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민물] 블루길

영지니 2008. 7. 27. 14:43
블루길   
 

블루길


아가미 뚜껑 뒷부분의 점과 체측의 무늬 양상이 블루길과 닮은 꺽지.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블루길
●학명 : Lepomis macrochirus
●英名 : blue gill, sunfish, sun perch, pumpkinseed
●방언 : 방언 : 월남붕어
●일본명 : 브루기루(フルῄギル)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옮겨진 물고기들을‘외래종’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양식어종으로 이주, 정착에 성공한(?) 무지개송어·향어·틸라피아(역돔)·챠넬메기를 비롯하여 초어·백련어·대두어·배스·블루길·떡붕어 등 자연생태계에서 가끔 볼 수 있거나 또는 잘 적응하여 살고 있는 것들이 있다.

이중에서 대단한 환경적응력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그 서식지를 넓혀가면서 생태학자나 어류학자들로부터 경계 대상어종으로 주목받고 있는 종이 배스와 블루길이다. 이중 배스는 낚시계에서 새로운 낚시 대상어로 인정을 받고 있으나 블루길은 아직도 우리나라 토속 담수어종과의 생태적 문제만 일으키는 ‘문제아’로 취급되고 있다.

●이름
1977년 정문기 박사에 의해서 ‘파랑볼 우럭’이란 한국 이름을 얻었으나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붕어낚시에서 자주 낚였던 까닭에 ‘이상하게 생긴 붕어’란 의미에서 ‘월남붕어’란 이름으로 흔히 불려졌다. 최근에는 오히려 ‘블루길(blue gill)’이란 원래 영명(英名)으로 통용되고 있다.

영명으로는 sunfish, blue gill, sun perch, pumpkinseed 등으로 불리우는데, sunfish는 일반적으로 납작한 체형의 물고기들을 통칭하던 습관에서 유래한 것이고, blue gill은 이 종의 아가미 뚜껑 위에 귀처럼 보이는 푸른색 점이 있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미국에서 들어온 이 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영명인 블루길, 썬피시로 불리우고 있다.

학명은 Lepomis macrochirus인데 속명인 Lepomis는 그리이스어인 ‘비늘’와 ‘아가미 뚜껑’의 합성어로 블루길의 아가미 뚜껑 위 푸른색 점을 나타낸 이름이다. 종명인 macrochirus는 ‘큰손’이란 뜻으로 이 종의 생김새가 마치 손바닥처럼 둥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특징
블루길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종의 학명·영명·국명에서 볼 수 있듯이 아가미 뚜껑 위에 있는 푸른색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체형은 도미형 어류와 비슷하며 동글납작한 편이다. 체색은 크기나 서식환경에 따라 푸른색·초록색·오렌지색 등으로 다양하게 변할 수 있으며, 빛을 자든 방향에 따라서 자주색·불그스름한 노란색·청록색 등 화려한 체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몸 옆에는 8∼9줄의 가로무늬(수직무늬)가 있으며 희미한 경우도 있다. 아가미 뒷부분 돌기는 수컷이 암컷보다 큰 편이다. 작은 입을 갖고 있으며, 등지느러미에는 10개의 강한 가시(극조)와 11∼13개의 줄기(연조), 뒷지느러미에는 3개의 강한 가시와 12개의 줄기가 있는데 놀라거나 경계심을 나타낼 때는 이들 지느러미를 쫙 펴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크기는 작은 편이어서 5∼15cm정도 크기가 흔하며, 대형급은 20∼27cm 정도이다.

●분류 및 분포
블루길은 북아메리카 대륙(미국)이 원산지이며, 뛰어난 환경적응력을 갖고 있어 세계 각지로 이식 후 적응에 성공하여 그 서식지를 넓혀 가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일본·유럽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에도 살고 있는 세계적인 종이 되었다.

분류학상 농어목(目) 검정우럭과(또는 썬피시과, Centrarchidae)에 속하며, 세계적으로는 9속(屬) 30종(種)이 보고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배스(큰입우럭, Micropterus salmoides)·작은입우럭(M. dolomieu)·블루길 3종이 이 과에 속한다.

블루길은 서식지에 따라 체색이 다양하게 변하여 몸 색으로 종 구분이 힘든 그룹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배스와 함께 1종이 이식되었기 때문에 자연서식지에서 이들 종의 구분은 어렵지 않다. 또 배스는 입이 크고, 체측에 가로무늬가 없으며 체형이 농어처럼 비교적 긴 편이기 때문에 블루길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담수어종 중 블루길과 비교적 유사한 형태적 특징을 많이 가진 어종으로는 꺽지를 들 수 있겠다(<표1> 및 <그림1> 참조). 물론 분류학상으로는 꺽지가 능성어과에 속하므로 블루길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종이지만 체형, 체측무늬, 지느러미의 생김새 등에서 블루길과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아가미 뚜껑 위에 있는 점은 생김새가 조금은 다르지만 위치나 크기가 매우 비슷하다.

