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민물] 동사리

영지니 2008. 7. 27. 17:30
동사리   
 

동사리


동사리 수컷과 암컷의 비교

 
■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소]

●표준명 : 동사리
●학명 : Odontobutis platycephala
●방언 : 꾸구리·꾸구락지·구굴모치·똥꼬·뚝지·멍청이·뿌꾸리
●英名 : korean dark sleeper
●일본명 : 코라이동코(コライドンコ)

낚시 대상어 중에서 가장 잡기 쉬운 종을 들라면 대부분의 낚시 동호인들은 둥글고 큰 머리, 큰 입, 윤곽이 미끈하지 못한 무늬, 긴 꼬리에 둥근 꼬리지느러미를 갖고 있으면서 느린 동작에도 불구하고 아무 미끼에나 스스럼없이 달겨드는 강한 식욕을 갖고 있는 망둥어 무리를 떠올릴 것이다. 담수에 살고 있는 물고기 중에서 망둥어류와 비슷한 형태와 식욕을 갖고 있어 가끔 망둥어로 혼돈되기도 하는 종이 있는데, ‘멍청이’, ‘꾸구리’라고도 불리우는 동사리다.

●이름
동사리는 담수에 살고 있는 많은 다른 소형 어종들과 마찬가지로 지방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구구라지·꾸구락지·구굴모치·구그리·꾸꾸락지·꾸구리·똥꼬·뚜꾸리·뚝지·멍청이·멍텅구리·볼메티기·뿌꾸리·뚝제기·후구락지 등으로 부리우기도 한다. 이중 ‘꾸구리’란 이름은 산란기에 이른 동사리가 ‘구구’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지는데, 동사리 외에도 몇몇 담수어들이 갖은 방언의 이름을 갖고 있다. 즉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us)는 잉어과에 속하는 어종의 표준명이지만 이 종 외에 배가사리·둑중개·꾹저구 등의 방언 중의 하나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동사리의 영명은 ‘sleeper(korean dark sleeper)’이며, 일본명은 ‘동코(ドンコ, コライドンコ)’이다. 일본명인 ‘동코’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기도 한데(똥꼬), ‘뻘바닥에서 살고 있는 고기(泥子)’란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하며 ‘움직임이 느리고 먹이도 잘 먹지 않는 고기’라 하여 純魚(ドンコ) 또는 貧魚(ドンコ)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아무튼 뻘바닥에서 살면서 움직임이 매우 느린 어종임을 나타내고 있는 이름이라 하겠다.

동사리의 학명은 Odontobutis platycephala이며 속명인 Odontobutis는 그리이스어로 ‘이빨’과 인도지방의 망둥어류 토착어종의 이름인 의 합성어이며 종명인 platycephala는 ‘납작한’‘머리’란 뜻으로 동사리의 종편된 머리 모양을 상징하고 있다.

●특징
몸은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망둥어형을 띠고 있으며 단지 좌우의 배지느러미가 융합된 흡반형으로 되어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분리된 배지느러미의 형태는 흡반형을 이루고 있어 바닥에 붙어서 살아가는 망둥어류의 배지느러미의 형태와 유사하다. 머리가 옆으로 크고 납작한 형이고 몸통은 통통한 편이다.

등지느러미는 제1, 제2 등지느러미로 나누어져 있으며 제1 등지느러미에는 마디를 가지지 않은 6∼8개의 가시(棘)만으로 되어 있으며, 제2 등지느러미는 1개의 가시와 7∼9개의 줄기(軟條)를 갖고 있다. 뒷지느러미는 1개의 가시와 5∼8개의 줄기로 되어있다. 몸은 등쪽이 흑갈색·녹갈색 등 다양한 색을 띠고 있으며 배쪽은 옅은 색을 띤다. 체측에는 3줄(보기에 따라 6∼8줄)위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가로띠를 가지고 있다. 크기는 10∼30cm로 비교적 소형어류에 속한다.

●분포·분류
망둥어류는 크기가 작은 어종이면서도 세계의 물고기 가족 중 가장 많은 종 수를 갖고 있다. 이들 망둥어류의 특징은 좌우의 배지느러미가 합쳐져서 원형의 빨판 모양을 이루고 있어 물 속의 바닥이나 돌·나무나 기질에 붙을 수 있다. 망둥어류 중에서는 구물구치(Eleotris ssp.)와 마찬가지로 흡반형의 배지느러미를 갖지 않은 종들이 있으며 이 무리들은 분류학적으로 다른 그룹으로 분리 취급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학자에 따라서는 동사리를 망둥어과(科) 구물구치아과(亞科)에 포함시키기도 하며, 아예 구물구치과(Eleotridae)로 분리하여 취급하기도 한다. 지구상의 망둥어과 구물구치아과에 속하는 어류는 28속(屬) 40여종(種)이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따뜻한 지방의 담수나 기수역에 서식하고 있다.

