고려말 600여년 전의 삼이 공출과 공급부족으로 인삼으로 재배되기 이전까지는 천종(원래 산에서 자생한 삼)은 있어왔고, 그 삼은 지금도 천종으로 있을 거라는 한 가닥에 희망과 환상으로 우리를 혼돈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재배삼·중국삼이 천종산삼으로 유통
인삼으로 재배되어 온 이후 100여년 이후에 산에서 재배한 산양산삼은 불과 장뇌산삼(머리가 길다는 뜻으로 뇌두의 간격이 현격히 길다)으로 알려지기 이전인 최근래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은 산삼으로 알고 있었으며 산삼으로 취급되어 왔다. 다만 천종은 그 어느 누구도 입증할 수 없으며 심마니 누구나의 희망이기에 이를 악용하여 모양새가 좋고 뇌두가 길고 특히나 중국의 삼처럼 뇌두가 발달한 삼을 들여와 천종산삼으로 유통되는 현실은 눈뜨고 못 볼 일이다.
어인마니라는 심마니에 이르러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배움에 이르기까지 고달픈 인내는 숙연함에 앞서 이젠 장사꾼으로 변질되어 간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심마니들도 산삼을 구별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인정신도 없었고 대를 이어가며 노력한 흔적도 거의 없다. 산삼에 관한 책자하나 자료하나 구하기가 요원하다. 그저 어느 순간! 에 꿈을 꿨더니 하늘이 계시해서 캤노라면 그것으로 끝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그동안 호위호식 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방패가 되어서도 주류가 되어서도 안된다.
장뇌삼(재배삼)도 5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자연으로 되돌려보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산삼으로 유통되는 근래에 와서는 점차 인위적인 방식으로 짧은 기간동안의 이익창출에 매달려 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몸통이 크고 뇌두가 길어야 평가받고 그러하기에 산삼화가 많이 된 자연적 삼으로 가꾸기보다는 농약의 살포와 거름의 노력으로 뇌두만을 기르고 수명을 연장하는 인위적 방식으로 고집되고 있다.
산삼을 평가받으려는 노력은 대단하나 그에 맞는 노력은 그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산물이다,
감정하는 박사도 많고 한의사도 많고 돈에 매달려 연구하는 연구원도 많다. 이에 돈 많은 대기업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질세라 편승해 서로 책임을 분배해가며 이익을 추구한다.
통제도, 규제도, 검사도 없는 산삼
그러나 객관적 근거나 입증자료 없이 산삼한번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약방 어디에도 산삼이 들어가는 약재도 없을뿐더러 취급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그냥 “만물의 영초”로, 사포닌 성분이나 들먹이며 산삼을 말할! 뿐이다.
무지함이 시대의 산물을 낳을까? 아니면 산물이 무지함을 낳는 것일까? 인삼은 엄격한 규제와 통제가 있으며 책임을 정부가 떠안는다, 그러나 산삼이나 장뇌삼은 어떠한가? 통제도 규제도 검사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알아서 해라 그 식이다.
이젠 산삼을 인삼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별도의 영역으로 제도권해야 한다. 수수방관 하지 말고 외국산이 국내산으로 판치고 천종산삼으로 둔갑되고 장뇌삼이 부풀린 오래된 산삼으로 둔갑될 때 그리고 농약 범벅이 된 삼이 유통될 때, 정부는 그리고 관계기관들은 눈 감지 말기 바란다.
산삼의 감정사를 제도화 하거나 기준을 마련하고 하나하나 검사유통은 하지 못하더라도 농약잔류검사 하나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