두 종에서 차이점은 눈 뒤의 방사선 무늬의 유무와 꼬리지느러미 뒤 윤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꺽지는 눈 뒤 아래쪽에 방사선 무늬가 있으나 블루길은 눈 주위에 무늬가 없으며, 꺽지 꼬리지느러미의 뒷윤곽은 둥그스름하지만(凸) 블루길 꼬리는 가운데가 오목하여(凹) 상하엽으로 갈라져 있다. 블루길의 체형은 어릴 때 꺽지와 비슷한 계란형이지만 성장함에 따라 체고가 높아져서 둥근형으로 변한다. 입의 크기도 꺽지에 비하여 작은 편이고, 아래턱이 윗턱보다 조금 길게 보인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블루길은 한 종이므로 다른 담수어와는 쉽게 구별할 수 있으며 특히 어릴 때 독특한 연두색·초록색 몸은 토속 어종과는 전혀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어서 누구라도 한눈에 블루길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생태
블루길은 20∼30마리씩 떼를 지어서 1∼6m 수심층에 주로 머문다. 또 크기별로는 덩치 큰 놈일수록 깊은 곳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태어난 후 1년이 지나면 어미가 되는 개체가 나타나며 이 때 몸 크기는 3∼4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블루길은 아주 작은 크기에서 어미가 되는 종이라 할 수 있겠다.

산란시기는 지역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으나 대개 4∼6월을 주산란기로 볼 수 있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수심 30cm 전후이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 있는 곳을 택하여 지름이 30∼60cm이고 깊이가 5∼10cm정도 되는 산란상(産卵床 ; 구덩이)을 판 후 암컷을 유인하여 산란을 한다. 수컷은 가끔 암컷의 몸을 입으로 자극하며, 산란할 때에는 암수컷이 몸을 비스듬히 맞대고서 흔들며 알을 낳는다. 알은 구덩이 속에 낳아지며 이 알들이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보호하게 된다(<그림 2> 참조). 수정된 알은 지름이 1.2∼1.3mm 정도이며, 점착성을 갖고 있고 전체적으로 옅은 노란색을 띤다. 알 속에는 지름이 0.4mm정도인 한 개의 유구(油球)를 갖고 있다(<그림 3> 참조).

알이 발생하는 도중 수컷은 산란상 부근으로 접근하는 다른 블루길이나 물고기들을 계속 쫓아내는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 손을 집어넣으면 손을 물 듯이 달려들기도 한다. 필자는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고잔저수지에서 블루길의 산란상을 본 적이 있는데 20cm 전후되는 둥근 산란상에 수컷이 한 마리씩 자신의 알들을 지키고 있었다. 블루길의 산란상은 거의 수심 20∼30cm 정도의 얕은 곳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수컷 등이 물밖으로 나올 정도였고, 가끔 피라미떼들이 접근하면 각기 자신의 알을 지키려는 수컷의 공격행동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종족 보호본능이랄까? 얕은 수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컷들의 알 보호행위는 그야말로 본능 그 자체였다.

수온 25℃ 전후에서는 수정 후 약 40시간만에 부화된다. 갓 부화된 새끼는 몸 길이가 3.8mm∼4.1mm정도이고 입과 항문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로 배에 큰 난황을 갖고서 바닥에 누워있다. 초기의 형태 발달 상태는 다른 담수어류와 비슷하며 부화 45일이 지나면 지느러미가 다 발달하여 치어기에 이른다. 이때까지의 체형은 체고가 낮아서 마치 다른 잉어과 어류의 새끼처럼 보인다.

블루길의 산란상이 수심이 얕은 곳에 만들어지는 것은 원산지인 북미대륙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로서, 옛 미국의 어부들은 이 블루길의 산란상이 위치하는 수심을 보고 일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즉 블루길의 산란상이 아주 얕은 곳에 만들어지면 그해 여름철에 비가 많이 와서 수면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루길이 우리나라 담수계에 와서 이토록 빨리 전국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이들의 요구 환경조건이 맞아 떨어졌다기 보다는 그들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강한 적응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서식에 적합한 수온은 16∼26℃이지만 2∼30℃ 범위에서 생존 가능하다. 수십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웅덩이, 잉어·붕어의 보금자리였던 수로에서부터 소양호처럼 대형댐에 이르기까지 이들 블루길은 잘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식성·성장
블루길은 탐식성이 매우 강하고, 동물성 플랑크톤·갑각류(새우·게)·달팽이류·곤충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이다. 이런 강한 식성에 비하면 성장은 비교적 느린 편으로 1년에 3∼4cm정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어도보, 1977). 우리나라에서의 블루길의 성장이 어느정도 빠른지는 아직 확실한 조사자료를 찾지는 못했지만 다른 어종과 마찬가지로 서식처의 수온·먹이 등 환경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낚시
블루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짜증부터 나는 이유는 이 종이 아직도 뚜렷한 장점이나 좋은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채 우리나라 수계에 점차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리라. 사람도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려면 꽤나 까다로운 수속 절차를 거쳐야 되는 것이며, 거주지를 옮겼다 해도 계속 주목을 받으며 그 나라 사람이 되기까지의 절차를 받아야 한다. 물고기를 포함한 동식물들도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산 동식물 이식 승인’을 받아야 옮겨올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개 예측되는 문제가 검토되곤 한다. 블루길이나 배스와 같은 경우는 어쨌든 간에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 속에서 우리나라 담수산 어류와 생태계 안에서 경쟁을 벌이며 살게 된 것같다.