동사리는 한강 하류, 충남·북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널리 분포 서식하고 있으나 동사리와 형태가 매우 유사한 얼룩동사리(O. Odontobutis interrupta)는 동사리의 아종(亞種)으로서 금강 이북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두 종은 분포지역에서 뚜렷한 차이를 갖고 있다. 동사리류는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 중국, 만주 및 동인도제도의 담수계에 널리 서식하고 있다.

한편 동사리는 외부 형태로 보아 아종인 얼룩동사리와 매우 유사한데 등·뒷지느러미의 가시나 줄기수가 거의 비슷하며 모양도 비슷하여 두 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다만 동사리의 머리가 얼룩동사리의 머리보다 더 납작하며,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체측의 얼룩무늬가 얼룩동사리는 등쪽과 배쪽 상하로 나누어져 보이는데 비하여 동사리는 하나의 가로무늬로 보이는 점이 차이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사리를 비롯하여 몇몇 담수어의 방언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us)’는 잉어과 모래무지아과(구물구치과에 포함시키기도 했었다. 한국어도보, 1977)에 속하며 구구리·돌매자·돌라리·잿부구리 등의 방언을 갖고 있는 한국 특산종으로 크기는 6∼13cm정도이고 한강·금강 등지의 물 흐름이 비교적 돌이 많은 여울에 살고 있는 종이다. 이름은 몇몇 종에서 같이 쓰이기도 하지만 꾸구리는 입 아래에 수염이 4쌍이나 있으며 등지느러미가 1개인 점(동사리는 2개), 꼬리지느러미가 상하엽으로 나누어져 있는 점(동사리는 둥근형) 등의 뚜렷한 형태적 차이를 갖고 있어 분류학적으로도 거리가 있는 종이라 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생태
연못·저수지·하천의 물 흐름이 느린 뻘, 모래바닥에 서식하며 몸의 일부분을 모래속에 묻고서 지내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진흙바닥이나 돌 밑에 몸을 숨기고 월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주기는 밝혀져 있지 않다. 주로 낮에는 돌 밑이나 장애물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지내다가 밤이 되면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산란기는 봄부터 초여름(4∼7월)까지이며 생후 1년이 지난 개체들은 산란에 참여한다. 산란기가 되면 돌·접목·석축 등의 아랫면에 입과 지느러미로 산란장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구구’하며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산란기에 이른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소리인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암컷은 산란실의 천장에 알을 낳아 붙이고 산란이 끝나면 수컷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한다. 수컷은 평소에도 자신의 세력권을 형성하고 지내는데 산란기가 되면 몸이 검은 빛을 띠게 된다. 수정란은 수온 16∼19℃ 범위에서 약 한달만에 부화한다. 동사리의 부화 직후 자어는 다른 망둥어의 새끼와 발육 정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 일반 망둥어의 부화 자어는 발생이 덜 진행된 상태에서 부화되어 나와서 일정기간 부유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종은 큰 난황을 흡수하고 먹이를 먹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미 성어와 비슷한 형태로 발달하며 이 때문에 부화된 새끼는 부유생활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바닥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부화 직후 자어는 전장이 7∼8mm이며, 부화 후 3∼4일이 지나면 먹이를 먹기 시작하고 6일 후엔 9mm 전후로 지느러미도 거의 완성된다.

치어들은 물가 식물의 뿌리 근처나 수심이 얕은 물가의 돌 사이에서 성장하다가 성장함에 따라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동사리의 생태에 관한 자료는 몇몇 도감에서 언급한 정도밖에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므로, 이들 도감과 일본의 동사리(Odontobutis obscura obscura, ドンコ) 생태를 참고하였다.

●식성·성장
식성은 전형적인 육식성이므로 수서곤충·새우·게·물고기 새끼 등을 잡아먹고 산다. 성장 속도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려진 바가 없으나 낚시터에서 잡히는 크기로 미뤄 보아 1년에 약 10cm 전후로 자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
망둥어낚시에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듯이 동사리낚시에도 기술이 필요없다. 이는 동사리를 전문으로 노리고 낚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 종의 식성이 워낙 좋아 아무것이나 미끼만 보면 달겨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별로 크지도 않고 미끈하지 못한 외모에, 입도 큰데다 일단 먹겠다고 마음 먹으면 망설임 없이 덥썩 먹이를 물어버리기 때문에 어쩌다 붕어낚시에서 낚인다 하여도 잉어·뱀장어나 가물치같은 다른 손님고기처럼 사랑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 일쑤다. 동사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은 잡어에 속할 수밖에 없는 종이다.