지금은 도입 당시의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으며, 사실 수계에 퍼져 들어간 한 종을 제거하는 작업은 불가능한 것이다. 단지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도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또다른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할 정도이겠다.

일본으로 건너가 한때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제거대상이 되었던 우리나라 가물치나 미국 배스는 결국 인간의 손길을 무시한 채 지금은 일본 수계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가물치처럼 강한 육식성 어류가 일본 담수계에 퍼져나가고 있을 때 일본인들은 황당하고 다시 잡아내자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배스도 마찬가지였었다.

그래도 배스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낚시대상어로 많은 팬을 확보했으며 점차 더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용방안이 낚시대상어로 세워진 셈인데, 블루길은 아직 그만한 인기도 없다는 것이 항상 ‘문제아’취급 당하는 이유라 하겠다.

블루길을 낚아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기술이 필요 없는 종이다. 엄청난 탐식성으로 동물성 미끼인 지렁이·새우는 물론 떡밥·향어용 어분까지 물고 늘어지는 데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바다 전갱이 떼를 만났을 때 쓰는 가짜미끼(비늘조각) 달린 카드 채비로 슬슬 끌어주어도 주렁주렁 낚일 정도이다. 입이 작다는 것을 감안하고 미끼를 적당한 크기로 쓰면 빠른 속도로 낚아낼 수도 있고, 떡밥을 단단하고 크게 뭉쳐서 어느 정도 이들의 등쌀을 피할 수도 있다. 채비도 다양하게 구사해볼 수 있다.

블루길의 악명(?)을 조금이라도 누그려뜨려 주는 것은 아마 블루길의 담백한 살맛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필자도 블루길떼를 만난 적이 많이 있고, 그 때마다 붕어를 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이들의 적극성이 밉기도 했으나 제법 힘쓰는 손바닥만한 화려한 어미 블루길을 낚아보면 그 나름대로 낚는 맛이 있고, 요리를 해보면 붕어와는 다른 특별한 맛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 블루길을 말려서 쪄먹으니 맛이 좋아서 다시 블루길만 잡으러 왔다는 낚시꾼을 만난 적도 있다. 블루길은 일본·유럽·남아프리카에서 그러했듯이 이제 한국에 서식하는 담수어종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종이 되었고, 따라서 나름대로의 생태 적응 현황을 추적 조사하고 관리 이용 방안에 대한 연구 관심도 가져야겠다.

<표> 블루길과 꺽지의 형태비교
블루길 구분 꺽지
Lepomis macrochirus 학명 Coreoperca herzi
blue gill, sunfish, sun perch, pumpkinseed 영명 korean aucha perch
브루길(フル-ギル) 일본명 코라이 오야니라미(コライオヤニラミ)
월남붕어, 블루길, (*파랑볼우럭) 방언 꺽저기, 꺽더구, 뚝지, 꺽정이
20∼30cm 크기 20∼30cm
· 체고가 높으며, 성장할수록, 높아져, 체형은 ‘돔’과 흡사하다.
· 체색은 서식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녹색, 오렌지색, 청색, 황록색 등 다양하다.
· 아가미 뒤 가장자리에 귀모양의 청흑색 돌기가 있다.
· 체측에 8∼9줄의 수직무늬가 있다.
형태 · 측편된 체형이며 황갈색, 녹갈색 바탕에 7∼8개의 수직무늬가 있다.
· 아가미 뚜껑 가장자리에 은색테두리를 가진 청록색 반점이 있다.
· 머리 눈뒤 쪽에 방사선줄이 3∼4개 있다.
· 블루길에 비하면 입이 크다.
등지느러미(D). Ⅹ, 11∼13
뒷지느러미(A). Ⅲ, 12
지느러미식 D. ⅩⅢ∼ⅩⅣ, 11∼13
A. Ⅲ, 7∼9
1969년 일본에서 치어가 이식된 이후, 전국 강, 댐, 저수지로 서식분포가 확산됨.
미국, 일본, 유럽, 남아프리카
분포 전국의 각 하천, 북한(한국 특산종)
*한국어도보(정문기, 1977)에 기재된 이름.
출처 : 일 묵 [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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