잡어 취급 받는 어종들은 크기가 작거나, 입질이 조잡스럽거나 맛이 없는 고기들, 주 대상어종을 노릴 때 미끼를 따먹는다든지 하는 끼어들기 습성을 가지고 있거나 낚기 위한 연구 노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무 미끼에나 달겨들어 삼켜버리는 고기들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종들은 아무리 수산술로 취급될 정도로 생선가게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낚시계에서는 잡어 취급을 피할 수 없다. 동사리는 그런 점에서 보면 영락없는 잡어임에 틀림없다.

낚시대상어로서 각광을 받으려면 몇가지 자격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즉, 우선 잘 생긴 외모에다 손맛을 보장하는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덩치가 크든지 입질이 깨끗하든지, 이것도 저것도 없으면 맛이라도 좋든지 하여야 한다. 또 잡은 후에도 무용담을 부풀려 이야기하고 싶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꾼들은 입맛을 다시면서 포인트를 알려고 애를 쓰게 되는 그런 종이어야 만점 낚시대상어가 되는 것이다. 이것 저것 아무것도 없으면 잡어 취급 받기 쉽고 미끼라고 달겨들었다가는 내동댕이 쳐지기 십상이다. 족보 없는 잡어의 설움이란 고기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잡어 취급을 받던 많은 종들이 최근 들어서 낚시 대상화 바람을 타고 주 대상어종으로 부상하는가 하면 손님고기일지언정 입맛을 돋우는 데에는 주 어종보다 더 인기를 누리는 어종도 적지 않다. 이런 추세에 있어 동사리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사리는 생김새는 멋지다고 할 수 없지만 살맛은 제법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어 낚시 후의 입맛을 돋우는 어종으로 인기를 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최근 들어서 문명의 발달, 도시·공단의 확장과 함께 점차 파괴되는 자연환경을 걱정하는 각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수계환경을 조사하고 보호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데에는 동사리와 같이 일생을 큰 회유나 이동 없이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보내는 어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물이 조금만 변하여도 살지 못하고 이동해 간다든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어종(환경지표종)들을 대상으로 일정 수계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데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고, 이런 맥락에서 동사리는 앞으로 실험어종으로의 사용도 기대되는 어종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잡어라도 어떤 면에서는 어는 어종보다 귀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표> 동사리와 얼룩동사리의 비교
동사리 구분 얼룩동사리
Odontobutis platycephala 학명 O. odontobutis interrupta
korean dark sleeper 영명 dark sleeper
코라이동코<コライドンコ> 일본명 세마다라동코<サマタラドンコ>
꾸구리, 꾸구락지, 구굴모치, 똥꼬, 뚝지, 멍청이, 뿌꾸리 방언 동사리와 구분하지 않고 씀
10∼20cm 크기 10∼20cm
- 머리가 얼룩동사리보다 더 납작하며, 몸은 전체적으로 망둥어형이지만 배지느러미는 흡반형이 아니다.
- 머리, 등은 암갈색이며 배쪽은 옅은색이다.
- 아가미 뚜껑에 가시가 없으며 옆줄은 없다.
- 체측에 3개의 가로무늬는 상·하로 끊어지지 않는다.
-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2개의 점이 있다.
형태 - 체형이나 체색은 동사리와 거의 유사하다.
- 체측의 무늬는 3개이며 첫 번째, 두 번째 것은 세로줄에 의해 위·아래로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가슴지느러미 기부에 2개의 희미한 점이 있다.
제1등지느러미(D₁).Ⅵ∼Ⅷ
제2등지느러미(D₂).Ⅰ, 7∼9
뒷지느러미(A).Ⅰ, 5∼8
지느러미식 D₁.Ⅵ∼Ⅷ ; D₂.Ⅰ, 7∼10
A.Ⅰ, 6∼8
경기·충청도 지역 일부를 제외한 전국 분포* 경기·충청 지역
*‘한국담수어류도감’참조
출처 : 일 묵 [一墨] 


'물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물] 누치   (0) 2008.07.27
[민물] 돌고기   (0) 2008.07.27
[민물] 동자개(빠가사리)   (0) 2008.07.27
[민물] 메기   (0) 2008.07.27
[민물] 모래무지   (0) 2008.07.27